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 3가지 방법

1.철저히 인적 청산 처벌(나치 후 독일)

2.처벌하지 않되 조사해서 기록에 남기고 다같이 화해(남아공)

3. 과거가 너무나도 복잡하여 조사해서 처벌하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걸려서 사회가 붕괴되기 때문에 과거는 묻어두고 오직 미래만을 보며 나아가기 (프랑코 이후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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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목의 지적 수준으로 생각하기에, 너무 어려운 문제다. 일제 36년을 거친 우리는 어떻게 해야했을까?

일단 경술국치 당시 귀족 작위를 받은 역적들은 모조리 광화문에서 효수해야 했다. 그런데 의외로 귀족들은 상당수는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가산을 탕진하고 망해버렸다. 일제시대에 죽은 사람들도 많다. 광복 후에도 주류에 속한 귀족들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자손들도 잘 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방후에 정계 주류에 편입된 사람들은 대부분 일제시대에 물적 토대를 쌓고 지적 연마를 거친 사람들이었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곤란하고 애매한 문제다. 아무튼 이 물적 토대, 지적 연마는 이들의 미래를 아주 든든하게 만들어줬다.

여담이지만, 구한말까지 양반들은 사회 클럽이었다. 평민이 족보를 사서 양반들에게 끼려고 해봤자 개망신 당할 뿐이었다. 철저하게 양반들은 그들만의 사교 클럽이었고 대대로 서로가 서로의 집안을 잘 아는 지역 유지 서클이었다.

구한말에 대과에 붙은 나의 몇대조 조상 할아버지의 여동생 할머니 역시 구한말 벼슬하던 집안으로 시집을 가셨는데, 그 집안은 당시에 토지와 재산이 매우 많았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집안은 넉넉하게 살고 있다. 예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그들이 왔는데 아주 잘 산다고 하더라. 재산이 3대를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100년을 버틴다는 게 무척 신기해보였다. 재산 지키는 것도 재능이고 재주다. 또한 나의 고모할머니의 수양아들이 수년전에 장관을 지냈는데, 다 그렇게 인맥과 재산으로 100년을 버티는 것이다.

그걸 보면서 일제 시대에 물적 토대를 쌓고 유학하거나 다른 식으로 지적 연마를 한 것은 친일파인가, 아니면 본능적인 경제활동인가 참 구분하기 애매해진다. 각기 지방에서 꽤 잘나가는 부호일 경우에, 과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일제에 적극적 협력도 하지 않지만 적극적 저항도 하지 않거나, 세상 정세에 무관심하고 재산 지키기에만 일생을 올인한 양반 후손들은 친일파일까 아닐까. 애매하다.

이문열의 지적처럼 해방 후에 친일파를 소수 범위로 좁히고 규정해서 확실하게 소수만을 처단하는 식으로 청산작업을 마쳤다면 그럴저럭 정리가 됐을 수도 있지만, 이사람 저사람 너도나도 다 걸리게 만드는 식으로 친일청산을 하려 해서 그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 결사적으로 저항한 것은 아닐까? 이 또한 나 짧은 지식과 관점으로는 잘 모르겠다.

뭐 어차피 우리 집안이 친일파 아니면 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