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그동안 전시 준비와 연구를 하며 지냈습니다.
바쁘게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체력에 한계가 있다보니 그림과 연구 이외의 일들을 미루었어요.
올해가 가기전에는 꼭 소식을 남겨야 할 것 같아 이제야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지난 10월에 이곳에서 첫 개인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현재 작업하고 있는 아틀리에와 근처 작은 갤러리에서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한국 풍경을 통해 제가 경험한 사회와 역사를 이야기 합니다.
특히, 정치적, 사회적 이데올로기 차이로 인한 갈등에 많은 인상을 받았고 그로 인해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첫 이미지는 <The Answer Is Blowin’ in the Wind > 명의 그림입니다.

메인작업으로 선보인 이 풍경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두번째 이미지) 재해석해 본 것 입니다.
조선시대 산수화와 현재의 사회를 떠올리며 이 산수화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나누어진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에게는 실경산수화지만 또 다른이들에게는 꿈꿀 수 없는 상상풍경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주로 전통 산수화를 서양의 시점을 적용하여 재구성하는 작업을 합니다. 산수화에는 여러 시점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감상할 때 마치 관찰자가 그림 공간 안에서 돌아다닌다고 상상하며 바라봅니다. 이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저의 위치를 산수화 안의 한 지점에 위치시키고 그곳에 내가 있다면 눈앞에 펼쳐질 수 있는 풍경을 상상하며 풍경을 구성합니다. 이렇게 구성된 풍경이 과거도 현재도 아닌 그리고 한국의 특정지역이 아닌 마음속 풍경이 되지만 그 근원은 한국의 풍경과 역사로부터 시작됩니다.

세번째 이미지는 <I’m a flying butterfly> 풍경입니다.

이 작업은 김규진이라는 옛 화가가 그린 금강전도를 보고 상상하여 재구성 한 것입니다.
금강산은 예로부터 예술가들 뿐만아니라 많은 사람들 심지어 외국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깊은 인상을 남긴 장소입니다. 현재로서는 갈 수 없는 실재 장소이지만 그림을 통해 상상으로 여행하며 그곳에서 무엇이 눈앞에 펼쳐질지를 생각하며 그려보았습니다.

네번째 이미지는 콜라쥬 작업들을 소개한 벽입니다. 어릴적 친구들과 동네 뒷산으로 삐라를 주으러 갔던 기억을 생각하며 만든 작업입니다. 삐라가 뭔지도 몰랐고 또 북한에서 그런것을 보낸다는 사실에 놀라워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삐라에 담긴 이미지들도 인상적이였습니다. 개인소지가 불법이라 학교나 경찰서에 가져다 주면 보상으로 학용품을 선물로 받아 친구들 사이에서 삐라찾으러 가는 것을 <보물찾기>라고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 사회에서만 겪을 수 있는 특별한 유년시절로 생각됩니다. 삐라의 이미지들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작업을 위해 리서치를 해보니 삐라 이미지에도 역사가 담겼더라구요. 남한에서도 삐라를 보내는지 몰랐는데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낸 과거의 삐라들을 이 곳 친구들과 재미있게 돌려보았습니다.

북한에서 보낸 삐라에는 주체사상을 선전하는 내용의 이미지가 많습니다. 반면에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삐라에는 자유를 강조하는 이미지가 많다보니 여성 연예인, 수영복 입은 여성모델, 발전된 서울 도시 이미지, 올림픽 경기장 사진 등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이미지들을 수집하여 자르고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이미지들을 만든 꼴라주 작업입니다.

마지막 이미지는 전시장 전경입니다.
이 전시장은 제가 작업하는 아틀리에 한쪽에 위치한 쇼룸입니다.
이 아틀리에는 10명이 조금 넘은 작가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 작업실 입니다.
원래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방치된 공간이였는데 5년전에 일부 작가들이 이곳을 발견하여 내부를 정리하고 작업실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불법점거를 한 것입니다.

작년에 관할 시청에서 이 장소를 발견하여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곳의 작가들이 이곳을 창작공간으로서 이용했었고 또 앞으로 지역 문화 시설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알려 장소 점거의 정당성을 호소하였습니다.
이 결과 시청과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고 지금은 불법이 아닌 공식 아틀리에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불법 점거 한다는 것도 놀라웠고 후에, 시청에 발각 되었을 때, 법적인 절차를 통해 불법 점거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공식화한 과정도 인상적이였습니다.

맞추어진 사회 시스템안에서만 지내는 것이 익숙했던 저에게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이 상황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이 작업실에 더 지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있는 동안은 다같이 창작활동을 이어가며 서로서로에게 영감도 주고 아이디어 교류도 하며 지낼 수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여기까지 줄입니다.

파리에서 신비아 드림

이준구

2022/11/30

비아양, 한국에서 자네 작품 전시회를 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네.
파이팅!

숲내음

2022/11/30

그림이 너무 좋습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제 블로그에 이 글을 가져가고 싶습니다.

beatrice

2022/11/30

선생님 감사합니다.

숲내음님/ 네 글을 가져가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사처포

2022/12/25

어둠을 뚫고 솟아 오르는 봄의 기운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