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는 쉰 살이면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이제 이재용 부회장도 50살이 넘은 나이로, 천명을 알지 못할지라도 후회할 일은 하지 않을 나이"라며 "설령 후회할 일을 할지라도 반드시 국익을 위한 선택을 져버리지 못할 것"

유림단체 성균관에서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한 탄원서의 일부 내용입니다. 얼마 전엔 한국경영자협회와 조계종에서 같은 입장문을 냈는데 앞으로 어느 단체에서 어떤 논리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할지 궁금해집니다.

년초에 여당 대표가 전임 대통령들의 사면을 건의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을 겪었습니다. 본인은 그게 국민 통합을 이루리라 믿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양 진영 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게 했습니다. 실제로 국민들의 과반수는 여전히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 부회장이 죄질에 비해 지나친 처벌을 받았다는 여론은 한국 사회에 먹히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정, 재계를 비롯해 종교단체까지 저런 성명을 내놓을테죠.

사면을 주장하는 논리는 별로 새로울게 없습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삼성같은 대기업의 총수가 제 역할을 못 해선 안 된다나요. 전쟁 중에 장수를 교체하는 법은 없다고도 합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경제인 사면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70%의 국민들이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답니다.

법률이나 경영에 문외한이 제가 이 부회장이 구체적으로 무슨 죄를 지었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은 것인지, 이 시점에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는게 적절한지를 논리적으로 판단하는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사회가 잘못되어도 아주 잘못되었다는 건 알겠습니다.

이 나라 사법부가 유전무죄의 법칙으로 움직이는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법원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을 참작한다면서 면죄부를 남발한다는건 전국민적인 상식이 아닌가요? 이번 사건의 피고가 피고인 만큼 이번 재판부도 같은 생각을 했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는건, 그만큼이나 범죄사실이 명확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발전에 기여한 정도로는 면죄부를 받지 못할 정도의 중죄를 지었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또한 피고가 항소를 포기했다는 것 역시 삼성그룹이 거느린 최고의 변호인단으로도 판결을 뒤집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헌데 그동안 이 부회장을 변호하던 지식인들의 주장들을 기억하십니까? 이러저러한 이유로 범죄가 될 수 없다고 하는 건 양반이고 국내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해외사례를 끌어오거나 그도 안되면 별의별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그런 궤변들이 법정에서 안 통하자 이젠 대통령한테 사면권을 쓰라고 합니다. 국가비상상황인 만큼 공을 세워 죄를 갚도록 하자는 겁니다. 식상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멘트인데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이게 통합니다.

현재 영어의 몸이 된 이 부회장이 스스로 얼만큼 반성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의 무죄를 주장하던 언론과 지식인들은 전혀 반성의 기색이 없어 보입니다. 판결의 공정성이나 법리적 결함을 따지는 대신 무조건 사면부터 하라는걸 보면 유무죄 여부따윈 애초에 관심도 없었을테죠.

그러니 '이 부회장의 나이가 지천명(知天命)이 넘었으니 국익을 위한 선택을 저버리지 않을 것.' 같은 괴악한 주장이 나온 겁니다. 그렇게 따지면 불혹(不惑)이 넘고서 비선실세에게 미혹되는 일이 없었어야 할텐데요.

이 사회가 대통령 탄핵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얻은 교훈이란, 경제를 위해 기업인들을 무조건 봐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네요. 그럴거면 차라리 그런 내용으로 입법을 하는게 어떻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제를 가지고 좌우파를 따지면서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환멸납니다. 우리 공동체가 지키고자 한 것이 정의나 질서가 아니라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낙수임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는데 무슨 변명이 더 필요합니까?

사면? 좋습니다. 대신 계약서 하나 받읍시다. 삼성이 앞으로 비정규직 제로화, 불공정 거래 타파에 앞장선다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재벌 3, 5 불문율마저 감싸주지 못한 죄를 모조리 탕감하는 대가로는 매우 저렴한것 아닌가요?

넋두리

2021/04/30

죄 지어 갇힌자 다 풀어주고,,,죄 지은 자 잡지 마라

Jeondori

2021/05/01

이재용씨는 중대한 국가경제사범입니다. 그를 사법부조차 왜면한 이유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특권세력들의 법적 잣대가 일반인들과 달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