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판에서 여러 책을 추천해 왔는데, 특히 보람있게 생각하는 것은 내 제자들이 쓴 책을 추천하는 경우입니다.
스승으로서 제자들이 '청람'의 자질을 보였을 때 제일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수형 교수도 학부 시절 내가 가장 아꼈던 제자 중 하나입니다.
재학생 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재부에서 활약하다 홀연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유학을 떠났던 친구였습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다음 메릴랜드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가르치다가 몇 년 전 우리 대학(국제대학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문분야가 노동인지라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져오던 터에 그 동안의 생각을 정리해 드디어 이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 책의 추천사를 썼기 때문에 이걸 그대로 아래에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큰 걱정거리인 출생률의 급격한 하락이 교육과 밀접하게 끈 닿아 있는 현상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이 낳고 교육시키는 일이 이렇도록 어렵다 보니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풍조가 온 사회에 퍼져나간 것 아니겠습니까? 예전에는 하루하루 먹고살기가 큰일이다 보니 자식들 교육에 올인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교육 문제 때문에 아이를 낳기가 무섭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지요.

나만 해도 사교육 없이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세 관문을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그때는 중학교 입시가 있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입시지옥에서 허덕여야 했었지만, 사교육은 부유층 자제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행학습을 시킬지 말지 혹은 무슨 사교육을 시켜야 할지 등으로 난리굿을 피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 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해야 하는 세태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 교육은 어떤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느냐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말까지 들리고 있습니다. 거기서 맺어진 학부모들의 연대가 나중에 사교육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데서 그런 말이 나왔다고 하는군요. 약간 과장이 섞인 말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거짓말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일부 부유층이 벌이는 게임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게임에 참여할 처지가 전혀 되지 못하는 가난한 학부모가 이로부터 견디기 어려운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자기 자식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 망연자실한 심정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주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는 젊은 부부는 그럴 바에야 아예 아이를 낳지 말자는 결심을 하게 되겠지요.

이 세상 부모는 모두 자기 자식이 나중에 커서 번듯한 직장을 갖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겁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우선 이름 있는 대학에 들어가야 할 텐데, 문제는 거기로 이르는 길이 너무나도 복잡해 도대체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대학 입시를 염두에 둔 준비를 해야 한다는데, 과연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소상하게 알고 있는 학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서민 계층에 속하는 학부모들을 제일 답답하게 만드는 일은 바로 이와 같은 정보의 부재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서민 학부모들은 영혼이라도 팔아 돈을 끌어 모아 자식 교육에 쓸 용의를 갖는 높은 교육열의 소유자들입니다. 교육비 대느라 먹고 입는 것조차 줄이는 학부모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러나 교육에 쓸 돈을 간신히 마련했다 해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른다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일 것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려 내 아이들 키울 때만 해도 자식 교육이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선행학습을 시킨 적도 없고 사교육도 거의 시키지 않았습니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내가 무척 무책임한 학부모였지 않았나라는 느낌까지 들지만, 그 당시에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나와 비슷했으리라고 짐작합니다. 그런데 몇 십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고 정보가 없으면 대학에 이르는 길고 복잡한 길을 헤쳐 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학부모들이 안고 있는 바로 이 정보 부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라는 책 제목은 자식의 교육 문제로 애를 태우고 있는 학부모들에 대한 연대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이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자는 저자의 외침에 강한 공감을 느낍니다. 이 책 하나로 완전한 해법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하면 해법에 이를 수 있는지에 대한 시사점은 충분히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자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자녀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 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학입시가 마치 최종목표라도 되는 것처럼 이에 올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직업의 선택이 최종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 맞게 될 사회경제적 환경을 미리 전망하고 미리 대비해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국내외적으로 일자리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준비를 해두어야 사회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삶을 위해 이제부터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를 설명하는 제3부에서 저자의 독특한 교육관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학부모들은 공부만이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부 이외의 여러 요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자녀를 예의범절과 에티켓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입만 열면 공부, 공부를 외치는 우리 사회의 학부모들이 이 점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현실적 이슈에 맞서는 지혜를 설명하는 제4부였습니다.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할까라는 도발적 주제에 대한 논의로부터 출발하는 이 부분에서 저자는 공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서슴없이 펼쳐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자신의) 취미는 공부이고, 특기는 시험을 잘 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를 직접 가르친 바 있는 나로서는 그가 ‘공부의 달인’이라는 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부의 달인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공부에 관한 갖가지 지혜를 쏟아놓은 이 부분에서 책을 읽는 학부모들이 많은 실용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시험성적을 올리는 전략에 대한 저자의 친절한 가르침은 학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학생시절 시험공부 방법이 잘못 되어 실패를 경험해 본 나로서는 시험공부 방법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에게 강한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반드시 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당장 자녀 교육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용적인 조언들은 자녀 교육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치밀하고 섬세한 필치로 교육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진솔하게 말해 주고 있는 이 책은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할 수 있는 수작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부라카타부라

2023/07/23

이수형 교수님 유튜브로 알고 있던 분인데, 교수님과는 사제지간이라니 부럽습니다. 어제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로 종각에 다녀왔습니다. 제 자식을 위한다면서 다른 사람의 안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한국의 교육 문화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겸 꼭 읽어보겠습니다.

이준구

2023/07/23

그 서이초 교사 참 안 되었어요
소위 사회지도층을 자처하는 학부모들의 횡포가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애그

2023/07/24

서이초 선생님 사건 관련하여 저도 학부형으로서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ㅠ_ㅠ 선생님들도 엄연한 직장인이라는 것을 알고 최소한의 공감이나 예의를 갖춰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학부모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맞벌이를 한다면 대체로 밤 늦은 시간에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내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학부모가 직장 상사도 아니거니와 직장 상사가 밤 늦은 시간에 업무든 업무가 아니든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해보십시오. ㅡㅡ;;;;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서도 부유한 동네에 살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고, 평일 낮에 남들 본업에 충실하느라 바쁜 시간에 본인들은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인생을 오롯이 자녀교육에 몰빵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일부 몰지각한 사람이 만들어낸 비극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은 항상 많고 세상의 모든 일처럼 내 뜻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는데,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책 잘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일잠수함

2023/07/25

애그 /
먹고 할 일 없는 젊은 여성들... 그러니 초등학부모 정도 키우는...

괴롭힘 문화 대상이 교사가 된 거라는 말도 있더군요...

요즘은 남 괴롭히면서 쾌락 느끼고 사는 사람들도 많은 세상입니다
놀랍게도요...
@@

일베충 문화도 그 중에 일종일텐데...

하여간 지구 끝까지 쫓아가면서 괴롭힌다고...는 마음 자세라고

놀랍죠 ???

초중고교 서 아이들끼리 그렇게 괴롭힌다고 합니다

sns 같은 거 그래서 안하는 게 좋다고...

찍히면 계속 따라다님서 괴롭힌다고...

세상 정말 이해 할 수도 이해도 안되는 행동하고 사는 사람 많은 세상입니다
에너지를 그렇게 쏟을 곳이 없나봐요
파괴적 에너지로 그렇게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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