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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Princeton의 철학교수 Peter Singer가 쓴 <Practical Ethics>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요즈음 모처럼 약간의 여유 시간이 생겨 책꽂이에 늘 꽂혀만 있던 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Singer는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동물의 권리(animal rights)를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입니다.
그는 이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Princeton에서 그를 교수로 영입할 때도 임용을 반대하는 데모가 아주 심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이고 실험을 한다고 동물을 괴롭히는 일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논증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어 채식주의자가 아닌 나를 조금 괴롭게 만들기는 합니다.
Singer는 개인의 자유와 관련해 J.S. Mill의 <자유론>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That the only purpose for which power can be rightfully exercised over any member of a civilized community, against his will, is to prevent harm to others. ...... He cannot
rightfully be compelled to do or forbear because it will be better for him to do so, because it will make him happier, because in the opinion of others, to do so would be wise or
even right.
이 글의 요점을 정리하자면, 어떤 개인의 자유는 남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본인에게 이롭다거나 혹은 제3자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이유로 그런 행동을 강제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말이지요.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주장입니다.
우리 정부도 예외가 되지 못하지만, 정부는 오지랖 넓게도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할 때는 안전띠를 매라, 도박을 하지 말고 마약도 사용하지 마라 - 이런 종류의 제약 말입니다.
요즈음에는 햄버거와 콜라를 먹지 말라고 말리는 정부까지 등장했습니다.
최근에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기소된 사람에게 어떤 판사가 법률에서 요구한 것보다 훨씬 가벼운 벌칙을 내려 물의를 빚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판결을 한 배경에는 카지노, 경마, 경륜, 복권 등 수없이 많은 도박상품을 국민에게 팔고 있는 정부가 더 큰 악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공공연하게 도박을 권하는 국가라는 '거악'에 비하면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개인은 좀도둑에 불과하다는 논리지요.
나는 강의시간에 정부가 도박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이렇다할 정당성의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말을 종종 해왔습니다.
(판사들을 상대로 그런 내용의 특강을 몇 번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판결을 한 판사가 혹시 내 특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라는 쓸모없는 걱정도 해 보았지요.)
J.S. Mill 이 말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근거에서 그런 믿음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즉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개인의 선택에 의해 도박을 하는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얼마 전 야구선수였던 강병규씨가 도박혐의로 법정에 섰습니다.
그는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남의 돈을 사취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에게 걸려 돈을 잃었는데 처벌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그의 도박행위가 남에게 해를 끼쳤을 리 만무합니다.
정부는 "도박을 하면 네 신상에 해롭다."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처벌했던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앞에서 말한 도박사이트 개설자에 대한 판결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그는 사기적인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남에게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도박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에 대한 비난은 별도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나 단순히 도박에 참여했다 해서 처벌을 하는 것은 정당성의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고 봅니다.
카지노나 경마장에에 가서 돈을 잃으면 아무 문제도 없는데, 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도박을 하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도박행위가 미풍양속을 해치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구차한 변명같이 들립니다.
최근에는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연예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었습니다.
프로포볼은 내시경 등 의학적 목적에서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규정을 어기고 마약과 비슷한 목적으로 연예인에게 투약한 의료인은 마땅히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프로포폴을 맞은 연예인이 처벌되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치 않습니다.
바로 앞에서 말한 도박과 똑같은 상황 아닙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로 없는데, 다만 프로포폴에 중독되면 본인의 신상에 해롭다는 이유로 정부가 사용하지 못하게 강제하고 있을 뿐이지요.
자신의 신상에 해로운 일을 하는 사람을 정부가 나서서 처벌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으십니까?
그렇다면 온 국민이 이런저런 이유로 처벌을 받아야 하겠네요.
걸핏하면 끼니 거르는 친구, 폭식을 일삼는 친구, 운동을 하나도 하지 않는 친구, 운동을 너무 많이 하는 친구, 공부 안 하는 친구, 공부 너무 많이 해 건강을 해치는 친구 - 이들이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한 일이지요.
정부의 오지랖 넓은 태도를 온정적 간섭주의(paternalism) 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정부는 어느 정도 그런 태도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쳐 개인의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박에 대한 처벌과 대마초나 프로포볼 같은 미약한 마약성분의 약물 사용에 대한 처벌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이런 행위를 당장 합법화하자는 주장이 아니고 제약을 가하는 것이 마땅하다면 과연 어떤 정당화의 근거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말입니다.
만약 이렇다할 정당화의 근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서슴없이 폐지해야 할 것이구요.
ps. 참고로 난 도박이나 마약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입니다.
요즈음 모처럼 약간의 여유 시간이 생겨 책꽂이에 늘 꽂혀만 있던 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Singer는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동물의 권리(animal rights)를 주장한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입니다.
그는 이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Princeton에서 그를 교수로 영입할 때도 임용을 반대하는 데모가 아주 심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이고 실험을 한다고 동물을 괴롭히는 일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논증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어 채식주의자가 아닌 나를 조금 괴롭게 만들기는 합니다.
Singer는 개인의 자유와 관련해 J.S. Mill의 <자유론>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That the only purpose for which power can be rightfully exercised over any member of a civilized community, against his will, is to prevent harm to others. ...... He cannot
rightfully be compelled to do or forbear because it will be better for him to do so, because it will make him happier, because in the opinion of others, to do so would be wise or
even right.
이 글의 요점을 정리하자면, 어떤 개인의 자유는 남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만 제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본인에게 이롭다거나 혹은 제3자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이유로 그런 행동을 강제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말이지요.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주장입니다.
우리 정부도 예외가 되지 못하지만, 정부는 오지랖 넓게도 이런저런 이유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할 때는 안전띠를 매라, 도박을 하지 말고 마약도 사용하지 마라 - 이런 종류의 제약 말입니다.
요즈음에는 햄버거와 콜라를 먹지 말라고 말리는 정부까지 등장했습니다.
최근에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기소된 사람에게 어떤 판사가 법률에서 요구한 것보다 훨씬 가벼운 벌칙을 내려 물의를 빚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판결을 한 배경에는 카지노, 경마, 경륜, 복권 등 수없이 많은 도박상품을 국민에게 팔고 있는 정부가 더 큰 악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공공연하게 도박을 권하는 국가라는 '거악'에 비하면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개인은 좀도둑에 불과하다는 논리지요.
나는 강의시간에 정부가 도박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이렇다할 정당성의 근거를 찾기 힘들다는 말을 종종 해왔습니다.
(판사들을 상대로 그런 내용의 특강을 몇 번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판결을 한 판사가 혹시 내 특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라는 쓸모없는 걱정도 해 보았지요.)
J.S. Mill 이 말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근거에서 그런 믿음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즉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개인의 선택에 의해 도박을 하는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얼마 전 야구선수였던 강병규씨가 도박혐의로 법정에 섰습니다.
그는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남의 돈을 사취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에게 걸려 돈을 잃었는데 처벌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그의 도박행위가 남에게 해를 끼쳤을 리 만무합니다.
정부는 "도박을 하면 네 신상에 해롭다."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처벌했던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앞에서 말한 도박사이트 개설자에 대한 판결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그는 사기적인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남에게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도박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에 대한 비난은 별도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나 단순히 도박에 참여했다 해서 처벌을 하는 것은 정당성의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고 봅니다.
카지노나 경마장에에 가서 돈을 잃으면 아무 문제도 없는데, 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도박을 하면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도박행위가 미풍양속을 해치기 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구차한 변명같이 들립니다.
최근에는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연예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었습니다.
프로포볼은 내시경 등 의학적 목적에서만 사용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규정을 어기고 마약과 비슷한 목적으로 연예인에게 투약한 의료인은 마땅히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프로포폴을 맞은 연예인이 처벌되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치 않습니다.
바로 앞에서 말한 도박과 똑같은 상황 아닙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절대로 없는데, 다만 프로포폴에 중독되면 본인의 신상에 해롭다는 이유로 정부가 사용하지 못하게 강제하고 있을 뿐이지요.
자신의 신상에 해로운 일을 하는 사람을 정부가 나서서 처벌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으십니까?
그렇다면 온 국민이 이런저런 이유로 처벌을 받아야 하겠네요.
걸핏하면 끼니 거르는 친구, 폭식을 일삼는 친구, 운동을 하나도 하지 않는 친구, 운동을 너무 많이 하는 친구, 공부 안 하는 친구, 공부 너무 많이 해 건강을 해치는 친구 - 이들이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한 일이지요.
정부의 오지랖 넓은 태도를 온정적 간섭주의(paternalism) 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정부는 어느 정도 그런 태도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쳐 개인의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박에 대한 처벌과 대마초나 프로포볼 같은 미약한 마약성분의 약물 사용에 대한 처벌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봅니다.
이런 행위를 당장 합법화하자는 주장이 아니고 제약을 가하는 것이 마땅하다면 과연 어떤 정당화의 근거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말입니다.
만약 이렇다할 정당화의 근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서슴없이 폐지해야 할 것이구요.
ps. 참고로 난 도박이나 마약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