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많이 들으신 말이겠지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이 카페 같은 곳에서 휴대폰이나 랩탑으로 자리를 맡는 광경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자리를 맡아 놓고서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자리를 비우고는 하지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런 일을 하면 당장 휴대폰이나 랩탑을 잃어버리게 마련인데요.

네 제자의 아버님은 스페인 여행 중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강도에게 휴대폰을 뺏겼다고 하더군요.
자전거를 타고 접근한 강도가 막무가내로 휴대폰을 뺏어 유유히 사라지더랍니다.
주인이 안 보는 사이에 휴대폰을 훔쳐가는 것이 아니라 백주대낮에 아예 강탈해 가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말을 들어 보면 유럽에서는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나 보더군요.

아프리카에 파견 나간 제자가 하나 있는데, 가끔 그 나라 수도의 풍경을 사진에 담아 보내줬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들이 구도도 엉망이고 흔들려 보이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 친구 말에 따르면 휴대폰을 오래 들고 있으면 강도들이 빼앗아 가기 때문에 얼른 찍고 주머니에 넣느라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고 하네요.

몇 년 전 영국에서 코츠월드라는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했습니다.
그때 현지의 어떤 노인 한 분이 나에게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삐쭉 불거져나온 게 보이니 잘 단속하라고 일러주더군요.
그렇게 남이 보이도록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다가는 순간적으로 잃어버린다구요.
그래서 유럽에서는 뒷주머니에 휴대폰 넣고 다니는 게 금기로 되어 있다지요.

이런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어마어마하게 안전한 나라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뒷주머니든 어디든 남이 보이게 넣고 다녀도 그걸 잃어버릴 걱정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카페 테이블에 휴대폰 놓고 화장실 다녀 와도 아무 문제가 없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이렇게 안전한 나라라도 내 부주의로 어디에 휴대폰을 놓고 와 잃어버린 경우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제 밤 내가 바로 그런 뻘짓을 하고 악몽 같은 두 시간을 보냈답니다.
동창 모임에 갔다고 택시 타고 귀가하는 길에 휴대폰을 택시에 두고 내렸지 뭡니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그 사실을 깨닫고 아내 전화로 내 번호를 몇 번이나 돌렸습니다.
혹시라도 택시 운전자와 통화가 되면 갖다 달라고 부탁하려구요.
그런데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응답이 없는 거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전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 정말로 막막하더군요.

구세대인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모릅니다.
MZ세대라면 나름대로의 노우하우를 갖고 있겠지만, 나는 그저 앞이 캄캄할 뿐이었습니다.
간신히 이동통신회사에 분실 신고 해 놓고 경찰에라도 연락할까 하는 차에 내 전화번호를 한 번 더 돌려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전화벨이 울리자 바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 동네 파출소의 경관이 내 폰을 보관하고 있다가 응답을 한 거였습니다.
내가 탄 택시의 친절한 운전자가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파출소를 찾아 내 폰을 맡겨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 분의 친절이 너무나도 고마워 약간의 사례라도 하려고 경찰관에게 전화번호 알려 달라고 하니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 경관이 전화를 걸어 나를 바꿔 주길래 너무나도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통장 번호 알려주기를 부탁했더니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무슨 사례냐고 단호히 거부하시더군요.
지금 손님 태우고 운전 중이니 끊겠다고 하면서 바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파출소를 향해 집을 나설 때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 폰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비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습니다.
폰을 잃어버린 것을 알아챈 순간에서 되찾았을 때까지의 두 시간은 정말로 악몽 같았습니다.

나의 악몽을 보기 좋게 물리쳐 주신 그 친절한 운전자에게 내가 충분한 감사의 뜻도 전하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군요.
그러나 날로 각박해져 가는 이 세태에서 그런 훌륭한 분이 있다는 사실이 내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얼굴도 모르는 분이지만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최성수

2023/08/24

Wonderful story!!

However right now
We are losing our history of more than 5000 years.

우리정부 산하기관 20조 예산으로

우리민족은 일본과 중국지배를 19세기까지 받아온 민족 이라는 책발간하여 전세계에 배포하고이습니다

김구 안창호 선생님 말씀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83눈팅

2023/08/24

요즘 폰 분실하면 거의 멘붕인데 찾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카인드000

2023/08/24

요즈음 휴대폰(거의다 스마트폰 이겠지요) 2개씩 들고 다니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참고 바랍니다.

이준구

2023/08/24

잃어버린 걸 안 순간 정말로 멘붕이 오더군요

독일잠수함

2023/08/24

택시 하차시
카드로 결제하시면
카드회사에 문의하면 조회해줄 겁니다
운행한 택시와 운전사 기록이 남는 걸로 압니다

이준구

2023/08/24

나도 그 방법을 시도해 보긴 했습니다
근데 ARS 도중 사업자등록번호 10자리를 입력하라는 이해하기 힘든 요구를 해서 중도에 끊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 사업자등록번호라는 게 뭔지 아십니까?

독일잠수함

2023/08/24

교수님 카드 관련은 제가 전혀 모르겠습니다
카드사 통해서 된다고만 막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에고 ...
ㅜㅜ

Cer.

2023/08/25

정말 다행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네요. 그때의 짜릿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죠 ㅎㅎ..

그런데 휴대폰에 사진이나 개인정보 등 중요한 자료가 많이 저장되어 있어서 악몽이라고 표현하신건가요? 구글계정 동기화 등의 조치를 취하시면 나중에 휴대폰을 분실하더라도 동기화된 자료를 새 휴대폰에 완벽히 복구할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하실 수 있습니다.

이준구

2023/08/25

자료 백업을 할줄 몰라 해두지 못한 탓도 크지요

넋두리

2023/08/25

다수의 시민은 여전히 선량한데,,,,,,,,일부의 불량한 권력자들이 나라를 엉망진창으로,,,ㅠㅠ

이준구

2023/08/25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잠탱이

2023/08/31

유럽여행 준비하면서 휴대폰을 핸드백에 고정하는 장치들을 필수로 챙기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좋은점을 더욱 생각했던 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그런 성향이 강한 건 여러 이유에서 형성된 특징이겠지만....
좁은 나라에서 살다보니 한두사람 건너면 학연이든 지연이든 어찌어찌 다 아는 사람이라는 점(그래서 체면도 중요한 나라), 곳곳에 CCTV가 있어서 그냥 집어간 게 밝혀지면 망신일 수 있다는 점, 정이 많다는 점, 어릴때부터 교육하는 점 등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