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은 사흘이 멀다 하고 탈원전정책을 공격하는 융단폭격을 가해 여론의 흐름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으로서는 그들이 어떤 엉터리 근거에 기초해 그런 기사를 쓰고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 기사가 홍수처럼 쏟아지다 보니 일종의 세뇌작용이 이루어져 탈원전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엉터리 같은 주장이라도 이 사람 저 사람이 계속 말하면 나중에는 그럴듯하게 들리는 법이니까요.

솔직히 고백하면 나 자신도 에너지 문제 전문가가 아닌지라 최근까지 탈원전정책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습니다.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의 탈원전정책 반대논리에 어딘가 허점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Economist지에 올라온 기사 등을 통해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가 상당한 경제성을 갖는다는 사실 정도를 알고 있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탈원전정책으로 인한 손실이 몇 백조, 몇 천조 원에 이른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도대체 이 기상천외한 수치가 어떻게 계산되어 나올 수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공부를 해서 내린 결론은 전원별 발전단가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그런 얼토당토 않은 수치가 만들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한 전원별 발전단가에 기초해 계산한 탈원전정책의 비용은 결코 그렇게 높은 수준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보수언론의 세뇌작용 때문에 원전의 발전단가가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보다 더 낮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상식처럼 굳어진 상황입니다.
탈원전정책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예 그것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 양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로 맞는 말일까요?

내가 우선 지적하고 싶은 점은 발전단가를 계산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원칙적으로 말해 발전과 관련된 비용은 직접비용과 외부비용의 두 범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수언론이 인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발전단가는 직접비용만을 고려해 계산한 것입니다.
일단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 놓으면 연료 가격은 아주 싸기 때문에 원전의 경제성이 높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원전의 연료 가격이 싸다는 것 그 자체도 엄밀하게 따져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일 수 있습니다.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의 경우 정부의 ‘원전진흥정책’ 덕분에 관세, 개별소비세, 수입부담금 등을 모두 면제 받고 있습니다.
즉 우라늄 가격의 일부를 정부가 대신 내주고 있는 셈인데, 이것까지 포함시켜 연료 가격을 계산하면 생각만큼 싸지 않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부비용을 포함시키지 않고 직접비용만을 따져 발전단가를 계산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외부비용은 환경오염, 사회적 갈등, 안전성 관련비용, 사용후핵연료 관리비용, 중대사고 관련비용 등인데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균등화발전비용’(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LCOE)라는 개념으로서, 외부비용을 포함한 실질적인 발전관련 비용을 측정하자는 것입니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원구성의 방향을 설정할 때 이 LCOE에 기초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LCOE가 전원별 발전단가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개념이라는 사실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는 뜻이지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계산, 활용되는 LCOE 수치가 없지만, 여러 선진국에서 이를 계산해 정책에 널리 활용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LCOE에 기초해 원전의 발전단가를 계산하면 직접비용만을 포함시킨 경우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 될 것입니다.
다른 전원에 비해 원전의 외부비용이 월등하게 클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LCOE에 기초해 탈원전의 비용을 계산한다면 보수언론이 말하고 있는 수치는 도저히 나올 수가 없습니다.
직접비용만을 고려해 발전단가를 비교하니 원전이 말도 안 되게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머지않은 장래에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경제성이 더 큰 시대가 도래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변화의 추세를 반영하지 않고 계산한 탈원전 비용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허구일 뿐입니다.

나라마다 주변 여건이 다르고 따라서 전원별 LCOE 수치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 8월 5일자 『전기신문』은 에너지 관련 마켓리서치 회사인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난스( Bloomberg New Energy Finance)가 계산한 2018년 현재 전 세계의 평균 LCOE 수치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MWh당 발전단가가 원전의 경우에는 99.1달러, 태양광 66.8달러, 육상풍력 52.2달러라는 것입니다.

이는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이미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더욱 경제적인 발전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외국에 비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계산했을 때 재생에너지가 원전에 비해 더욱 경제성이 높다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소위 말하는 ‘골든크로스’(golden cross)가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도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원전보다 더 싼 시대가 곧 열릴 것이란 뜻입니다.

2017년 산업조직학회가 수행한 연구는 우리나라 태양광의 LCOE가 계속 하락추세를 보여 2020년대 말에 이르러 원전과 똑같은 상태, 즉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의 상태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7년 kWh당 119-132원 수준인 태양광 발전단가가 2030년에는 67-85원 정도까지 하락하는 한편, 원전의 경우에는 55-66원 수준이었던 것이 68-75원 정도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그리드패리티가 실현되는 시점이 이보다 약간 늦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상당히 가까운 장래일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탈원전정책 반대론자들은 천년만년이 지나도 원전이 훨씬 더 경제성이 클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무지해서 그런 것인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하여튼 탈원전정책 반대론자의 논리적 근거는 무척 희박하다는 데 한 점 의문이 없습니다.

재생에너지의 활용폭을 넓혀나가는 것은 시대의 요구입니다.
경제성을 떠나 우리가 계속 살아야 할 이 지구라는 행성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업입니다.
더군다나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상승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활용폭을 넓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을 들어 어깃장을 놓는 편협한 행동은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전력 요금 현실화를 위한 인상을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은 탈원전 탓으로 돌리는 촌스러운 행동은 더욱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찌 되었든 이제 재생에너지의 시대가 화려하게 열리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감히 부정할 수 없습니다.

킁킁탐정

2021/09/27

맞습니다. 원자력에 대한 외부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종훈

2021/09/27

그런데 한전이 적자를 보는 것도, 전기요금이 오른 것도 사실이니... 화살이 어디로 날아갈지는 뻔한 일이죠. 경제성 조작 의혹도 있고 했으니...

이준구

2021/09/27

그런 것이 탈원전과 큰 관련이 없는데도 그렇게 몰아가니 문제처럼 보이는 거지요

수원나그네

2021/09/28

좋은 글, 감사합니다!

83눈팅

2021/09/29

사용 후 연료의 처리 문제와 수명이 다한 발전 시설의 폐기 비용까지 고려하면 원전이 결코 싸고 경제적인 전기 생산 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체르노빌, 드리마일, 후쿠시마 등의 사례에서 보는 방사능 누출 사고까지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83눈팅

2021/09/29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의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은 과장하고, 원전의 문제점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보도합니다. 하지만 정작 재생에너지의 문제는 대부분 경제적인 점에 관한 것으로서 점점 개선되고 있고 기술의 발달로 앞으로 획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반면, 원전의 경우에는 우리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환경에 직결되는 것인데 조중동 류의 보도는 그와는 정반대이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준구

2021/09/29

솔직히 말해 나도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앞으로 에너지원을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한지라는 테크니컬한 문제에 그렇게까지 악을 쓰며 덤비는 동기가 과연 무엇인지 가늠할 수가 없네요.
현 정부가 하는 일이면 그게 무엇이든 무조건 딴죽을 걸려 하는 태도는 알고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