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계엄사태를 두고 대통령 이하 참모들은 모든게 적법하니까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키니 경고 차원에서 충격요법을 썼다는 식으로 사건 자체를 별거 아닌 일로 만들려는 모양입니다.

여당에서도 정부가 잘못한건 맞지만, 야당의 횡포가 지나쳤다면서 대통령의 입장도 헤아려줘야 한단 식으로 얘기하던데요. 심지어는 이재명에게 권력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옹호하는 국회의원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모든 궤변을 합친 것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변명이 튀어나왔습니다.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은 국민들(?)이 의혹을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선관위로 계엄군을 보냈다는 겁니다.

부정선거라... 20년 총선, 23년 재보궐선거, 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부정을 저질러 이겼다는 그 음모론을 진심으로 믿고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극단주의자들 중에서도 소수만 믿고있는 그걸 전 국민의 관심사인양 포장한것도 기가 막힌데 그런 뜬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려고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무력으로 침범했다는게 저로선 도저히 납득이 안 갑니다.

뭣보다 이번 계엄 자체가 불법에 위헌 소지가 다분한데, 설령 선관위에서 뭔가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한들,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는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걸 모른단 말입니까?

다행히도 선관위 사무장의 말에 따르면 반출된 물품은 없다고 합니다. 그걸 믿을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지만.

그와 별개로 이 정부의 현실인지 능력이 얼마나 참담한지 절로 탄식이 나옵니다.

오죽하면 21대 총선 직후 그런 막가파식 의혹 제기에 이준석씨와 조중동이 나서서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입니다. 그 주장에 털끝만큼의 일리가 있다면 그들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특히 낙선자들이 이의제기를 안 했을까요?

더욱 황당한것은 이런 주장을 담은 영상이 게재 5시간 만에 6만5,000회 이상 조회되었단 점입니다. 누리꾼들은 "부정선거 증거만 확보되면 이번 계엄 목표는 200% 달성", "계엄령이 적절한 조치였고 선관위에 간 것은 신의 한수였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네요.

실제로 부정선거라고 검색한 거의 모든 기사에서 같은 내용의 댓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저 찻잔 속 태풍으로 지나갈 헛된 소리라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게 진짜라고 밀어붙이면서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 73%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아붙일것같단 생각도 듭니다. 그걸 빌미로 계엄을 또 선포할수도 있고요. 이 정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이든 거리낌없이 저지르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