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16명이 트럼프 후보의 경제정책 구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서한을 발표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로 구성된 이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간신히 진정되었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발했습니다.
이 공개서한의 한 구절을 아래에 인용해 보겠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놀랍게도 빠른 속도로 진정되었지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의 무책임한 재정정책이 다시 불길을 치솟게 만들 수 있다는 걱정을 당연히 하게 됩니다."
(Many Americans are concerned about inflation, which has come down remarkably fast. There is rightly a worry that Donald Trump will reignite this inflation, with his fiscally irresponsible budgets.)

이 공개서한을 작성한 주요 인물은 컬럼비아 대학의 스티글리츠(J.Stiglitz) 교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6명의 명단을 보면 현재 세계 경제학계를 주름잡고 있는 기라성 같은 경제학자들이 모두 망라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지 파일에서 보는 그들의 명단을 보면 그들이 경제학계에서 얼마나 이름을 날리는 슈퍼스타들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생각에 보수적인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스타 경제학자들이 총출동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 경제학자들이 인플레이션의 재점화를 우려하는 핵심적 사항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입니다.
이와 같은 관세 부과가 수입품의 가격을 올려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한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관세 부과가 평균적인 미국 가정에 연간 1,700달러에 이르는 부담을 안겨 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반이민정책도 인플레이션의 가속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그의 말대로 불법이민자들을 추방하면 노동력의 공급이 줄어들어 임금 상승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 공개서한이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을 칭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바이든 정부의 여러 경제정책 각각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이든의 정책 구상이 트럼프의 그것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는 점에서는 모두 똑같은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While each of us has different views on the particulars of various economic policies, we all agree that Joe Biden’s economic agenda is vastly superior to Donald Trump’s.)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고명한 경제학자들이 한쪽 편을 들고 나섰다는 사실이 매우 이채롭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우리 사회의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이런 공개서한을 발표할 리도 없을뿐더러, 그런 일을 하면 편파적 행동을 했다고 지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 공개서한 관련 기사를 읽고 솔직히 말해 부러운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하는 일 보면 잘하고 있는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엉망이지만, 그걸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경제학자를 보기가 너무 힘들지 않습니까?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던 경제학자들이 지금은 더 나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한사코 입을 다물고 있는 걸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내가 늘 지적하는 바이지만, 이렇다할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한 윤석열 정부는 부자감세에 목을 매달고 있습니다.
감세정책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는 차치하고라도, 지금은 감세정책을 밀어붙일 때가 절대 아닙니다.
감세를 할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증세를 해야 할 상황에서 입만 열면 감세를 부르짖으니 생뚱맞지 않을 수 없지요.

여러분이 잘 아시듯,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조세수입이 몇십 조원이나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정부지출을 그만큼 줄일 수 있는 여유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마른 수건도 쥐어짜야 할 급박한 상황에서 한가롭게 감세 운운하는 정부가 우스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기억하시겠지만, 야당 시절의 이 정부 인사들은 입만 열면 '건정재정'을 부르짖던 사람들이지요.
이런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황에서 감세타령을 하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산 절약한답시고 고작 R&D 예산이나 깎는 추태는 더욱 더 우스꽝스럽구요.

금투세 폐지, 공시지가 현실화 포기, 상속세 완화, 종부세 폐지 등 이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감세안들은 하나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들 아닙니까?
이들 중 경제의 활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잠재력을 갖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부정적 효과가 현저히 나타날 수 있는 위험한 정책들이기도 하구요.
이런 치졸한 감세정책으로 경제 살리기에 성공한다면 이 세상에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나라가 하나도 없겠네요.

공개서한에 서명한 16명의 스타 경제학자들은 자신이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밝힌 셈입니다.
그러니까 이들을 진보적 성향의 경제학자들로 간주해도 무방하겠지요.
미국 경제학계에는 이들 말고도 진보적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의 경제학계는 그야말로 보수 일색 아닙니까?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는 일이지만요.
같은 보수세력이니까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애써 눈감아줄 수도 있겠지만, 그걸 떠나서 잘못된 정책은 잘못 되었다고 분명하게 지적하는 것이 지식인의 자세 아닐까요?

선은규

2024/06/29

학자로서의 정의감이 부족하고 , 한자리 기대하고 있거나 .... 나만 괜찮으면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

꼬꾸아빠

2024/06/30

바이든이 토론에서 너무 못해서 트럼프가 너무 유리해 졌네요. 후보 변경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가능할지...

양종훈

2024/06/30

세수펑크는 어떻게 해결할건지 아무도 해답을 내놓질 않더군요. 기껏 한다는 소리가 나라빚 1000조 만든 전 정부보단 낫다는게 전부입니다.

판다독

2024/07/01

토론 이전부터, 임기 도중에 건강 문제가 터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준구

2024/07/01

나라를 위해서도 스스로 물러나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나 봅니다
트럼프가 다시 등장하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인데요

홍기호

2024/07/09

왠일로 크루그먼이 빠졌군요. 첫 자리를 안 줘서 삐졌나…

선은규

2024/07/09

홍닥터님... 헌법 제10조 제1문 후단은 "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 라고 되어 있듯이... 국민들의 행복추구권은 국가가 지켜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국민들 자신의 건강을 위해 국민들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고자 하는 말씀은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행복추구권은 국민들 자신이 챙겨서 누려야 한다는 말씀 입니다. 유머러스 (humorous)하게 말을 풀어서 함으로써 개개인의 행복을 각자 스스로가 챙기자는 말씀입니다.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는 것은 행복의 중요한 요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교수님... 몇일전에 올렸던 글은.... 너무 독자들의 원인모를 저항이(?) 심해서 내렸습니다.
그 글은 사실 오래전에 쓴 글이고 일종의 풍자적인 성격을 띤 글인데....그 글을 지킬 의지와 능력이 사실 지금은 제게 없습니다. 교수님...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준구

2024/07/09

알았어요 선은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