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닥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올해만큼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도 드물것 같습니다. 유래없는 역병과 경제난까지 겹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와중에 사회, 정치적으로도 막대한 혼란이 발생하였습니다. 더욱 암울한 사실은 작금의 문제들이 단시간에 해결되기란 불가능하고 앞으로 개선될지의 여부도 극히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사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대권에 출마하고 당선되더라도 이 나라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이상 이 문제들을 하루아침에 뚝딱 해결할수는 없습니다.

고작 최저임금을 가지고도 얼마나 갑론을박이 심했습니까? 최저임금을 6천원으로 낮추고 주 근로시간을 70시간까지 연장시키면 어떠한 경제위기도 극복할수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은들 그렇게 실행할수도 없을 것이고 그렇게 한들 경제가 살아나지도 않을겁니다. 저는 이런 시국일수록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국민들의 일자리를 보전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많이 배우신 분들은 거기 별로 찬성해주질 않더라고요. 기업만 챙기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는게 한국의 주류경제학으로 확실히 뿌리를 내린 것 같습니다. 특히 제 고향 지방은 거기 동의하는 사람이 유난히도 많은 탓에 가끔은 정말 이민이라도 가야 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한국 경제는 입법으로서 전에 없던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공정경제 3법과 임대차법이 그것인데요, 당연히 별로 좋은 반응은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계는 공정경제 3법이 기업 규제법이라면서 한국에선 사업을 못 하겠다고 울분을 토하는 중이고 다주택자와 건설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임대차법이 공산주의 악법이라고 합니다.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입법 후에도 부동산값이 안정되질 않으니 시장과 싸워 이기는 정부는 없다, 사유재산 침해를 멈추라, 공산주의는 무조건 파멸이다, 등의 주장이 끊이질 않는데 이걸 근거로 보수세력에선 지금 정부가 좌파독재를 한다고 매도하기까지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공산주의 정부인지는 차지하고서라도 어째서 독재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언급하는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공정경제 3법이란게 뭔지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다른 복잡한 용어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어지간한 국가에서는 다들 시행하는 중이라더군요. 이것 때문에 기업들이 줄줄이 망한다면 그게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바닥이란 증거니까요. 언론과 전문가들이 공정경제 3법을 바라보는 태도는 16년도의 김영란법을 바라볼때와 놀랍도록 흡사합니다. 그런 의견들을 종합한다면 한국은 부정을 많이 저지르고 뇌물수수가 활발해야 경제가 잘 성장한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총선거 이후 임대차 3법이 추진되고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 정부 규탄 집회가 벌어진 이후로부터는 보수지와 경제지에서는 대놓고 독재라는 타이틀이 기사 헤드라인에 박히기 시작했습니다. 아예 어느 일보에선 민주독재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 이후로 미국 인사들의 발언까지 빌려가며 공산주의와 독재 두 단어로 지면 한 칸을 덮어버리는 글솜씨는 정말이지 언제 봐도 경이롭습니다.

비전문가로서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임대차법이 공산주의 법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국만큼 임차인의 권리가 박한 나라도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임차인의 평생주거까지 보장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한국 언론들의 기준으로 보면 그들 국가는 모두 공산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그들은 공산국가가 아니구요.

비록 시기의 적절성 논란은 있겠지만 지금 입법을 완료한 두 법안은 공산주의나 독재라고 볼 수 없으며, 정상적인 자본주의 국가라면 진즉 실행했어야 하는 제도이지 않습니까? 지금껏 이런저런 이유로 외면하고 미루기만 했던 역대 정부/국회들의 직무유기를 성토하긴 커녕 반자본주의니 독재니 하는 비난을 쏟아내는게 말이 되는지요?

그럼에도 외국과 차별되는 한국만의 특성이나 시장원리를 운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연설을 빌리도록 하겠습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 정책에 반해서 살아남을수 있는 시장도 없습니다."

https://youtu.be/wIMcqXzv1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