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2학년을 수료한 후 현재 군 복무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생으로부터 팬레터를 받았습니다.
내가 쓴 "열린 경제학"을 읽고 감명을 받아 그 메일을 쓰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책이 처음 선을 보인 지 벌써 20년도 더 넘는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습니다.
책을 쓴 사람으로서 제일 기분 좋은 일은 그 책을 읽고 많을 것을 배웠다는 말을 듣는 것입니다.
기쁜 마음에 메일을 보낸 학생에게 허락을 얻어 여기에 그 팬레터를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저는 (서울대학교) 2학년을 수료하고 현재는 부산에서 육군 상병으로 군복무 중인 학부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교수님의 책 <열린 경제학>을 매우 감명 깊게 읽고 경제학에 많은 관심이 생겨 교수님의 조언을 부탁드리고자 실례를 무릅쓰고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과학위주의 공부를 하며 경제학과는 크게 연관 없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런 중 올해 초 군입대를 하게 되었고, 코로나-19라는 사상초유의 국가재난 사태를 겪게 되었습니다.
'내 전공, 내 학점만 열심히 신경쓰면 되겠지' 라고 안일하게 살아왔으나, 코로나-19의 등장과 동시에, 정부가 재난 지원금을 주느니 마느니, 국채 발행을 하느니 마느니 하며 재난 사태에 대한 국가의 경제 정책과 국내외의 경제변동 상황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는 경제학에 무지했기에 뉴스에 나오는 금리, 환율, 국채가 무엇이고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명확히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정치 주체로서, 또한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경제에 대해 기본이라도 꼭 알아야겠다 느꼈고, 경제학을 공부해야하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마침 군복무 중이라 많은 여가 시간을 독서로 보내고 있었고, 경제학을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부대 도서관에서 경제학 책도 찾아보고 경제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경제학 자격증도 알아 보았습니다.
경제와 관련된 정말 좋은 책들이 많이 있었으나, 특정 경제현상을 작가의 시선에서 해석하거나 논지를 펼치는 글이 대부분이고, "경제학"의 이론 자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책을 찾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이는 온라인 서점을 꼼꼼히 찾아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제 자격증 학습서는 설명이 방정식과 그래프가 대부분인 실무위주의 책이라 제 필요에 맞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교수님의 이 책, <열린 경제학>을 발견하였습니다.
군인 월급에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고민도 하지 않고 결제를 하였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책을 읽었습니다.
조금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반복해서 읽으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교수님의 "이보다 더 쉽게 쓸 수 없다"라는 말씀처럼 정말 쉽고 정확하게 원리들과 현상들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론과 실제 상황에의 적용이 적절히 섞여있어 이해를 더욱 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경제에 눈이 점점 뜨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뉴스에서 나온 얘기들이, 정부가 시행한다고 하는 정책들이 무엇인지 조금씩이나마 보이기 시작했고, 나아가서는 이슈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주변인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는데, 대학친구 뿐만 아니라 부대의 간부부터 병사들까지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데,
이들은 기업가치를 분석하고 기업의 재무제표를 해석하는 능력은 상당한데, 국가의 경제 정책과 재정활동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도 없고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점에 대해서 제가 의구심을 가지면, "나라가 망해도 살아남을 기업을 찾으면 된다."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국가의 재정 전반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있다면 더 넓은 식견으로 다양한 투자 방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지켜보며, 저는 교수님께서 전공분야라고 하셨던 재정학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 <열린 경제학>으로 경제학에 대해 조금씩 배우고 습득하게 됨으로써, 저는 경제학을 배워야하는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배워서 경제학도가 되거나 경제 연구자가 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어떤 직업을 가지더라도 경제에 대해서는 꼭 알아야한다고 느꼈고, 경제학에 대해 배워서 정부의 경제 정책, 각종 후보들의 경제 정책을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을 키우고 싶으며, 피케티, 마르크스, 장하준 교수와 같은 경제학자들의 경제학적 의견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수능과목으로서조차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경제학에 완전 무지한 제가, <경제학원론>이나 <미시 경제학>과 같은 전공교재들을 통해 경제학을 배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고, 병사의 특성상 독서로 대부분의 지식을 습득해야 하기때문에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배워야 경제학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을지 궁금하여 교수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이렇게 질문드리는 것이 실례인 것임을 알지만, 교수님의 저서에 대한 독자로서의 팬심에, 그리고 이 책의 서문에 말씀하셨듯이 교수님께서 독자들이 경제학을 쉽게 배우길 바란다는 말씀에,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
독자로서 <열린 경제학>이라는 훌륭한 책을 써주신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비록 바이러스로 인해 예년같지는 않은 연말이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준구

2020/12/28

경제학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이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여러분들 중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k-mooc이라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여러 학문 분야의 공개강좌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현재 거기에 내 강의가 두 개 올라와 있고 곧 하나가 더 추가될 예정에 있습니다.
하나는 <경제학 들어가기>라고 경제학개론 수준의 강의입니다.
다른 하나는 <경제학원론 :미시편>인데 경제학원론 수준의 강의이구요.
최근 <경제학원론 : 거시편> 녹화를 끝내 봄이 되면 올라올 예정입니다.
이 세 개의 강의를 꾸준히 청강하면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메이데이

2020/12/28

선생님께서 오랜 만에 진정한 팬 한 분을 만나셨네요. 흔히 볼 수 있는 편지가 아닙니다. 혹시 건너 뛴 데가 있을까 하여 두 번 읽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흐뭇한데 선생님께서는 얼마나 기쁘실까요. 아무쪼록 제대하는 날까지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준구

2020/12/28

네 정말 기뻤어요

넋두리

2020/12/30

요즘 말로 찐팬이네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더 없이 기쁜 팬레터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