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nomist 지의 Free Exchange난에는 경제와 경제학에 관한 흥미로운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나는 그 글들 중 특히 좋은 것들을 스크랩해서 내 강의의 리딩 리스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홈페이지의 '나의 글-학생들에게' 난에 그 글들이 주제별로 업로드 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미리 경고하지만 이 글들을 읽는 데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각오하셔야 합니다.
경제학의 기초 소양이 어느 정도 필요한데다가 사용되는 영어의 수준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그러나 사전을 찾아가면서라도 어렵사리 읽고 나면 좋은 글을 읽었다는 느낌을 분명 받으실 겁니다.

3월 20일자 잡지에 너무나도 좋은 글이 또 하나 올라와 여러분과 공유하려 합니다.
이 글은 최근에 출판된 비슷한 주제의 책 두 권을 소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 경제학이 과학성을 추구한다는 명분으로 경제분석에서 도덕성(morality)을 배제하고 오직 이기심만을 강조함으로써 초래한 부정적 결과가 이 두 책의 공통 주제입니다.

하나는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의 총재를 역임한 Mark Carney가 쓴 “Value(s)”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유추구에만 몰두하는 시장경제가 몰인정한 세상을 만들고 결국 사회의 안정성까지 흔들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의 논리를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Minouche Shafik이 쓴 “What We Owe Each Other”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제도 앞서의 책과 비슷한데, 글로벌 경제의 진전이 이 세상을 비교적 정의롭게 돌아가도록 만들어 왔던 여러 제도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합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이웃들과 사회에 대한 의무를 망각하게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해 주듯,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빚을 진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주위 사람들의 협력이 없으면 어느 것 하나 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웃들 그리고 사회에 대해 마땅히 져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잊어버리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 Shafik의 주장입니다.

나는 Amazon에서 이 두 책을 이미 주문해 놓았습니다.
다 읽고 나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자세한 독후감을 올릴 테지만, 오늘은 일단 The Economist의 기사를 중심으로 그 책들이 주장하는 바를 간략하게 소개해 볼까 합니다.

신자유주의 이념이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후 시장은 거의 신격화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정부는 악덕이고 시장은 미덕이다.”라는 신자유주의의 구호는 일반 사람들에게까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Adam Smith를 자신들의 정신적 스승으로 치켜세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Smith의 “국부론”에는 사람들의 이기심(self-interest)이 이루어낸 위대한 성과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 만드는 사람, 맥주 만드는 사람 그리고 푸줏간 주인의 이기심 덕분이지 그들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는 설명이지요.
시장근본주의자들은 Smith의 이 말을 인용해 이기심에 기반을 둔 시장 메커니즘을 정당화하고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Smith에 대한 정당한 해석이 될 수 있을까요?
이 두 책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Smith가 말한 이기심은 시장근본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많은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이 두 저자들이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 Smith는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상호공감’(mutual sympathy)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호공감이란 기본적으로 말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의미지요.
사람들은 이 상호공감에 기초해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또한 이 상호공감은 시장을 비롯한 여러 사회제도의 기초를 형성하게 됩니다.

Smith가 말한 이기심은 이 상호공감의 틀 안에서의 자신의 이익 추구만을 의미할 뿐, 무제한적인 사사로운 이익의 추구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시장의 논리가 사사로운 이익의 무제한적 추구를 정당화해준다고 하는 것은 Smith의 말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오독(誤讀)에 해당합니다.

Carney는 사람들의 이기적 행위가 사회의 후생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상황에 따라 이기적 행위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사로운 이익의 무제한적 추구가 언제나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Carney는 경제학 연구에서 도덕성을 배제해 버린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사사로운 이익의 추구를 당연한 것으로 보고, 이에 기초한 모든 행위를 정당하다고 보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도덕성의 관점이 실종된 나머지 사사로운 이익의 추구가 무조건적으로 정당화되는 결과를 빚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21세기의 자본”으로 유명해진 Thomas Piketty는 최근 쓴 “Capital and Ideology”라는 책에서 현대 사회를 ‘초자본주의’(hyper-capitalism) 사회라고 불렀습니다.
자본의 논리와 이윤의 추구가 극단으로 흘러 돈만이 유일한 목적이고 다른 가치는 개입할 여지조차 없어진 세상을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 Smith가 강조한 상호공감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맙니다.

그런데 돈만이 유일한 목적이며 다른 가치는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 세상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Carney는 돈만이 유일한 목적이 된 사회에서는 큰돈을 벌 수 있는데도 선한 의지로 인해 그 기회를 넘겨 버리는 사람은 모범 시민(model citizen)이 아니라 ‘패배자’(loser)로 낙인찍히기 일쑤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은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코로나 관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을 때 99%가 넘는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 갔습니다.
99%라면 상당히 부유한 사람들도 분명 끼어 있을 텐데, 불과 몇 십만원의 이익조차 포기하면 자기만 바보가 된다고 생각했겠지요.
그러니까 그 돈이 좀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데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겁니다.

때때로 불거지는 전월세대란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 임대주택 시장의 상황이 임차인보다 임대인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난한 세입자의 처지를 헤아려 전월세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나만 바보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려 부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는 바로 이런 분위기가 지금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들고 있는 주택 가격 폭등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주택이 가장 좋은 재테크의 수단이라는 사실에 한 점 의문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주변 사람들이 주택 사재기로 큰돈을 벌었다는 말을 들으면 나 역시 “나만 바보 아닌가?”라는 생각에 빠질 때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주택 사재기 대열에 합류하고 그 결과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자기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사회의 신뢰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립니다.
이렇게 사회적 신뢰의 기반이 무너져 버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선뜻 남과 협조하고 남에게 양보하려는 태도를 갖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바로 이런 상황이라는 생각이 나를 절망하게 만듭니다.

이상론인지 모르겠지만, Carney는 그 자체로 좋다고 생각해 선한 일을 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지금 소개하고 있는 The Economist의 기사 제목이 “For Goodness’ Sake”로 붙여졌을 겁니다.)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지도층이든 서민이든 모두가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 아닙니까?

이와 같은 상호공감의 실종과 사회적 신뢰 기반의 붕괴가 바로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위기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주택 가격 폭등은 이와 같은 근본적 문제가 겉으로 불거져 나온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이 두 저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사사로운 이익의 추구가 과연 어느 범위까지 정당화될 수 있느냐에 대해 다시 한 번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믿습니다.



앱클론

2021/04/19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교육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아이들은 그저 공부를 잘하여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기업에 들어가 요직을 꿰차는 것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기업들도 대부분 시그널링(signaling)을 통해 채용하기 때문에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으면 탈락하기 일쑤입니다.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 강남 대치동의 학원가, 명문대 등 오로지 학벌을 위해서만 달리고 뒤쳐지면 도와주는 것이 아닌 루저라고 지칭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를 이겨야만 자기가 일어선다는 것을 알게 모르게 습득하며 자랍니다. 그에 따른 보상으로 우월감이나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라도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학교를 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진 참 익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한국인들은 "갑질"을 혐오하지만 조금이라도 갑의 입장에 위치하게 되면 그 누구보다도 "갑질"을 즐겨하는 행태를 보입니다. 유년시절 교육이 반영된 셈입니다.

덕(德) 보단 지식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 말로만 규범성을 중시 하며 정작 본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그 규범을 잠시 덮어두는 이기적이고 추악한 사회. 그 해결의 실마리는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교육체계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양종훈

2021/04/19

아담 스미스가 오늘날의 보수 경제학자들이 보이지 않는 손 운운하는걸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합니다

Jeondori

2021/04/19

제 생각에는 정치세력이나 전두환 군사정권세력등의 세력들에 의해 우리사회에서 권력집단은 신뢰를 잃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사회지도층의 대국민 신뢰회복이 우선인데........ 다들 내로남불이니 ..... 저나 교수님 같은 사람들은 바보취급받는 세상이 되어 버린거지요.....썩어 문들어진 경제체질의 속살을 도려내지 않고 그대로 둔상태에서는 더이상의 발전이 요원한 것 아닌가요? 저도 요즘 흔들립니다.
20대 30대들에게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서 얼굴을 못들겠어요
원활한 상호공감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신뢰가 우선인데.... 그게 안되는 이유가 뻔한거지요 ^^

KMOOC땡큐

2021/04/19

양종훈 // 그렇게 평등 분배 강조하시던 자칭 좌파 경제학자들이 저지른 내로남불이 더 역겹네요 ㅋㅋ

양종훈

2021/04/19

KMOOC땡큐 // 네~~~네~~~

Jeondori

2021/04/19

KMOOC땡큐씨 곡해하지 말아요 나를 얼마나 안다고 그래요? 내글 뒤에 댓글 달지 말아요 KMOOK씨는 ..........

KMOOC땡큐

2021/04/20

Jeondori // 물론 제가 님보다는 아는게 없을수도 있지만,
ㅋㅋ 장하성 김상조 그렇게 소득주도 떠들더니 빤쓰런하고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저렇게 보수보수하는거 보면, 내년 대선에서도 깨질것 같아 걱정되네요^^

튀폰

2021/04/20

KMOOC땡큐// 분탕질치느라 애쓰네요

넋두리

2021/04/20

일부 댓글들이 교수님의 좋은 말씀을 훼손시키는 것 같네요,,,,자제와 절제를 해주시길,,,

DLLLLD

2021/04/20

문제는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 강남 대치동의 학원가, 명문대 등 오로지 학벌을 위해서만 달리고, 달린 공부잘하는 청춘들이 막상 선망하는 대기업, 공기업, 관공서에 들어가서는 아주 저급한 일을 한다는 겁니다. 그냥 회사가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양 청춘들이 소비당하고 있는겁니다. 전부가 그렇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솔크라테스

2021/04/20

KMOOC땡큐// 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겠으나 대놓고 하는 것과 위선적인 것 어느 것 하나 좋은 게 아닙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쓰신 글에는 님께서 말씀하시는 좌와 우 모두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요?
이글에서 굳이 좌우를 나누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스트로크

2021/04/21

KMOOC땡큐 // 뭐 한다고 여기까지 와서 분탕질을 하세요~ 여기서 그러지 마시고 자주 가시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시는게 어떨지요?? ㅎㅎ
여기는 교수님과 제자분들이 토론을 나누고, 교수님의 글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모여서 토론을 하는 건전한 게시판인데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타인의 의견을 짓밟는 댓글을 남기시는지 모르겠네요.
토론이란 상대방을 존중하고 의견을 경청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