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차관이 정부 내에서 대학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다고 합니다. 길게 끌지 않고 조만간 결론을 내겠다는데 사실상 등록금 대폭 인상이 예고된 상황입니다.

그러면서도 차관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일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데 정말 기가 차는 노릇입니다.

지난 14년간 대학등록금은 사실상 동결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전국 4년제 일반 대학과 교육대학 194곳의 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 평균은 676만원으로, 사립대학이 평균 752만원, 국공립대학이 419만원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입이 벌어진다고밖에 말할 수 밖에요. 지금껏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무슨 돈으로 저 막대한 등록금을 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과거에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강력히 요구한적이 있었고 정치권에서도 관련된 공약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등록금 부담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졌지, 결코 가벼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건지 아니면 외면하는건지 알 길이 없으나 이번 정부의 인물들은 발상부터가 확실히 남다르긴 합니다.

그간 등록금 동결에 대학들이 순순히 응했던 이유는 정부의 재정지원 때문이었습니다.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규정을 완화하면 대학들은 등록금을 원하는만큼 받으면서도 지원은 지원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 지원도 결국 혈세로 이뤄지는 것인데 학비까지 올려받는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중부담을 지는 것과 다름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동결됐다는 현재 학비 또한, 결코 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한국 직장인 평균 월급이 287만원에 불과하다는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10명 중 3명이 월 200을 못 번다는걸 생각하면 정말 암담합니다. 학자금 대출 받아서 대학공부는 마쳤는데 취업이 안 되서 원금은 커녕 이자도 납부 못하는 졸업생들은요? 학비가 동결돼서 타격이 심각하다는데, 그럼 사회적으로 직장인들 연봉은 얼마나 올랐습니까? 그렇게 따지고들면 예나 지금이나 대학들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겁니다. 자기네들이 보장도 못하는 학생들의 미래를 담보삼아서요.

게다가 물가 환율 금리 등 모든 것이 불안정한 이 시기에 학비 인상을 단행해야 할 이유가 뭡니까? 기업 법인세를 깎아주듯이 학비도 시원하게 좀 깎아주면 안됩니까?

한국 대학등록금은 전 세계적으로도 결코 싼 편이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고 알고 있습니다. 등록금과 대학 수준이 비례한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 대학들은 미국 다음으로 우수해야 마땅할진대, 현실은 세계 100위권 대학 중 한국 대학은 고작 6개에 불과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대학들이 늘어놓는 변명에 귀기울이는게 아니라 비용 대비 효율이 너무 안 나온다고 질타를 하는 겁니다. 부실하거나 방만한 학교에 지원금을 끊어버리는게 어려운 일입니까? 그런데 어떤 정부도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아예 그런 시늉조차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 요구 외에 무슨 노력들을 했습니까? 학문의 질을 어떻게 높이고 경쟁력은 어떻게 높일건지 진지한 반성은 있었습니까?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재정은 없는지, 효율적인 예산집행의 계획이라던지 하는 노력 말입니다. 그 막대한 학비에 정부 지원까지 받으면서도 돈이 없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요?

양심과 실력의 문제를 돈 문제라고 물타기를 하면 마음이 좀 편해집니까?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때, 대부분의 경제학과 교수들이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고 말입니다. 그럼 같은 이유로 대학 등록금 인상에도 반대를 하셔야지요.

요즘도 기업이 어렵고 경제가 어려워서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유연화하자는 선생님들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학교가 어렵다면 스스로 연봉도 좀 삭감하고 연구비도 좀 덜 청구하는 모범 정도는 보이셔야 세상과 제자들 앞에서 좀 할 말이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안 그래도 비싼 대학등록금 인상하자는 분들이 너무 쩨쩨하십니다.

양종훈

2022/06/25

참고로 저는 직업훈련학교를 다닌 덕에 남들보단 학비 문제로 골치는 덜 썩은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