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총리가 물러나고 후임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증세를 주장하는 수낙(Rishi Sunak) 전 재무장관과 감세를 주장하는 트러스(Liz Truss) 외무장관이 맞붙었습니다.
경선은 결국 트러스의 승리로 돌아갔는데, 수상에 취임한 그는 경선 때 약속한 300억 파운드의 1.5배에 이르는 450억 파운드에 달하는 감세안을 발표했습니다.
1972년 이래 최대폭의 감세안이었는데, 이것이 발표되자마자 영국 경제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감세안이 발표된 직후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감세로 인한 세수 결손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발표된 감세안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물가를 크게 자극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또한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한 대규모 채권 발행은 영국 정부의 상환 능력에 의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파운드화와 국채 가격의 ‘쌍끌이 폭락’은 시장의 이와 같은 예상이 가져온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취임 후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은 트러스 총리는 애초의 감세안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국내외의 여론이 통제불능 상태로 악화되자 감세안 발표 열흘만에 드디어 백기투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즈(S&P)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취임 초인데도 불구하고 트러스 총리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고작 18%에 이르는 참담한 수준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지지율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네요.)

악화된 여론의 폭풍은 총리 자신뿐 아니라 집권 보수당에게도 불어닥쳤습니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전만 해도 32%이던 보수당의 지지율이 21%로 급격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비해 야당인 노동당의 지지율은 40%에서 54%로 급격하게 솟아올랐습니다.
이와 같은 두 당이 지지율 격차는 1997년 이래 처음 보는 것이라는데, 보수당 내부에서도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개별 국가의 국내 경제정책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경향을 보이는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인플레이션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감세안에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세안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지요.
또한 트러스 정부는 극력 부인하지만, 그 감세안이 부자감세의 성격을 가져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음도 지적한 것이구요.

이와 같은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아무리 뱃심 좋은 총리라 해도 버텨낼 재간이 없겠지요.
결국 연간 소득 15만 파운드 이상에 적용되는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내리려는 계획을 포기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하는 새로운 예산안을 제출함으로써 백기투항하고 말았습니다.
국영방송인 BBC는 이를 두고 트러스 총리의 ‘거대하고 굴욕적인 유턴’이라고 표현했다네요.

감세안의 부분적 철회가 발표되자 외환시장에서의 파운드화 가치가 소폭 반등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보지 않고 파운드화의 추가적 하락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의 조처로 원래 계획했던 450억 파운드의 감세 규모가 고작 20억 파운드밖에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트러스 총리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는 부분은 법인세율을 19% 수준에 계속 묶어 놓겠다는 것입니다.
원래 영국 정부는 법인세율을 19%에서 25% 수준으로 올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러스 총리는 이것을 무효화하고 계속 19% 수준으로 묶어 놓는 예산안을 발표했고, 이 부분만은 자기 소신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이지요.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을 발표하면서 “높은 세율이 노동 의욕과 투자 동기를 약화시켜 영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규모 감세를 통해 노동 의욕과 투자 동기를 부추기겠다는 것인데, 여러분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이 들리지 않으세요?
전 세계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입만 열면 부르짖는 구호인만큼 낯익게 들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내가 『미국의 신자유주의 실험』이란 책에서 분명하게 밝혀 놓았지만 감세정책의 실험은 노동 의욕과 투자 동기를 부추기는 데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 미국 사회에서 보는 극심한 양극화라는 불행한 유산만 남겼을 뿐이지요.
트러스 총리와 보수당이 이런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또 다시 헛된 꿈을 꾸다가 치도곤이를 맞은 셈입니다.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이 영국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는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예상했다면 시장이 그런 반응을 보일 리 없습니다.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훨씬 더 크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파운드화와 국채의 투매행렬에 나섰던 것입니다.
어느 정부라 할지라도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거스르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이번 해프닝을 보면서 이제 감세정책이 마치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겨지던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러스 총리의 굴욕적 유턴이 발표되자마자 우리 정부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나섰다는 사실입니다.
비슷한 시점에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으니까 무언가 켕기는 점이 있었겠지요.
우리의 상황은 영국의 상황과 크게 달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극력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군요.

우리의 감세정책이 그 정도로 위험한 도박은 아니라는 점을 구태여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감세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를 통해 물가 안정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이번 영국의 케이스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듯, 감세정책은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 부추겼지 결코 내리는 요인으로는 작용하지 않습니다.
소위 경제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감세를 통해 물가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식의 무식한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양종훈

2022/10/04

규모의 차이일 뿐 감세 정책인것은 똑같은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 있을까요? 그나마 영국 총리는 여론에 신경은 쓰는 모양이지만 여긴 그런 것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이준구

2022/10/04

감세의 규모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어요

판다독

2022/10/05

https://m.mk.co.kr/news/economy/view/2022/10/875658/

그와중에 매경이 이딴 기사를 써제꼈습니다

KDI "법인세 인하, 국민에게 혜택"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과표 구간을 단순화하는 법인세제 개편이 국민 노후소득 보장에 기여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개인의 주식 투자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가 늘어난 만큼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수록 국민이 받는 이익이 커진다는 것이다. 법인세율 인하를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는 야권 주장에 대해 반박 논거를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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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모두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저런 결론을 낸 걸로 보이는데 이런 터무니없는 가정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법인세가 줄어든만큼을 모두 배당으로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업 감세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Jimmy0202

2022/10/05

판다독 // 맞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유독 배당지급을 꺼립니다. 주주친화적 정책(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물론이고 배당도 쥐꼬리만큼 주니 외국인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유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코스피지수 보면 매번 모멘텀으로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코스피 2000선 돌파했다고 환호하던 게 MB정부 시기인데 지금보면 또다시 2000선에 근접해 있습니다. 상승후 유지를 못하는 것은 법인세라는 특정한 요인보다는 국내외 경제상황, 대외 무역여건과 북한 리스크 같은 매크로 요소가 주가에 더욱 큰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현재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들이 배당을 조금 주는 이유도 다국적기업이기 때문에 원화가 해외로 유출되면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기업 펀더멘털이 약해진다는 이유에서 배당수익률이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인세를 낮춘다면 주가가 상승할거란 보장이 있어야하는데 적어도 국내 주식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DI 경제연구원님이 리포트를 작성하였으니, 저 같은 나부랭이들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외워둬야겠습니다.

제가 최근에 느낀 바로는 부자를 때려잡는다고 해서 서민이 잘사는 것도 아니고, 또 부자를 잘 살게 해준다고 해서 서민들이 훨씬 나아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낙수효과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려면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게끔 하는 구조(?)여야 될 것 같습니다.

사실 불평등의 영향이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바 없고 정치 사이클이 5년이나 10년마다 주기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항상 단기적인 것만 바라보고 정책을 세운다고 합니다. 그리고 불평등의 악영향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엔 이미 너무 늦어서 손을 쓰기가 어렵다네요. 그래도 최근의 스테그플레이션과 양극화는 불평등과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판다독

2022/10/05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게 부의 파이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가는 거면 찬성입니다

산업을 활성화시켜서 해당 산업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부를 가져다준다든가 등으로요

이석기

2022/10/07

대기업의 법인세를 인하하여 투자와 고용 증대로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고 법인세 인하 금액으로
원자절감이 되어 물가인상을 억제 한다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투자를 하지않는 이유가 보유 재원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대기업과 부자 감세로 낙수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부자들이 가지는 용량의 크기가 고정되어 있으야 되는데 부자감세 효과로 위에서 부가 넘치면 서민층으로 흘러가지 않고 대기업과 부자들의 부의 용량이 늘어나 아래로 흐르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낙수효과는 발생할 수 없다고 판단이 됩니다.
소수에게 국가전체의 부가 집중되면 소비위축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1명이 소비할 수 있는 수령은 한정되어 있으며 시장으로 유통되지 않고 축적만 되어있는 부는 경기
침체를 발생합니다. 대기업의 법인세 25%로 R&D 등 투자금액 공제로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율은
18% 정도 입니다. 부자감세는 시중에 유동성을 증가시켜 물가가 인상되어 서민층의 생활을 힘들게
할 것입니다. 로버트 솔로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개인이나 기업의 생산성 중 개인의 기여도는 10% 이며 90%는 사회적 기여도라고 합니다.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드는 정책은 시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답습 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