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76년 8월 프린스턴대학(Princeton University)에 유학을 가서 4년 동안 거기서 공부했습니다.
그 당시 캠퍼스에서의 내 동선은 경제학과 건물인 디킨슨 홀(Dickinson Hall), 중앙도서관인 파이어스톤(Firestone) 도서관, 그리고 학생회관 세 군데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나와 점심 식사를 하러 학생회관 쪽으로 향하면 늘 왼쪽(위쪽) 사진에 보이는 어떤 인물의 동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목회자로 미국으로 건너와 프린스턴대학의 총장으로 부임한 위더스푼(John Witherspoon)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가 재임한 기간은 1768년에서 1794년으로 미국 독립전쟁이 벌어진 시기와 중복되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300년 정도 전에 프린스턴에 발자취를 남긴 총장이었던 그를 기리기 위해 캠퍼스의 거의 중앙에 이 동상을 세운 겁니다.

그는 목회자와 대학 총장 중 유일하게 독립선언(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에 서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애국자이며 총장, 그리고 목회자로서의 공헌을 기리는 의미에서 이 동상을 세웠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나는 프린스턴 유학시절 거의 매일 그의 동상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이런 동상 설립의 취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최근 프린스턴 대학 동창회보에 이 동상에 관한 놀라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습니다.
철학과의 교수와 학생이 주동이 된 청원이 대학 당국에 제기되었는데, 이 동상을 철거하거나 다른 데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공헌은 인정하지만 노예제를 지지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그의 동상이 캠퍼스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에서지요.
그는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뉴저지주에서 노예제를 폐지하자는 안이 제기되었을 때 이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노예제 지지의 경력은 프린스턴 대학이 추구하는 휴머니즘(humanism)이라는 목표와 상반되기 때문에 그 동상을 철거하거나 최소한 비교적 외진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 청원인들의 주장입니다.
이 문제는 대학의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이 나야 하지만, 캠퍼스 안에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프린스턴대학에서는 이미 몇 년 전에 이와 비슷한 성격의 사건이 터진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미국의 28대 대통령이었던 윌슨(Woodrow Wilson)은 프린스턴대학의 교수와 총장의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이 하바드대학의 자랑이라면, 윌슨 대통령은 프린스턴대학의 자랑처럼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린스턴대학에는 ‘윌슨’이란 이름이 붙은 곳이 여럿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우드로우 윌슨 행정대학원’(Woodrow Wilson School of Public and International Affairs)이었습니다.
1930년에 창립된 행정대학원은 1948년 윌슨 대통령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그렇게 바꾼 것이었지요.
나는 유학시절 매일 아침 오른쪽(아래쪽) 사진에서 보는 그 대학원 건물을 지나쳐 경제학과 건물로 걸어 다녔습니다.

그런데 2015년 Black Justice League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윌슨의 인종차별적 사고와 정책을 이유로 들어 행정대학원 이름에서 그의 이름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는 총장 시절 흑인 학생의 입학을 불허했으며 연방공무원 조직에 인종분리 조치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몇 년 동안의 논란 끝에 2020년 6월 대학 이사회는 윌슨의 이름을 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행정대학원의 공식 명칭이 Princeton School of Public and International Affairs로 바뀌었습니다.

윌슨이 프린스턴대학의 총장으로 재임한 기간은 1902년부터 1910년까지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에 총장으로 재임한 사람의 성향이 문제가 되어 급기야는 대학원의 이름까지 바뀌는 소동이 벌어졌던 것입니다.
최근 문제되는 위더스푼은 거의 300년 전에 총장을 역임했던 사람이구요.

나는 프린스턴대학 동문의 한 사람으로 이 대학에서 일어난 이 두 사건과 관련해 일종의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몇 백 년 전에 일어난 일까지 문제를 삼아 철저한 ‘역사 바로 세우기’의 모범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친일청산 문제가 등장하면 언제 때 얘기를 끄집어내어 괜한 사람 망신을 주려고 하느냐는 불평이 쏟아져 나오지 않습니까?

미국 대통령까지 역임한 윌슨 대통령은 한때 프린스턴대학의 자랑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람조차 문제점이 드러나면 가차 없는 청산의 대상으로 삼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공이 많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의 친일행각을 눈감아 주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어떤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그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솔한 사과를 한 후에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나는 우리 사회에서 친일행각을 한 사람들 중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에게 역사의 단죄를 내리지도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넘겨버린 상황입니다.

프린스턴대학의 단호한 태도에 비추어 보면, 백년이나 된 과거의 일로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습니다.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끌어가 욕을 보이고, 아무나 강제로 동원해 가 보수도 제대로 주지 않고 부려먹은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는 백 년이 아니라 천 년이 지나도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일입니다.
자기네들이 조작해 만들어놓은 자료들에 의거해 그런 일 없었다고 우기기로 일관하는 일본정부에게 관용을 베풀어 보았자 우리만 우스운 사람이 되어버릴 뿐입니다.

양종훈

2023/05/16

그걸 구국의 결단이라고 열심히 변호해주는 집단이 있잖습니까. 그들을 제대로 단죄 못한 국민들도 같은 시대의 죄인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판다독

2023/05/16

학살자를 좋다고 빨아주는 집단들도 있죠

Jeondori

2023/05/17

친일행적의 과거가 있는 사람들의 후손들은 정부 고위직이나 고위 공무원으로 임용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정말 대우받아야 할 후손들은 기억속에서 잊혀져 역사속으로 사라져가는 느낌이고 , 엄한 친일후손들이 그 재산이나 후광을 입어 큰소리 치는 세상이니 어이없을 따름 입니다.

일본인들도 우익세력이 아닌 사람들은....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일전에 말씀 드렸다시피 우리는 용서할 수 있는 우위적 입장국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 일본인들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새로운 관계를 수립해서 21세기를 열어나가는 진정한 이웃나라로 거듭나는 협력국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석기

2023/05/18

36년동안 식민지배에 의한 우리국민들의 고통, 동학혁명때 무고한 농민학살, 강제징용, 위안부
그러한 민족적 피해의 역사는 100년.1,000년 만년이 지나도 기억을 해야 합니다.
경제협력는 한일간 상호 필요에 따라 현재대로 진행을 하면 됩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따라 우리나라도 일본과 대등하게 군사력을 증강
시켜야 합니다. 일본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 입니다. 언제 독도를 침탈하고 독도를 넘어 또 침략을 할 수 있는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잠탱이

2023/05/19

현 대통령의 생각은 도대체 1퍼센트도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무슨 교육을 받고,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뭘 먹고 자라면 저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 될까요?
진짜 대통령실 이전 행위부터 하는 짓마다 화가 부글부글 끓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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