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를 따라가다가 저만치서 환한 보름달이 솟는 걸 보았다.
주위가 모두 이 달을 위해 차려진 무대 같았다.
은은한 흰색의 꽃님, 백작약이었다.
노란 꽃술이 약하게 흔들리고 하얀 꽃잎이 미풍에도 가늘게 떨린다.


원래 호젓한 계곡에 자리 잡고 사는 다년생 풀이다.
키도 제법 크고 꽃은 보름달 처럼 환하다.
주위에는 이 달님과 어깨를 견줄 상대가 없다.
고도가 제법 높은 곳(해발 500 ~800m)에 사는지라 다른 꽃이 자라지 않는다.




옛날에는 여기 저기 산골자기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근래 약효가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꾼’들이 캐 가버려서 웬만한 산에서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단다.
이런 곤경에 빠진 야생화가 한두 종류가 아니니 안타깝다.
광릉요강꽃, 복주머니난초 등.

다음 달에도 귀한 님들을 보러 가는데 걱정이 앞선다.
작년에 본 꽃님이 금년에도 그 자리에 잘 피고 있을지…
그렇거나 말거나 어제는 연초록 숲 속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
<노란 제비꽃>, <보라색 각시붓꽃>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데
배경의 거인들이 웃고 있다.
“그래 지금이 너희들 세상이니 마음껏 즐겨라,
우린 지금 몸 풀기 중이당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