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에 난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관련 발언을 보고 아연실색했습니다.
첨부한 사진 왼쪽(위쪽)에서 보는 신문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은행은 중요한 공공재이니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발언이 바로 그것입니다.
은행이 갖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데는 한 점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은행을 ‘공공재’(public goods)라고 부른 것은 경제학의 기본에 어긋나는 실언입니다.

내가 늘 강조하지만, 경제학원론만 제대로 배워도 경제학을 웬만큼 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졌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은행을 공공재라고 착각하는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이 세상 어느 곳의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들쳐 봐도 은행을 공공재의 한 예로 드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상품이 공공성을 가지면 별 생각 없이 그것을 공공재라고 부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 가스, 수도 등을 공공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어떤 상품이 단지 공공성을 갖는다고 공공재가 될 수 없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공공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소비에서의 비경합성(non-rivalry)입니다.
우리가 보는 거의 모든 상품은 소비에서의 경합성을 갖습니다.
음식이든, 옷이든, 휴대폰이든 내가 소비하면 남이 소비할 수 없다는 뜻에서의 경합성이지요.

공공재가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조건은 배제불가능성(non-excludability)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보는 거의 모든 상품은 그것의 가격을 지불한 사람만 소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공재의 경우에는 그것의 가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소비에서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와 같은 성격을 배제불가능성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상품들 중에서 비경합성과 배제불가능성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것은 그 예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국방서비스나 경찰서비스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뿐입니다.
경제학에서 넓은 의미에서의 공공재로 분류하는 도로나 공원, 도서관 등도 그 두 가지 성격을 불완전하게 갖고 있을 뿐입니다.

설사 불완전한 공공재까지 포함한다 해도 공공재라고 불릴 수 있는 상품은 그 수가 무척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성이 있다는 뜻에서 아무 상품이나 공공재라고 부르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첨부한 사진 오른쪽(아래쪽)에서 보듯, 전혀 공공재가 될 수 없는 케이블카를 공공재라 부르는 유력 일간지조차 이런 실수를 밥먹듯 저지릅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이 공공재라고 불렀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은행서비스’가 공공재라고 불렀어야 합니다.
은행 그 자체를 사고파는 게 아니라 은행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고판다는 게 맞는 말이니까요.
은행과 은행서비스는 전혀 다른 개념이니만큼 정확히 구분해서 표현을 해야 적절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은행서비스는 소비에서의 비경합성을 갖고 있을까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은행으로 몰려가 동시에 은행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비경합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건 결코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어떤 은행 창구에서 서비스를 받으면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분명 경합적입니다.

은행에서 제공하는 갖가지 서비스에 요금을 붙여 놓았을 때 그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고객을 서비스 제공 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을까요?
당연히 배제할 수 있고 그렇다면 배제불가능성이라는 성격도 없는 셈이지요.
결론적으로 말해 은행서비스는 공공재의 성격을 하나도 갖지 못하는 상품이라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발언 도중에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는데, 경제학원론을 가르치는 나로서는 이 말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바로 어제 연수를 받는 고등학교 사회 선생님들을 상대로 경제학 특강을 하고 왔습니다.
그 자리에서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를 일으키는 한 중요한 원인이 되는 공공재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게 바로 어제인데 오늘 아침 신문에서 윤 대통령의 그런 발언을 접하게 된 겁니다.

대통령이라 해서 경제학에 대해 전문가 뺨치는 해박한 지식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 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만큼 발언을 할 때는 경제학의 기본에 어긋나지 않는 말을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컨대 고등학교 경제 시험에 은행이 공공재의 일종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왔다고 합시다.
선생님은 그 답이 “아니오”라고 했는데, 어떤 학생이 오늘 신문을 들고 와서 대통령도 “예.”라는 답을 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가 알기로 주위에서 대통령을 돕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있습니다.
그런 발언을 하기 전에 어느 경제학자든 붙들고 자문을 구했으면 그와 같은 초보적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내 느낌에 윤석열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자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면 한 마디 한 마디를 심사숙고해 선택한 다음 발언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ps.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고려 대상이 "잘 운영되는 은행 시스템이 주는 혜택"이라고 한다면 공공재의 성격을 인정할 여지가 생깁니다.
그러나 거두절미하고 그저 "은행은 공공재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100% 틀린 말입니다.

양종훈

2023/01/31

회의를 하면 9할이 대통령 발언이라 합니다. 뭔가를 배울 생각도 의지도 없는 겁니다.

Cer.

2023/02/01

표준국어대사전에 "공중(公衆)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나 시설. 도로, 항만, 교량, 공원 따위를 이른다."라고도 정의되어 있군요. 윤 대통령은 아마 이 의미로 사용한 듯 싶습니다.

사실 감가상각도 경제학이랑 회계학에서 각각 달리 정의하니 공공재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크게 혼동의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준구

2023/02/01

이건 혼동의 문제가 아니고 정확한 개념 정의의 문제입니다.
국어대사전 쓴 사람들이 경제학에 무지한 탓에 그런 잘못된 설명을 한 거지요.
전문용어는 당연히 전문가의 관점에서 설명되어야 합니다.
Encyclopedia Britannica가 공공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것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public good, in economics, a product or service that is non-excludable and nondepletable (or “non-rivalrous”)"
경제학에서의 정의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준구

2023/02/01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보좌를 받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말하면서 잘못된 경제적 개념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면 이건 우스꽝스러운 일이지요.
만약 은행(서비스)이 국방(서비스)보다 더 중요한 공공재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취해야 할 행동은 은행을 국유화하는 것입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이루어지도록 감독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 아예 국유화해서 정부가 직접 은행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생산, 공급해야 한다는 게 답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마치 국방서비스나 경찰서비스가 공공재이기 때문에 민간부문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생산, 공급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경제학에서 의심의 나위없이 명확하게 정의된 개념이라면 그것을 두루뭉실하게 자기 편한대로 활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경제학을 가르치고 배우는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넋두리

2023/02/01

그냥 나오는대로 입을 터는듯요,,,,,,,,,,,,,,,마치 술집에서 저거들끼리 알지도 못하면서 잡담을 하는듯

박지호

2023/02/01

경제학적으론 모순이나 그래도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네요
대통령이 어떤 취지로 한 말인지는 대충 가늠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이해해야죠

신아랑

2023/02/01

대통령의 자리가 국민을 이해 시켜야지, 어떻게 매번 국민이 대통령을 이해해야 하는지요.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지적을 해야 개선이 되겠죠.

박지호

2023/02/01

저도 국민의 지적을 듣고 개선하는 대통령의 자세를 요구하고 싶건만
가장 높은 자리에서 습관적으로 반말 하시는 분,
저지른 말 실수를 헤아리려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 분,
심지어 욕하고도 잡아떼는 분에게 하기엔 너~무 버거운 요구 같아요 신아랑님

이석기

2023/02/03

금융서비스 산업은 경합성(댓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비스 혜택에 배제시킬 수없으며 서비스를 받아도 서비스의 총량이 축소되지 않는 성격의 재화: 국방서비스), 배제성(어떤 댓가를 지불한 사람만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되는 재화: 입장료를 낸 사람만 이용이 가능한 재화) 이 두가지 성격에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예금자 보험제도를 공공재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예금자 보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모든 사림이 예금자 보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예금자 보호 제도에서 배제 할 수 없어니까요 이것은 경제학의
공공재와는 성격이 다른 논리 입니다.

이준구

2023/02/11

새벽사자씨
미안하지만 표현을 순화해 주시면고맙겠습니다
화가 나신 건 알겠지만 거친 표현은 불필요한 충돌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새벽사자

2023/02/11

새벽사자

2023/02/11

네~
죄송합니다. 교수님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이준구

2023/02/11

삭졔하실 필요는 없고 단지 표현만 순화시키셨으면 되었을 텐데요
미안합니다

새벽사자

2023/02/11

아고 미안하긴요 교수님
윤통이 어디를 가더라도 행동거지 및 말실수 때문에 그를 옹호하는듯한 글만봐도 참을수가없어 격분했던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