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나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든 가로수로 널리 이용되고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나무와 더불어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나무가 바로 이 플라타너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에 젖어 도로변에 여기 저기 쌓여 있는 갈색의 플라타너스 낙엽이야말로 초겨울의 정취를 물씬 풍겨주고 있지요.

우리 대학 캠퍼스에도 이 나무가 많은데, 거기엔 ‘양버즘나무’라는 팻말이 붙어 있더군요.
나무껍질이 부분적으로 떨어져나가 얼룩얼룩한 모습이 마치 버즘이 피어 있는 피부 같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지요.
(요즈음은 영양이 좋아져 버즘이 잘 안 생기지만, 우리 어렸을 때는 얼굴에 버즘이 허옇게 핀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져온 플라타너스 나무가 이 나무들의 조상이라는 뜻에서 ‘양’이란 접두어가 붙었을 테구요.

최근 가로수로서뿐 아니라 우리나라 여기저기 흔하게 볼 수 있는 플라타너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 사람 몇 명이 생존체험을 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것인데, 이 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할 수도 있고 그 수액으로 시럽을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거기 출연한 사람들이 실제로 수액을 채취해 마시고 시럽을 만들어 먹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고로쇠 나무 그리고 미국에서는 사탕단풍나무(sugar maple)가 그런 용도로 쓰이잖아요?

전국 방방곡곡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플라타너스에도 그런 경제적 효용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더니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플라타너스 수액과 그것으로 만든 시럽이 꽤 알려져 있는 모양이더라구요.
단지 우리나라에서만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플라타너스 수액은 당도가 고로쇠나무나 사탕단풍나무에 비해 훨씬 더 낮은가 봅니다.
따라서 시럽을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양의 수액이 필요하겠지요.
미국 사람들은 플라타너스를 ‘시커모어’(sycamore)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 수액으로 만든 시럽은 ‘시커모어시럽’(sycamore syrup)이라고 부른답니다.
(시커모어는 그 나무의 속명(俗名)이고 학명이 Platanus occidentalis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학명이 나무 이름으로 정착되었나 봅니다.)

시커모어시럽은 독특한 풍미가 있고 귀하기 때문에 단풍시럽(maple syrup)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플라타너스에서도 그렇게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1910년대 미국에서 들여온 나무들의 후예라니 가능성이 없어 보이진 않네요.

누군가가 한 번 진지하게 우리 플라타너스 나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우선 채취한 수액을 마셔도 안전한지 검증하고, 당분 이외의 어떤 유익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지 알아보는 겁니다.
안전성이 확인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겠지요.

해마다 봄만 되면 지리산 등지에서 수많은 고로쇠나무에 파이프를 꽂아 수액을 채취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 고로쇠나무들이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라면 괜찮은데, 가녀린 나무에까지 파이프를 박은 모습이 보기가 좀 애처럽더군요.
플라타너스 나무들은 대개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일단 경제성이 발견되면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흔하디 흔한 플라타너스 나무가 고로쇠 나무을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게 재미있는 일 아닙니까?


양종훈

2021/12/15

고로쇠라... 들어보기만 했지 마셔본적이 없네요. 무슨 맛인지 궁금하긴 합니다.

이준구

2021/12/16

약간의 단맛이 있고 맹물과 큰 차이는 없어요.
뼈에 좋다는 말이 있는데 크게 신빙성 있는 얘기 같지는 않구요.

넋두리

2021/12/16

도로변 가로수라면 매연, 배기가스 등으로 좀 꺼림칙하지만, 숲이나 산 속 플라타너스라면 괜찮을 듯 하네요

이준구

2021/12/16

맞아요.
도로변의 가로수는 절대로 안 되지요.
나무가 흡수한 각종 유독물질이 그대로 녹아 나올 텐데요.
그 점에서 볼 때 가로수에서 은행 줍는 사람들이 좀 걱정스러워요.

넋두리

2021/12/17

가로수 은행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합니다. 제가 있는 곳의 가로수 은행을 관리하는 시설공단에서 매년 수거해서 어려운 이웃돕기에 활용하고 있는데, 사전에 보건환경연구원 등에 검사를 의뢰해서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 결과를 받았다고 합니다. 은행은 단단한 껍질 안에 열매가 들어 있어서 유독물질이 침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준구

2021/12/17

검사 결과가 그렇다면 괜찮겠지요
그런데 껍질이 단단해서 유독물질이 침투할 가능성이 적다는 논리는 신빙성이 없어 보이네요
은행나무가 뿌리에서 혹은 잎에서 흡수한 유독성분이 있다면 수액에 함유되어 은행 열매로 바로 전달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