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교수님 저는 홍익대에서 공과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교수님과 교수님을 따르는 분들의 글들에서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고 있기에 감사의 글을 쓰려고 왔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는 하등 관계없는 제가 어떻게 이 게시판까지 와서 글을 쓰게 됐는지 궁금하시죠? 안 궁금하시더라도 조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저도 제가 선택한 전공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여러 책을 읽은 덕에 공학보다는 경제에 훨씬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란 것을 깨달았어요.
처음에는 폴 크루그먼 선생님의 책에 반했어요.
문장력이 화려하신 크루그먼 선생님 덕분에 미국에서 여러 경제 이론이 태어나고, 반대되는 경제 이론에 도전받고, 이론들이 서로 칼을 맞대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었지요.
고전학파, 통화주의학파를 비롯한 신자유주의학파들과 케인즈주의자들의 전쟁이 있었더군요.
크루그먼 선생님을 좋아하다 보니 맨큐의 경제학으로 눈이 갔어요.
맨큐는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 경제 이론서를 썼다고 해서 읽었어요.
내용은 좋았다만 너무 미국 사례 위주더라고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경제학 책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고 마침내 이준구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어요.

우주나 양자역학 같은 곳에선 서로 대립되는 이론 간의 논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죠.
전자의 에너지와 위치를 같이 알 수 있니 없니?, 블랙홀이 에너지를 발산하냐 안 하냐?, 웜홀은 존재해 안 해? 같은 것들이죠.
무엇이 정답이든 제 삶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죠.
그런데 경제학 논쟁은 다르더군요.
현실에서 정치와 결합하여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제학 지형은 안타깝게도 신자유주의 쪽으로 매우 기울어 있는 게 보이기 시작했죠.
경제지와 메이저 언론사들이 기업과 기득권을 대변하는 기사만을 쓰더라고요.
자기들에게 유리한 경제학 이론이나 자기들에게 유리한 수치, 통계만을 근거로 쓰죠.

특히나 문재인 정부에서 재정적자를 400조 가까이 낸 것을 보고 공산주의자 프레임을 씌우고 "서민들에게 돈 퍼주면서 지지율 유지한다" 같은 말들은 정말 보기 힘들었어요.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돌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심지어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코로나 기간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엄청 낮은 편이더라고요.
그럼에도 성장률 하락은 그 어느나라보다 선방했으면 오히려 정부와 버텨준 국민들보고 대견하다고 칭찬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라가 망해간다며 정부 부채만 강조하고 재난지원금이 인플레만 부추긴다면서 비꼬기만 하니 참 개탄스러웠어요.
부동산이나 감세문제는 교수님도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시니 말할 것도 없겠죠.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심장'을 가진 경제학자는 온데간데없고 '차가운 머리와 차가운 심장'을 가진 이데올로거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미국에서는 이미 실패한 신자유주의'로 세뇌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이 곳을 발견했습니다.
유언비어나 혐오로 가득한 인터넷 세상에 이런 청량한 곳이 있다니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고, 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논증할 줄 아는 총명하신 분들이 저와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참으로 위안을 얻었습니다.
교수님의 글이 답답한 제 가슴을 한껏 후벼파 주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더욱 넓혀주셨습니다.
만약 교수님이 윤석열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글을 쓰셨다면 얼마나 더 대중적으로 유명하셨을까요.
언론사에서 다들 인용해 기사 써줄텐데 말이죠 하하.

'고등학교 시절에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드네요.
이준구 교수님 강의 들으러 여기 왔을텐데 말이죠.
그래도 이만큼 발전한 시대에 태어나 교수님을 직접 마주하지 못하고 서울대에 합격하지 못해도 언제 어디서나 교수님의 책이나 동영상 강의를 접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죠.
종종 들러서 교수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의 의견도 접하고 댓글도 쓰고 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준구

2022/12/22

박지호씨,

이렇게 찾아와 인사까지 해주니 너무나 반갑네요
공학도이면서 경제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게 무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갖고 있는 모습도 좋아 보이구요
내가 그 동안 쓴 글에서 약간의 위안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면 나로서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 게시판 자주 방문해 주고 좋은 글도 많이 써주기 바래요
비록 내가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으나 내 책으로 공부했으면 내 제자인 셈입니다
늘 건승하기를 바래요

박지호

2022/12/24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