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99817?sid=102

정부의 인구정책 평가를 전담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내놓은 재정포럼 5월 간행물을 보면, 노령층을 물가가 저렴하고 기후가 온화한 국가로 이주시킨다면 생산가능 인구의 비중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떤 전체주의 사회에서도 이런 무지막지한 발상은 안 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합니다.

국책연구기관쯤 된다면 각 분야의 최고 엘리트만 모아놓은 집단일텐데 그런 이들의 저출산 고령화 해결방안이 정녕 이거라면 이 나라의 국운은 다했다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여론이 나빠지자 조세연에서는 개인 연구위원의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는데요. 그게 사실이라면 그 사람은 당장 해촉하고 다시는 국가기관에서 일하지 못하게 함이 마땅할 것입니다.

한국보다 경제도 어렵고 집값도 비싼 나라들 얼마든지 있습니다. 남녀차별 심한 나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나라도 널려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출산율 때문에 속을 썩인다면 그건 기존의 진단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반증입니다.

한국의 저출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심각한 이유가 뭐라고들 보십니까? 저는 삶이 나아질것이라는 희망이 없어서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행복하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옛날에 비해서 먹고살기가 얼마나 좋아졌는데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하지만, 행복이란건 대한민국이 세계 몇위의 선진국이고 GDP가 얼마고 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다고 내가 행복해지진 않으니까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국가가 개인 위에 설 수 없다고 믿습니다. 국가가 있어야 개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이 있어야 국가도 존재할수 있다는 뜻입니다. 역대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들이 줄줄이 실패할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출산을 국가적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인구 얼마가 줄어들면 사회적으로 무슨 악영향이 생기고 어떤 위기가 닥친다고 아무리 외쳐본들, 개인들이 아이를 가져야 할 동기부여가 될수 없습니다. 되려 회피하게 되지요.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에 누군가를 책임지고 부양하라는건 고문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는 일은 오롯이 개인의 행복을 위함입니다. 가정을 꾸리는게 기쁨이 아니라 고통이 된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게 당연한 겁니다. 그런 뻔한 사실을 도외시하고 지원금 얼마, 육아휴직 몇 개월, 대출 특혜 몇 가지를 준다고 고통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걸로 부족해 은퇴하고 나서 외국으로 가라고요? 국가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주목할 사실은, 한국은 여전히 해외입양을 가장 많이 보내는 국가 중 하나라는 겁니다.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2706006632365984

이미 있는 아이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데 국가를 위해서 출산을 더 하라니요.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겠습니까.

정치가 개개인들 모두를 행복하게 하라는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없애 나가는 방향으로는 가야 합니다. 실제로 직업안정성이 높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적은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공무원들은 평균 자녀수가 1.9명에 달합니다.

이번에 정부에서 저출산 부서를 따로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서가 출산률을 높이리라곤 전혀 기대가 안 됩니다. 보나마나 기존 정택들을 재탕 삼탕할 것이고 기업들이 앓는 소리를 하면 스리슬쩍 주 69시간 노동, 고용유연화 같은 말이 나올게 뻔하니까요.

특히 한국 사회 특유의 노동 천시, 친기업 문화, 저임금 장시간 노동문화가 변하지 않는다면 출산율 반등은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어떤 식으로 봐도 한국 사회는 개개인이 아이 낳는 것을 사회적, 문화적으로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런 환경은 그대로 둔채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해소되길 바란다면, 그야말로 나무 위에서 생선을 구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준구

2024/06/07

누가 그 글 썼는지 몰라도 내 제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판다독

2024/06/07

일본이 디지털청 만드는거하고 비슷하네요

이준구

2024/06/08

알고 보니 그 글을 쓴 친구가 내 제자였네요
오호 통재라!

이석기

2024/06/15

여학생을 1살 빨리 입학시키면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황당한 연구발표도 있드군요

잠탱이

2024/07/09

기사 찾아보고 놀랐습니다.
노년층을 해외로 보낸다는 게......청년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일 줄이야....
저출산 문제를 '노동력' 감소 관점으로 접근하는 거 같아서, 노년층 해외이주가 경험 있는 분들의 노동생산성을 해외에 수출해서 활용하자인가 싶었는데(이런 논지를 펴도 놀라웠겠지만) 다소 충격이네요.
어느 칼럼에서 19세기에 노예무역이 금지되면서, 북미의 흑인 여자노예들이 목화뿌리를 씹어서 아이를 낙태하거나 피임하고, 영아살해 문제까지 생기자 농장주들이 노동력 감소 공포에 노예들의 피임을 단속했다고 해요. 노예들은 끔찍한 삶을 물려 주기 싫어 출산파업을 한 샘이고, 농장주들은 노예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력감소만 염려했다는 것이죠.

지금 우리나라도 그런 동상이몽 상태같아요. 젊은 세대는 안정된 직장이나 주거마련에 대한 희망이 없고, 성인이 되기까지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게 끔직한 건데, 정부는 노동력 감소에만 주안점을 두어 정책을 얘기하고 있으니 반감만 생기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