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최대의 실정이 부동산정책의 실패라는 데는 거의 이의가 없는 것같이 보입니다.
전후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결과만을 보았을 때 그와 같은 평가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대 정부 중 단기간에 그렇게 빨리 주택가격이 급등한 전례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비록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주택가격 폭등을 막으려 안간힘을 썼다는 사실입니다.
이 점에서 본다면 주택가격 상승을 오히려 부추겼던 MB, 박근혜 정부 그리고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와 결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사태를 가져온 데 대해 문재인 정부가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에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요.

어제 발표된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이제 명백하게 드러났지만, 그동안 일어났던 주택가격 폭등의 숨은 일등공신은 바로 국힘당이었습니다.
야당 시절 국힘당은 관중석에 앉아 문재인 정부가 갖가지 부동산대책으로 헛발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즐겨왔습니다.
그 덕에 오늘날 정권을 장악하게 되었구요.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 보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도대체 약발이 먹혀들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국힘당의 기회주의적 태도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종부세율을 최고 6% 수준으로까지 올렸는데도 왜 다주택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을까요?
만약 이 구도가 앞으로 몇 십년 동안이라도 계속된다는 예상이 있었으면 그들이 그 무거운 세금부담을 감수하고 버틸 수 있었을까요?

국힘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세금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종부세를 크게 낮춰주겠다.”라는 말로 다주택자들의 환심을 사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다주택자들은 “한 두 해만 버티면 좋은 세상이 올 것이다.”라는 기대를 했을 것이고, 따라서 보유세 중과는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었던 것입니다.
국힘당이 집을 팔지 말고 계속 버티라는 시그널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국힘당은 공급의 확대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근거에서 세금 중과로 투기열풍을 막으려는 문재인 정부에 훼방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공급의 확대는 장기적인 과제이며 단기적인 주택가격 급등은 투기수요가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데 한 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공급측 상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최근 주택가격 급등세가 멈칫한 게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그 단적인 이유는 주택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기세를 보이면서 투기수요가 한풀 꺾였기 때문입니다.
지지율이 고작 30% 정도인 윤석열 정부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갑자기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비책을 썼을 리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정부가 아무런 노력도 기울지이 않았는데 주택가격 급등세가 진정된 상황은 15년 전 MB정부가 들어섰을 때의 상황과 너무나도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는 사람들은 세금으로 투기수요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그러나 나는 세금 중과만이 투기수요를 잡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주택투자의 비용-편익 분석과정을 보면 내가 왜 그런 확신을 갖고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주택투기’라는 말을 쓰고 싶지만 자신은 투기를 한 게 아니라는 다주택자의 항변을 받아들여 ‘주택투자’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쓰려고 합니다.)

주택투자의 비용은 주택 구입가격에 금리, 그리고 세금 부담을 더한 것과 같습니다.
(자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경우라도 금리에 해당하는 기회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보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주택투자의 편익은 주택 판매가격에 임대료 수입을 더한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주택투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아래와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주택투자 수익 = 주택 판매가격 + 임대료 수입 - 주택 구입가격 - 금리 - 세금 부담

주택에 대한 투기를 막으려면 주택투자로부터 기대되는 수익을 줄이는 것인 관건인데, 위의 식 우변에서 정책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어느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처음 세 개의 변수는 정부가 전혀 손댈 수 없는 영역에 속하며, 단지 금리와 세금 부담만이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입니다.
그런데 금리는 거시경제적인 관점에서 관리되고 있어 쉽사리 손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 부담만이 유일한 정책변수로 남는 것입니다.

다주택자에게 무거운 종부세 부담을 지워 비용을 크게 늘린 상황에서도 또다시 주택을 사재기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그러나 야당이 집권하고 종부세 부담이 종이짝처럼 가벼워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을 때는 경우가 달라집니다.
보유세 중과에도 불구하고 다주택 소유자는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니까요.
바로 이 구도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에서 대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었던 정황입니다.

앞에서 주택시장과 관련된 지금의 상황이 15년 전 MB가 정권을 잡았을 때와 아주 비슷하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주택가격 급등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초기대응도 그때와 너무나도 비슷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MB정부는 오히려 애써 정비해 놓았던 투기억제장치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 나가지 않았습니까?
긴 안목에서 보면 그런 분별없는 정책이 오늘날의 비극을 잉태한 씨앗이 되었던 것이구요.

내가 보기에 MB 따라하기에 열중인 윤석열 정부는 그와 같은 근시안적인 정책기조를 답습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어제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의 대폭완화가 또다시 투기바람을 일으키지 않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기재부장관의 발언을 보면서 악순환의 새로운 시작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도 현재 수준으로 폭등한 주택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입니다.
어제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이 질문에 대한 그들의 답이 “예”라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신문들은 어제의 세제개편안 덕분으로 평균적인 직장인이 연 83만원의 세금절감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을 대서특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유층 다주택자들에게는 몇 천만원 심지어 몇 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세금감면 혜택을 주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부자감세가 우리 사회에 과연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네요.

비록 5년 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주택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아져야만 합니다.
지금처럼 주택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은 전체 인구의 40%가 넘는 무주택자들에게 극심한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의 급속한 증가가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투기수요의 억제가 주택가격 안정의 필수적 조건입니다.

윤석열 정부 주택정책의 첫 단추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의 대폭 경감으로 끼워진 것은 무척 불행한 일입니다.
이제 시장에 급매물로 내놓은 다주택자들의 주택은 다시 거둬 들이기 시작할 것이며, 힘들게 찾아온 주택가격 안정세는 언제라도 다시 상승세로 바뀔 수 있습니다.
투기수요 억제의 핵심적 장치가 사라지고 나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주택가격의 하향안정화는 더욱 먼 꿈이 되어 버릴 테구요.

다주택자들을 투기꾼으로 매도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주택을 사재기해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주택의 매력이 떨어지지 않는 한 투기적 수요는 잠들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의 중과는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핵심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의 배경자료에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것을 가리켜 '종부세의 정상화'로 표현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구별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보여서요.

아직도 주택시장이 완전한 안정기조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 대폭 경감 조치는 졸책(拙策) 중의 졸책입니다.
간신히 안정기조를 찾아가는 주택시장에 또 다시 기름을 들이붓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조처가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목표와 정반대되는 대척점에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 대폭 경감은 부자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어줄 뿐 서민들에게는 손톱만큼의 이득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이 너무나도 뻔합니다.
오히려 서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부자들이 덜 내는 세금을 대신 더 내야 할 뿐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이 그들을 더욱 어려운 처지에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열렬히 지지해 준 사람들에 대한 보은도 중요할지 모르지만,힘없고 돈없는 서민들의 아픈 데를 어루만져주고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대통령으로서의 책무가 아닐까요?

판다독

2022/07/22

과거 투기적 가수요로 집의 수요 자체가 높아진 것처럼 보이니,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야한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은행에 빚을 지면서까지 집을 샀고, 그 결과로 가계부채 1000조를 훌쩍 뛰어넘었죠

가계부채가 어떻게 터질지 저도 모르겠는데 당국은 자신 있나봅니다

꼬꾸아빠

2022/07/22

기업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 듯 정치인은 권력 획득이 목표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자당의 인기를 높여 정권을 획득하는 것보다는 경쟁자의 인기 하락으로 인한 정권 획득을 더욱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논리라면 투기적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 정책에 여야가 합의할 리 만무합니다. 협조하는 순간 상대방의 인기가 높아져 권력을 획득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투기적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이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을 수 있으니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투기적 주택 수요 억제와 해제가 반복될 확률이 제가 보기에는 많아보입니다.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인 줄 알지만 답답한 마음에 제안해 봅니다. 금통위라는 경제 전문가들이 정책 금리를 결정하는 것같이, 독립성이 보장되는 조세 정책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재정 정책을 관장하게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정치적 경제순환처럼 투기 억제 정책과 해제 정책이 반복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현실성 없는 아이디어라는 것을 저도 알고 있으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애그

2022/07/23

저도 이번 세제 개편안을 보고 경악을 금지 못하고 분노하였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올려도 시원찮을 판에 세금깍아주면서 '정상화'라는 표현을 쓰질 않나....
법인세도 깍아주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말을 하지 않나....

4억짜리 집이 14억이 됐다가 12억으로만 떨어져도 무슨 큰일이 난것처럼 난리난리인데 정말 다주택자들 세금을 깍아주면서 정상화라는 표현을 쓰는거나 거기에 동조하여 좋은 기사만 써주는 언론들을 보면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ㅠ_ㅠ 이런게 누적되면 겉잡을 수 없는 빈부격차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텐데.... 지금도 그 문제가 사소한 것이 아니지만 그 문제를 못키워서 안달인거 같습니다.

기재부장관은 부모가 돌아가셔서 갑작스럽게 2주택자가 된 "벼락 다주택자"들의 억울함도 없애겠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의 억울함이 정부가 보듬어줘야할 억울함인가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양종훈

2022/07/23

이미 국운이 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사자

2022/07/23

프랑스대혁명 같은 상황이 와야 되지 않나요?

이준구

2022/07/24

이 정부는주택가격 안정에 대한의지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석기

2022/07/24

교수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부동산 정책은 장기적 일관적 지속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대폭 완화하여 시행을 하고 있으니 주탹가격 안정화 정책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김민직 레오

2022/07/27

네, 교수님 말씀이 맞습니다. 부동산은 공급이 비탄력적이기에 정책시차가 큽니다. 따라서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이 중요한데, 정권이 바뀌며 그 효과는 보수정부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쩐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을 누가 챙긴다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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