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그늘이 그리운 시절이 왔군요.
짧은 기간(약 3년)이었지만 저도 원두막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농촌에서 땀 흘리던 시기가 약 10년 이었는데 지금 이야기하는 원두막과의 인연은 이 기간에 맺었습니다.

이 원두막은 단순히 일하다 더위를 피하던 장소라는 의미를 넘어서
주위 ‘이웃’과 좀더 가까운 관계를 맺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제가 ‘이웃’이라고 말하는 주변은 단순한 이웃 사람들만이 아니라
새, 벌레, 꽃, 숲 등 제 가까이 있고, 만나서 유.무언의 인사를 나누는 대상을 의미하죠.

하루는 새 한 마리가 무언가를 주둥이에 가득 물고 오가는 장면을 보았다.
마침 얼마 전에 마련한 사진기가 있었기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나라는 인간은 돈 안되는 일에 쓰잘데기 없이 호기심을 많이 가지고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잦다.

새의 둥지는 원두막과 검은 비닐하우스 사이를 흐르는 배수로 경사 어딘가에 있었다.
나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이 새를 몰카로 잡아보았다.
나에게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사진에 담겨 있었다.

1.노랑턱멧새
입에 벌레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만약 여기에 교통경찰이 근무중이었다면...
경찰:‘사장님, 운전면허 쩜 보여주세요’
운전자: ‘왜 그러시죠 ?’
경찰: ‘그렇게 많이 싣고, 아니 물고 다니시면 사고 납니다.’
운전자: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러세요.’
‘허구 헌날 이렇게 다닙니다.’
경찰: ‘그건 아닌죠, 도대체 그렇게 물고 다니면 허리 휘는 것은 고사하고 앞이 보이기나 해요 ?’
‘전방 주시도 안될 정도니 사고나기 십상입니다.’
운전자; ...
부모들은 이렇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애기 키우는데 최선을 다한다.

2.딱새 부부
이 딱새 커플은 아예 원두막 처마 아래에 둥지를 마련했다.
그래서 내가 큰 대자로 마루에 누우면 둥지 출입이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얘네들이 주위를 돌면서 파닥거리고 있었다.
그제야 사정을 눈치채고 필요한 장면을 찍고는 자리를 피해주었다.

암컷은 내가 마루에 있어도 먹이 주는 걸 멈추지 않는데
수컷은 물어온 먹이를 주려 둥지에 접근하기 무척 껄끄러웠는지 한참 주위를 맴돈다.
‘엄마’는 ‘아빠’보다 과감했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이런 모습 아닐까...

3.청딱다구리
서울 미사리 경정장은 상당히 넓은 인공호수를 가지고 있다.
호수 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 꽃과 잔디, 그리고 나무를 잘 조성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분위기 있는 휴식처다.
소문을 듣고 이 동네 애기 키우는 모습을 보러 갔다.

‘청딱따구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푸른 색은 보이지 않고 위장색(희새+녹색+밤색)의 외모다.
단지 머리에 빨간 스카프 두른 게 특색이다.
지금은 어미가 먹이를 가지고 막 둥지에 도착한 순간.
애기가 엄청 큰 입을 벌리고 먹이 달라고 보챈다.

그런데 어미의 입에는 먹이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엄마가 농담하는 건 아니겠지요 ?
위에서 본 노랑턱멧새나 딱새는 먹이(벌레)를 잔득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 딱따구리는 벌레를 입에 물고 다니지 않고 아예 삼켜 가져와서 토해 애기에게 먹인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 사냥 나가서 한 마리만 잡아올 경우 꽤나 번거로운 발걸음이 된다.
먹이 사냥 나가면 적어도 몇 마리 정도는 가져와야 효율적이다.
처음 잡은 벌레를 입에 물고 또 나무를 쪼을 수는 없을테니까 ...

청딱따구리 두번째 사진을 보면 어미의 입에 무언가 들어있다.
먹이를 애기에게 먹이고 둥지에 들어가서 방 청소를 마친 어미가 오물을 입에 물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이렇게 어미는 진 자리 마른 자리를 가리지 않고 애기를 돌본다.

4.까치....끝이 좋아야
까치 커플의 다정한 모습을 보았다.
사실 좀 닭살 돋는 느낌이다.
예네들은 동네 왈패다.
까마귀도 쫓아내고 맹금류도 밀어낼 정도로 자기들 동네지키는데 단체행동을 잘 한다.
그런데 벌건 대낯에 저렇게 대놓고 애무를 하다니 !

조금 있으니 2마리가 합류한다.
하는 행동 보아하니 애기들임이 분명해 보였다.
둥지를 나온지(이소.離巢) 얼마되지 않는 모양새를 한다.
애기들이 부모를 보며 무언가 기다리는 눈치.

이윽고 애기 한 마리가 빨간 입을 벌리고 먹이 달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아빠가 먼저 자리를 뜨고 뒤이어 엄마도 어디론가 날라 가버린다.

‘아가들아, 이제 실전實戰이다.’
‘니들 먹이는 니들이 찾아 먹어라 !’




이준구

2021/07/16

이 새들 사진 직접 찍으신 건가요?
그렇다면 대단한 실력이시네요.

양종훈

2021/07/16

사진 참 좋네요

사처포

2021/07/17

이준구 교수님. 양종훈님, 고맙습니다.
저 정도는 조류전문 사진가들에게는 습작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새들의 육추도 수억년을 거쳐 진화했으니 사람 못지 않게 나름의 비법이겠지요.

메이데이

2021/07/18

새들 사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들이 모두 초롱초롱하게 생겼네요.
'육추'라는 말이 어려워서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면 '육아'네요.
지금 제가 사는 곳에도 새들의 '육추'가 한창입니다. 건물 처마 밑 제비 둥지가 가장 낮은 곳에 있어 오며가며 새-끼 제비들 지켜보는데 부쩍부쩍 자라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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