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에 선출되자마자 무리한 감세안으로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온 영국의 트러스 총리가 드디어 감세안의 핵심인 법인세율 인하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법인세율을 인하하려던 것이 아니었고, 19%인 법인세율을 2023년 4월부터 25%로 올리려는 원래의 정부 방침을 폐기하려던 것이었습니다.
영국 정부가 발행한 홍보자료에 따르면, 법인세 감세의 포기를 통해 180억 파운드에 이르는 추가적 조세수입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내리려는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지만 별 약효가 없자 결국 법인세 감세를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와 동시에 감세안 파동의 주역인 콰텡(K. Kwarteng) 재무장관을 전격 해임하고 헌트(J. Hunt)로 교체하는 조처를 취했습니다.
이로서 콰텡 장관은 영국 정부 역사상 두 번째로 짧게 재임한 재무장관으로 기록되게 생겼습니다.
감세안이 몰고 온 대혼란이 시작된 지 불과 3주만에 재무장관을 바꿔야 했으니 워낙 다급했나 봅니다.

며칠 전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을 때 BBC는 이를 두고 트러스 총리의 ‘거대하고 굴욕적인 유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번에는 BBC가 “트러스 총리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는데, 그가 겪어야 할 굴욕의 강도는 그때와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로 클 게 분명합니다.
감세안의 노른자라고 할 수 있는 법인세율 인하 계획의 포기는 감세안 전부를 쓰레기통에 처넣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트러스 총리의 무모한 감세정책 실험은 제대로 날개도 펴보지 못한 채 급전직하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이 실패한 실험은 감세정책의 매직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음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제는 감세정책을 통해 이런저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자들의 감언이설에 속아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이 시장의 대혼란을 불러일으킨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그것이 당면한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한 영국 중앙은행의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정책의 고삐를 계속 조여가고 있는 판에 다른 한편에서는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려 하고 있었으니까요.
한 발은 왼쪽을 향하고 다른 발은 오른쪽을 향하고 있는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따져보면 지금 우리 정부도 U-턴을 하기 이전의 트러스 총리와 아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채무자들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계속 빅스텝을 밟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기획재정부는 감세안을 내놓아 한국은행의 노력에 훼방을 놓고 있습니다.
(그들은 감세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경제학의 기초만 알고 있는 사람도 이 말을 믿지 않습니다.)
계획된 감세의 규모가 작은 탓에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기본구도는 영국의 경우와 하나 다른 게 없습니다.

다른 세금을 더 걷겠다든가 어디서 정부지출을 크게 줄이겠다든가 하는 구체적 계획도 제시된 바 없이 무조건 소득세율, 법인세율, 종부세율을 낮추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것도 아주 비슷하구요.
지난 정부 때 재정건전성을 마치 금과옥조처럼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인가라는 의심까지 들 정도입니다.
재정건전성을 부르짖던 사람이라면 최소한 재정의 균형을 맞출 구체적 대안은 마련해 놓고 감세에 들어가야 마땅한 일입니다.

트러스 총리의 두 번에 걸친 U-턴은 무척 굴욕적인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그런 굴욕을 무릅쓰고 U-턴을 감행한 그의 용기가 가상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실수를 저질러 놓고서도 체면 때문에 시간만 질질 끌다가 대파국을 맞음으로써 빵점짜리 지도자로 전락할 뻔했으니까요.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흔쾌히 인정하고 곧 바로 시정하는 것도 사실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그 사람들 중 자신의 잘못을 자진해서 솔직하게 반성하고 용서를 비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변명과 핑계로 일관하고 도리어 자신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한 모습들뿐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트러스 총리의 굴욕적 U-턴이 나에겐 오히려 신선함을 선사해 주는 것 같습니다.

양종훈

2022/10/15

그렇게 빚이 많다면서, 어떻게 갚을지는 아무도 말하질 않더군요.

Elon

2022/10/16

지난 정부의 재정건정성을 부르짖던 이들이 소위 말하는 기재부의 ‘모피아’들이고 그들이 검찰과 함께 현 정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죠
작년에 자영업자들이 그렇게 울부짖어도 안 열던 지갑을 이번 정부는 어떻게 열고 있나 봤더니 나라 자산을 그들에게 떠넘겨서 열어주더군요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얘네는 경제학은 그렇게 공부했으면서 돈 버는 재능은 그리 없어서 나라 곳간을 탐하는 구나라고..그냥 시키는 대로 살다보니 돈을 정당하게 제대로 버는 방법을 모르는 구나 그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욕 안먹고 재산을 모을 방법을 배우지 못하다니..그런 생각도 들면서 이제는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하여튼 정부기관이 얼마나 고여있는 지도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석기

2022/10/17

대기업 법인세, 부자 세금에 대해 감세를 찬성하는 주변 지식인들의 견해는 노력해서 정당하게
벌어들인 소득을 국가에서 세금으로 강제 징수하여 왜 서민들의 복지비용에 사용 하느냐는 것
입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의 연구에 의하면 생산성에 대하여 본인의 노력은 10% 이고 90%
는 사회의 기여도라고 합니다.
고도성장기에 대기업은 국가나 국민들의 기여가 없이 나홀로 성장을 했는지, 막대한 부를 형성한
개인들은 과연 자산의 노력으로만 부를 형성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소득에서 세금을 과다 징수하면 열심히 노력할 의욕을 상실하고 복지에만 의존하면 근로
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DLLLLD

2022/10/25

최근에 나온 폴크루그먼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부제 : 나쁜 신념과 정책은 왜 이토록 끈질기게 살아남는가)를 읽다보니 책의 말미에 경제학자 우석훈씨가 이준구교수님을 언급한 대목이 흥미롭네요.
"책을 덮고 나서 폴 크루그먼이라는 이름을 보며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장하준과 이준구였다. 이론의 계열로 분류한다면, 크루그먼과 장하준 모두 케인즈 계열의 학자들이다. 1929년 대공항 이후 한때 케인스 계열이 주류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신고전학파가 학계를 장악한 이후로 케인스 계열은 지금은 비주류다. 물론 케인스주의는 비주류 내에서 그래도 큰 비주류지만 무시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에서 주류가 케인스를 인용하는 경우는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건 사업을 추진할 때뿐이다.

이론적 흐름은 조금 다르지만,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이준구는 언론을 통해 “이건 아니다”는 말을 때때로 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런 얘기를 이준구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계에서의 위치와 명예 등으로 그가 하는 말은 그야말로 “뉴스밸류”가 다르다. 민주당 계열의 경제학자들이 “이건 아니다.”라고 해도 대중은 “늘상 그는 그렇게 말했지” 이렇게 반응을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 사람이 하는 얘기보다 그 사람이 “누구 편이냐” 이런 걸 더 크게 본다. 아주 드물게 발언을 하지만 경제학자로서의 발언이 갖는 뉴스밸류는 아직은 한국에서 이준구가 가장 높은 것이다. 4대강 사업 때에 이준구는 정말 경제학자로서 한국에서 누구도 갖지 못한 최고의 뉴스 밸류를 기록했었다. 이준구는 부정기적으로 드물게 사회적 발언을 한다. 사실 그의 힘은 그런 부정기성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준구와 달리 크루그먼은 <뉴욕 타임스>에 주기적으로 기고를 한다. 이론의 계열도 다르고 발언의 빈도도 다르지만, 언론에서의 영향력만큼은 적어도 한국에서 이준구가 크루그먼보다 낮다고 하기 어렵다."

이정수

2022/10/27

오히려 부동산보유세와 재벌 법인세 증세를 통해 환율 안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