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국가채무가 GDP 절반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올해 1분기 한국은행에서 급전 45조원을 끌어다 썼음이 밝혀졌습니다. 현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며 자랑까지 하던 건전재정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세수펑크인데 정부는 그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강건너 불구경하듯 관망 중입니다. 그저 감세가 결국에는 경제를 살려 재정이 나아질것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따름이죠. 감세가 전 세계적 추세라는 부연설명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낙수효과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고 일부 선진국에서는 횡재세까지 도입하고 있는데 감세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혹자들의 주장은 너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무리한 감세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리즈 트러스 총리가 뼈저리게 보여줬습니다. 또한 세수결손에 대한 우려도 정부 취임 후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언론과 전문가들은 정부의 민간주도성장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둘 것이며, 그를 위해 한두 해쯤 세수결손이 나는 게 별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문제는 그 감세의 효과라는게 언제쯤 나타날지 아무도 설명을 않는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이 감세 = 경제성장이라고는 하는데 그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삶의 질이 나아진다면 경제를 공부할 이유가 없겠죠.

환율과 물가가 전혀 통제되지 않는데 세수마저 부족하다면 정부에 대한 전국민적인 불신으로 이어질수밖에 없고 결국 선거 참패는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재정건전성이라도 좋아졌다면 모를까 훨씬 악화되었습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국가채무는 채무대로 늘고 세수는 세수대로 부족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걸리고 맙니다. 그렇게 되면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도 없어지겠죠.

또 누구는 한국의 조세부담이 너무 불공평하다 합니다. 부유층이 내는 세금이 총 국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대다수 서민들은 낮은 세율로 인해 실질적으로 세금을 안 내고 있다나요. 선진국들은 서민들에게도 중과세를 한다면서 형평성이 안 맞다고 합니다.

허나 모두 아시다시피 이 정부에서 유일하게 더 걷힌 세금이 근로소득세입니다.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은 왜 감세의 대상이 되면 안 되는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선거에서 여당이 패하자 경제신문들은 일제히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도도 못 해보고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고들 합니다. 금투세 상속세 법인세 종부세 부가세 공시지가 등 개혁해야 할 세법이 죄다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되어 기업과 투자자들이 죄다 절망하고 있다는 논조로요.

그들이 원하는 수준의 감세가 정권 초기부터 시행되었다면 세수펑크가 56조원 수준으로 그치지 않았으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법인세율을 22%까지 더 낮추자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세수펑크는 경기둔화에 기인할 뿐 감세정책과 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세수결손이 생기던말던 감세를 포기하지 않겠다면, 그렇게 깎아준 세금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증명을 해 보여야 할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못 하겠지만은.

국무회의의 대통령 모두발언을 들어봐도 지금의 정책이 옳은 길이니 후퇴나 재고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할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대로라면 현 정부는 리즈 트러스 총리의 뒤를 그대로 따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 되면 전 세계가 묻지마 감세의 위험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겠죠.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국회가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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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저 국가결산보고서가 총선 다음날 발표되었다는 것입니다. 국가재정법이 만들어진 이후 어느 정부도 이 보고서를 4월 10일 이후 발표한적이 없었는데 이 정부에서 그 관례를 깬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 보고서를 예년처럼 발표했다면 범야권은 200석을 초과달성할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