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의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로 예상된 것이 바로 생태계의 교란입니다.
공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그 불길한 예상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 경향신문은 4대강 16개 보 설치 전후의 수생태계를 비교한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 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미 생태계의 교란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은 4대강사업 후 고인 물을 좋아하는 정수성 어종과 외래어종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서식지 아닌 곳에 뿌리내리는 귀화식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4대강에서 2010년 2880마리가 관찰됐던 정수성 어종이 2012년에는 7435마리가 관찰되어 2.58배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제일 심한 경우는 영산강으로 625마리에서 3150마리로 5배나 급증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현재 영산강은 물고기 5마리 중 3마리(62%)가 정수성 어종인 상황이 되어 버렸답니다.

정수성 어종은 흐르지 않는 물에 사는 것을 좋아하며 오염에 내성이 강한 어종이라고 합니다.
우리 하천생태계의 큰 골칫거리인 외래어종 큰입배스와 블루길도 바로 이 정수성 어종에 속합니다.
이제 4대강이 모두 외래종들의 텃밭으로 변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기사에는 녹색연합 황인철 4대강현장팀장의 다음과 같은 말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정수성 어종의 개체수와 비율이 늘어났다는 것은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유수성 어종에게는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호소와 같은 환경으로 변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고유어종, 특히 보호할 멸종위기종의 대부분은 흐르는 여울에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유수성 어종이다.”

4대강 속뿐 아니라 주변의 생태계도 심하게 교란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서식지가 아닌 4대강 유역에 뿌리를 내린 귀화식물이 한강의 경우 21종에서 32종으로, 그리고 영산강의 경우에는 44종에서 60종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등 생태계 교란종도 발견됐다는데, 강변 정비와 공원 조성을 하면서 귀화식물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는군요.

4대강사업이 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왔다는 지적에 대한 정부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태계 변화를 파악하려면 5~10년 정도의 장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적어도 2014년 정도까지는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군요.
또한 정수성 어종의 증가에는 4대강 사업으로 수량이 풍부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하네요.

물론 장기적 조사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상황이 점차 나빠질 게 분명하지 호전될 가능성이 있나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뻔히 답이 나오는데 그런 말로 책임을 회피하려 하다니요.
그리고 수량이 풍부해졌기 때문에 정수성 어종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물 흐름이 늦어져 호소화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게 분명하지요.

하여튼 정권이 끝날 때까지 거짓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구질구질한 작태를 보이는군요.
이제는 깨끗이 백기를 들어 4대강사업이 중대한 실책이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마당한 일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