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이 얼핏 머리를 스쳤습니다. 후보자로 지명된 후의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에 비추어 볼 때 법과 정의의 수호자로서 사법부의 수장이 되기에는 너무나도 흠결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장이라는 자리는 일종의 상징적 존재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 그런 자리에 올라야 하는 것 아닙니까?

비록 법을 어긴 적은 없다고 하지만,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사법부의 수장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행적이 많았습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런저런 과거 행적이 문제되자 “잘 몰랐다.” 아니면 “송구하다.”라는 말로 얼버무리는 광경을 보고 “결코 이 사람이 대법원장이 되어서는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한 사람이 비단 나 혼자뿐은 아니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동의안 부결 소식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반듯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부결시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상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라는 논평을 냈다고 하더군요. 어느 잣대로 쟀길래 그런 사람을 ‘반듯하다’라고 표현했는지 모르겠네요. 정말로 반듯하게 살아온 판사들이 무수하게 많을 텐데, 그런 사람들에게 대한 모욕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국민의힘 당도 임명동의안 부결로 인해 ‘사법공백’이란 심각한 문제가 초래되었다고 야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서고 있군요. 사법공백이 초래된 것이 무척 심각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 문제를 초래한 원죄가 과연 동의안을 부결시킨 야당에 있을까요? 부적격자를 후보자로 지명한 윤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마땅한 일이라는 데 한 점 의문이 없다고 봅니다.

비단 대법원장뿐 아니라 최근 윤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하나같이 문제투성이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국방부 장관, 여가부 장관, 문체부 장관 자리를 준 사람들 중 적절한 인사라고 평가 받을 수 있는 사례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신문에서 그런 자리들에 대한 하마평이 나올 때 “제발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라고 느낀 사람만 골라서 임명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출범 초기부터 부적절한 인사로 많은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여러분들 아직도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지만, 출범 초 임명한 사람들의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드러나 줄줄이 낙마한 사례가 있었지 않습니까? 이제 대통령직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지난날의 과오에서 무언가 배운 게 있어야 할 텐데 어찌하여 하나도 변한 게 없다는 말입니까? 그와 같은 옹고집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할 텐데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입니다.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출범한 이래 윤 대통령이 계속 낮은 지지율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 진리를 무시한 데 있지 않을까요?

윤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전형적인 ‘Yes man’들 뿐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뭐든지 시키면 토 달지 않고 고분고분 그 명령을 수행할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들뿐만 보인다는 말입니다. 그들 중 대통령의 말이라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감연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줏대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내 생각으로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독선’(獨善)이라고 봅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모든 발언은 정적에 대한 반감과 경멸, 그리고 자기만 옳다는 독선이 그 밑에 깔려 있습니다. 정치를 잘 하려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아량을 가져야 하지만, 그에게서 그런 아량은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전망은 오래 전부터 나와 있었습니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 부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윤 대통령은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나만 옳다는 독선이 임명동의안의 부결과 이로 인한 사법공백이라는 비극을 초래한 것입니다.

이 점에서 본다면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을 선생님으로 모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해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에게 비굴할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협조를 간청하지 않았습니까? 만약 윤 대통령과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면 미국 연방정부는 이미 오래 전에 셧다운 되는 비극을 맞았을 겁니다. (실제로는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거의 모든 미국의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에는 그 정도로 깊게 머리를 숙입니다.)

비록 인사문제뿐 아니라 국정의 다른 측면에서도 모두 이런 독선으로 일관함으로써 우리 정치의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부 여당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이 ‘정권의 갈라치기’였습니다. 그 정부가 갈라치기를 한 것이 사실이었다 할지라도, 그 정도에서 이 정부의 갈라치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았다고 봅니다.
내편 네편을 귀신처럼 갈라놓는 이 정부야말로 갈라치기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갈라치기에 얼마나 몰두했는지 이번에는 우리의 독립영웅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입당 경력까지 문제 삼아 끌어내리려는 코미디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그때는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시절 아니었습니까? 더군다나 남북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이기도 훨씬 전인데 이념이 무슨 큰 문제가 되었겠습니까? 자신의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해 홍 장군을 깎아내리려 하는지 몰라도, 이것은 너무나도 치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요즈음의 우리 사회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습니다. 심지어 광화문의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딴죽을 걸고 나서는 세태를 보면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무너져 내릴까라는 걱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아직도 3년이 넘게 그 임기가 남은 윤 대통령의 최대 현안과제는 양극화에 제동을 걸고 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독선과 아집을 미련 없이 버리지 않는다면 그 현안과제의 해결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할 것입니다.

양종훈

2023/10/08

충격적인 것은 이런 정부의 행태를 보고 지지율에 신경쓰지 않는, 해야 할 일은 좌고우면 않고 시행하는 이상적인 지도자라 포장해주는 이 사회 지식인들입니다.

전 정부때 그토록 신랄하고 악독한 비난을 퍼붓던 인물들은 작금의 상황은 눈에 안 들어오나 봅니다.

대단한 용어나 통계는 잘 모르겠지만, 월급쟁이 입장에서 본다면 이 정부는 전 정부보다 잘 하는게 한개도 없다고 감히 말씀드립디다.

이준구

2023/10/08

전 정권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는데 격하게 공감해요

허공에의질주

2023/10/08

내년 총선에서 견제하지 않는다면 더 심한 짓들을 벌이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막아야 합니다.

이준구

2023/10/08

이게 가능하려면 야당이 대오각성해야 할 텐데요

미누스

2023/10/08

대법원장이 공석이면 법원조직법에 따라서 먼저 임용된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하면 됩니다. 왜 문제있는 사람을 앉혀서 분란을 일으키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한때 취준생이어서 하는 말인데… 압박면접을 받은 구직자가 면접장을 뛰쳐나가면 합격시켜주는 회사가 있나요? 참 대단한 회사이네요.

넋두리

2023/10/11

불량품을 먹으라카니,,,,,,,,,참나,,,어이상실

kind000

2023/10/20

국회의원들의 인사청문회장에서 검증받기 싫어서 그런자리에 아예 "도전하지 않고 위험회피형"
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는 , 행여 망신을 당할지언정 그런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의 검증을 받고 한번 도전해서 국정운영의 한 역할을 하려는

그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많아야 좀 더 발전적인 대한민국이 되지 않겠습니까?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런게시판에서, 서울대학교 교수님이 이런식으로 국회의원 청문회장에서 인사검증을 받으려는 후보들을 비난하는 게시판의 분위기가 심히 우려 스렵습니다.

각종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도 그런거까지 세세하게 알고 후보자로 지명하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 그런것을 두고
"인사가 만사다" 라고 윤석열 정권을 폄하하는 것은 이준구 교수님의 편협한 해석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