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자 The Economist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주택가격 폭등세를 중요한 기사로 다루고 있습니다.
“Are house prices rising too fast?”라는 제목의 기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주택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게 비단 우리 뿐은 아니라는 사실에 접하고 약간의 위안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는 작년 한 해 동안 주택가격이 11%나 폭등했다는데, 이것은 지난 15년 동안 최고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뉴질란드는 이에서 한 술 더 떠 상승폭이 무려 22%나 되었다고 하네요.
The Economist가 조사한 25개국의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은 5%로 지난 10년 동안 최고의 수준이라고 하구요.

그 기사는 낮은 금리(low interest rate)와 재정팽창(fiscal stimulus) 두 가지를 주택가격 폭등의 주원인으로 꼭 집어 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대응으로 각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채택한 데다가 이자율까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이니 남아도는 돈이 주택시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지요.
이런 (저금리+확장재정)은 우리 경제에서도 똑같이 존재하는 기조이기 때문에 우리라고 해서 주택가격 폭등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위에서 보여드리는 두 개의 그림표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급등세가 그다지 예외적인 현상은 아님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위쪽의 그림은 The Economist에서 제시한 그림표로 주요국의 실질주택가격지수 변화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캐나다의 경우에는 2000년을 100으로 할 때 2020년에는 실질주택가격지수가 거의 300에 이를 정도로 폭등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등의 나라도 2020년에 200에 이를 정도로 폭등세를 보이고 있구요.

스페인, 미국, 아일랜드가 20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세 나라는 주택가격의 대폭락을 한 번씩 경험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실질주택가격지수를 나타내는 꺾은금이 한 시점에서 곤두박질 친 것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 뒤로 상승세가 나타났어도 아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요.
유일한 예외는 독일로 독야청청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쪽은 우리나라 실질주택가격지수의 변화추이를 보여주는 그림표로, 솔직히 나도 이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그림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임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꺾은금을 위쪽의 그림표에 대입해 보면 미국이나 아일랜드의 위치 정도에 오게 될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국제비교를 해볼 때 우리나라가 예외적으로 주택가격 상승폭이 높았던 나라가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그림표는 KB부동산과 한국은행의 통계자료에 기초해 만든 것입니다.
명목가격의 추이는 KB부동산의 자료를 사용하고 실질지수를 만들기 위한 물가상승률 수치는 한국은행의 통계자료를 이용했다는 말입니다.
그 통계자료에 잘못이 없는 한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상승세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예외적으로 현저했던 것이 결코 아닙니다.

물론 우리의 경우 체감 주택가격 상승률이 유달리 높은 데 그런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수도권의 주택가격 폭등세가 워낙 강했던 데다가 최근의 상승세가 특히 강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지요.
하기야 이론과 현실이 다를 수밖에 없듯, 통계수치와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저금리+확장재정)의 기조에 주택가격 상승을 크게 부채질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부동산불패 신화가 불러일으키는 투기열풍이 바로 그것이지요.
최근에는 ‘갭투자’라는 새로운 투기의 수단까지 개발되어 투기열풍이 더욱 거세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몇 년 간 살아본 경험이 있지만, 거기 사람들이 집 몇 채씩 갖고 있는 경우는 무척 드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모기지대출 받아 집 한 채 겨우 사서 일하는 동안 몇 십 년에 걸쳐 갚아 나가는 것이 전형적입니다.
갭투자라는 것은 아예 그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구요.
주택이 투기의 수단으로 보편화된 것은 아니라는 말인데, 다른 나라 사정도 대체로 비슷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폭발성이 특히 강해 각종 규제로 묶어놓지 않으면 카오스를 방불할 상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수세력은 시장의 힘에 내맡기라고 강변하지만, 실제로 투기억제를 위한 각종 규제를 풀었을 때 어떤 끔찍한 결과가 일어날지는 불문가지의 사실입니다.
그나마 그런 투기억제책 덕분에 이 정도에 그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주택가격지수가 똑같은 폭으로 상승해도 우리 사회의 경우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는 요인이 있습니다.
그것은 전월세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임대주택시장의 특성 때문입니다.
주택가격이 뛰어오르면 전월세가 함께 뛰어올라 집 없는 서민들의 삶을 극도로 어렵게 만듭니다.
집은 살 수 없을지언정 최소한 임대주택만이라도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안 되니까 문제인 것입니다.

나도 미국에 살 때 늘 임대주택에서 살았지만 주거에 불안을 느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임대주택은 대체로 회사가 운영하는 단지 안에 있는데, 임대계약을 일단 체결하면 거기서 계속 살 수 있습니다.
임대계약을 갱신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나가라는 말은 하지 않고, 임대료도 계속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승폭이 아주 완만합니다.
그러니 주거에 불안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집 주인이 이런저런 핑계로 걸핏하면 집을 비워달라고 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대료를 올리니 서민들로 보아서는 죽을 지경인 것이지요.
다주택자에게 세금 중과하면 세입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킨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사실인지 아닌지 몰라도 집 주인으로서는 그 무기를 휘두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조건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데 주택가격이 올랐다고 해봅시다.
그렇다면 집 주인 입장에서 보면 주택보유로 인한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고, 경제적 논리에 따르면 임대료를 인하해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입니다.
여러분들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단 한 번이라고 본 적 있으십니까?
주택가격 상승하면 오히려 임대료를 따라서 올리는 게 대부분 아닙니까?

이렇게 철저한 임대사업자 우위의 임대시장구조하에서 주택가격 상승은 서민들의 허리를 꺾는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습니다.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의 생존기반이 위협을 받는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더라도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문재인 정부를 두둔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내가 여러 번 지적했듯, 이 정부도 분명 잘못을 저지른 부분이 있고 그 때문에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택시장 그 자체에 주택가격 상승의 압력이 무척 거센 상황에서 정부의 힘만으로 이를 억누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만은 우리가 이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지적했듯,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주택가격 상승의 압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 더 큽니다.
이런 불리한 상황과 맞서 싸우다 실패했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마치 나라를 말아먹기라도 했다는 듯 매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사실 어느 정부가 되었든 그렇게 불리한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믿습니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는 주택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시장에서의 요인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야만 비로소 달성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beatrice

2021/05/15

글 잘 읽었습니다. 주택 보유자가 아니더라도, 또 앞으로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하더라도 주거에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현재 저는 세입자로 살고 있는데 이곳의 관련 법과 제도가 세입자 보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점들을 보면서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는 경우는 3가지 경우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세입자가 월세를 일정기간 이상 안낸 경우, 직계 가족에게 주거를 내주어야 하는 경우, 매매를 해야하는 경우... 이 외에는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매년 월세도 소폭 상승하지만 주인 마음대로 인상할 수는 없고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그 근거를 두고 인상합니다.

한국과 프랑스에 부동산을 보유한 어느 한국인 말씀이 월세 수입으로 보면 프랑스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이익이지만 단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폭은 한국이 훨씬 컸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고 되팔은 수익은 프랑스 부동산투자보다 훨씬 컸다고 합니다.

이곳도 집을 구하기가 아주 힘들고 주거 가격이 비싼 도시 중 하나인데 반면에 빈 집도 많이 있습니다. 없는 사람은 주거가 없어서 문제고 있는 사람들은 집을 가지고도 비어두는 것이죠. 이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씁쓸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무쪼록 주거 안정 정책과 대책이 잘 구비되면 좋겠습니다.

이준구

2021/05/15

유럽에서는 세입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상당히 잘 갖춰져 있는 것 같군
한국에선 그런 제도 도입하려고 하면 시장기능 운운 하면서 난리를 치는데

양종훈

2021/05/17

한국 사람들은 말로만 집값 하락에 찬성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Jeondori

2021/05/17

사실 싱글들이 많은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주택의 필요성을 절감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가족구성원중의 하나가 주택을 소유하지를 않아서 겪는 억울함 내지는 설움같은 것을 체감하지 못하면 굳이 주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저같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산다고 하면서 자유를 만끽하다가 허송세월 하고 정작 이 세상에서 인수인계 다하고 자리를 비워줘야 할 때가 오면 아무것도 남긴게 없고 살다간 흔적도 없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허무한 삶이 되어 버릴 된데요 말이죠. 정말 살아가는 동력은 가족이 있어서 부양의무를 가지고 책임감 있게 살아가면서 생기는 동력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해요
물론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 짧은 행복 , 긴 책임 " 일 지언정 말이죠. 젊은 분들은 어서어서 짝을 만나서 주택의 필요성도 절감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 아닐까 해요. 교수님께서 제글에 어떤 댓글을 다실지 두려워하면서 메모를 클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