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에 천공이라는 역술인이 관여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한바탕 난리가 났었던 것을 기억하실겁니다. 새 관저를 고르는 사람들 중에 그가 끼여있었다는 것이 논란의 주된 핵심이었는데요. 진위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았었는데 다소 뜬금없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당시 참여한 사람이 천공이 아니라 백재권 교수라는 사람이었다고요. 듣기로는 풍수지리에 통달하고 관상도 잘 보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한때 J일보에서 고정필진으로 칼럼을 쓴 경력도 있습니다.

야당은 지금이 조선시대냐면서 반발하는 가운데 여당에서는 백 교수가 풍수지리학 석사, 미래예측학 박사로서 풍수지리학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인물이니 자문을 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풍수지리나 미래예측에학위를 주는 곳이 있나 싶다가 문득 옛날에 책에서 읽었던 야사 한 편이 떠오르더군요.

조선 초, 무학대사는 태조 이성계의 명을 받고 새로운 도읍지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합니다. 그러던 중에 명당이라 생각되는 땅을 발견하여 이곳이 좋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어떤 노인이 소를 끌고 지나가면서 소에게 "야 이 무학같이 미련한 소야!" 라고 하자, 무학대사가 깜짝 놀라 그 노인에게 가서 "혹시 도읍이 될 만한 곳을 아십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노인은 "북서쪽으로 십리를 더 가보시오." 라고 말하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 무학대사가 그 말을 따라 십리를 더 걸어 나온 곳에 지금의 경복궁이 세워졌고, 무학대사가 노인을 만났던 장소는 오늘날 갈 왕(往) 열 십(十) 거리 리(里). 왕십리라 불리고 있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청와대는 경복궁이 세워진 바로 옆자리에 들어섰습니다. 한반도에서 제일가는 명당에 세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백 교수의 학식이 얼마나 깊은지는 모르겠지만 무학대사보다 대단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왜 이미 검증된 명당을 내버려두고서 다른 곳을 선택했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예로부터 명당은 집터나 묫자리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한 예로, 흥선대원군은 젊었을 적에 부친 남연군을 명당에 이장하려고 이미 있던 절간을 허물기까지 했었답니다. 그 자리가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올 터였다나요.

흥선대원군은 본인이 묫자리를 잘 쓴 덕에 안동 김씨 일파를 몰아내고 아들을 임금으로 세울 수 있었다고 믿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황제가 된 아들과 손자는 망국의 군주로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풍수의 대가라던 묘청은 서경으로 천도하면 고려가 금나라를 넘어서고 천자의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다 결국 반란까지 일으켰습니다. 천하 제일의 길지라던 서경에서 일으킨 대위국은 불과 1년만에 사라졌습니다.

이런 선례를 보면 명당의 영험함라는 것이 개인이나 집안의 길흉에 영향을 줄지언정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만약 무학대사를 만났던 노인이 대통령 앞에 나타나 "용산은 터가 안 좋으니 어느 쪽으로 몇 리를 더 가보시오." 라고 한다면 또다시 대통령실을 이전할까요? 터무니없는 가정이지만 하나는 확신합니다. 달라지는 것도 나아지는 것도 없을 겁니다.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풍수나 관상, 무속이 미신이라고 싸잡아 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대상이 무엇이 됐건, 믿음으로 마음의 안식을 누린다면 그건 그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가 중대사를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것도 절대다수가 납득 못 할 신념으로 밀어붙일수는 없습니다. 특히나 민간인이 군사시설을 유람하듯 드나들 이유로는 더더욱 부족합니다.

천공이 됐든 백 교수가 됐든 그게 중요한게 아닌데도 여당에서는 천공 개입설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퍼트렸다고 합니다. 무속 프레임을 씌웠던 사람들이 사과해야 한답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입을 다물고 마치 제3자인 것처럼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이전 명분으로 내세웠던 여러 이유들은 아예 언급조차 않습니다. 논란거리를 스스로 만들고 있으면서도 문제를 제기하면 불순분자라니요. 정말이지 억울할 따름입니다.

이준구

2023/07/28

이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다른 말이 나오면 귀 기울여 듣는 게 아니라 모두 괴담으로 몰아가는 나쁜 버릇을 갖고 있지요

그나저나 이 초현대에 무속인, 풍수가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낯뜨거운 일이 일어나네요
국격이 어디까지 추락해야 하는지 내 참

카인드000

2023/07/30

1990년대 김영삼 대통령(개신교 장로 출신)이
청와대 뒤편 불상(부처님 불상 등 불교관련 건축물등)등을

김영삼 대통령 본인이 개신교인 이라서 불교관련 건축물이 거슬려서? 철거했다는 소문?
(저도 어렸을적에 소문으로만 들었고, 사실이었는지는 확인 못했습니다)

을 들었었는데 그게 사실이었나요?

이준구 교수님이 직접 이야기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준구

2023/07/30

나도 잘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