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분배상의 불평등을 해소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요?
이 의문에 대해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불평등한 분배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영국의 전염병학자 윌킨슨(R. Wilkinson)이 쓴 The Impact of Inequality 라는 책을 보면 불평등한 분배가 각종 사회적 문제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선 첫째로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이 적대적이며 공격적이 성향을 갖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나라별로 그리고 한 나라 안의 지역별로 살펴보면, 불평등성이 큰 지역일수록 적대적 성향과 살인율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두 번째로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상호간의 신뢰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상호 신뢰, 협조와 양보의 정신 같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에게 주변 사람을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불평등한 곳일수록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이 더 많이 나옵니다.
사회적 자본의 양을 직접 측정한 수치를 비교해 보아도 똑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세 번째로는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나쁜 현상이 나타납니다.
불평등한 지역일수록 사망률이 더 높고, 평균수명이 더 짧은 경향을 관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미국 시카고 시의 북부지역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주로 사는 데 비해, 남부지역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 살고 있습니다.
이 두 지역 주민들의 평균수명이 거의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는 통계자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위에서 보는 세 그림표를 자세히 살펴 보면 불평등성이 여러 사회악(social evil)의 근원이라는 윌킨슨의 지적에 공감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최근 Economist지에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올라온 것을 봤습니다.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사망률도 분배상의 불평등성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가 인용하고 있는 한 연구는 미국 각 주의 코로나19 사망률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41개의 변수의 관련성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단지 세 개의 변수만이 의미있는 설명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분배상의 불평등성, 인구밀도 그리고 요양원 입원자의 비율 이 세 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세 변수중 가장 설명력이 큰 것은 바로 불평등성이라는 겁니다.

Economist지의 기사는 이 분석결과와 일관된 정황증거가 상당히 많다고 말합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더 평등한 사회인 스캔디나비아 여러 나라들의 사망률이 더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적극적인 방역대책을 쓰지 않은 스웨덴에서조차 사망률이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비교도 흥미롭습니다.
영국의 지니계수는 0.34 그리고 프랑스의 지니계수는 0.29 수준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분배상의 불평등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지니계수는 그 값이 클수록 상대적으로 더 불평등한 상태를 뜻합니다.
프랑스의 코로나19 사망률이 영국의 사망률보다 더 낮은 것도 이 불평성의 차이와 관계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 주와 플로리다 주를 비교한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즉 불평성이 더 큰 뉴욕 주의 코로나19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라 사이에서뿐 아니라 한 나라 안의 지역 사이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관찰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Economist지의 그 기사는 다른 많은 실증연구들의 결과도 분배상의 불평등성이 사망률 차이를 설명해 주는 주요 변수임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엘가(F. Elgar) 등이 84개국의 경험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니계수의 값이 1% 커질 때마다 코로나19의 사망률이 0.67% 더 커지는 경향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안의 각 카운티(county) 사망률 차이를 비교한 분석결과도 비슷하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왜 그와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아직 이 점에 관한 체계적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앞에서 소개한 윌킨슨의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원래 건강상태가 나빴던 사람들이 사망할 확률이 더 높은 게 자연스럽다면 당연히 그런 결과가 나오겠지요.

또한 윌킨슨의 책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사회적 자본의 양이 적다는 사실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사회적 자본의 수준이 낮은 사회에서는 상호신뢰와 협조의 자세가 부족하고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과 같은 방역대책에 대한 소극적 태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또한 이웃이야 어찌 되든 상관하지 않고 감염위험이 높은 행동을 하고 백신도 맞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요.

Economist의 그 기사는 바로 여기에서 분배상의 불평등성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찾은 셈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비록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제이긴 하나 꾸준히 노력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양종훈

2021/08/18

한국도 양극화 문제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인데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황이 그나마 괜찮다는게 솔직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준구

2021/08/18

사람들이 인정해 주기에 인색해서 그렇지 우리는 방역에 상대적으로 성과를 거둔 셈이니까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