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자인 정철승 변호사 허락을 받고 아래 글을 옮깁니다.

존경받는 진보지식인이자 원로이신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님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수석으로 졸업하신 뛰어난 수재다.

1990년 내가 법대 2학년 때, 나는 경제학과에서 이준구 교수님의 미시경제학 수업을 들었는데, 당시 이 교수님은 스마트함과 자신감을 분수처럼 뿜어내는 젊은 교수셨다.

하루는 베블렌 효과를 설명하시다가, 못생겼지만 뛰어난 지성과 언변으로 여성 편력이 심했던 톨스타인 베블렌의 일화를 소개한 후 "유명한 경제학자들은 못생긴 경향이 있지.."라는 농담으로 마무리하셨다.

그때, 학생들 사이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고, 이준구 교수님은 그 웃음의 의미를 깨닫고 한 마디 덧붙이셨다.

"나는 예외야.."

그러자, 강의실 중간쯤에 앉아있던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아닙니다! 교수님도 충분히 유명하십니다!!"

내 기억으로 수강생의 절반쯤은 폭소를 터뜨리고, 절반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던 것 같다. 이준구 교수님은 시치미떼고 앉아있는 나를 한동안 묵묵히 쳐다보다가 물어보셨다.

"자네.. 법대생이지?"

그 스마트함이라니!! 그 일이 이준구 교수님과의 첫 개인적인 인연이었다. 오늘 저녁에 오랜만에 이준구 선생님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다. 아직도 젊은 교수님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벌써 칠순이시란다. 세월이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