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내가 홈피 게시판에 올린 부동산정책 관련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천문학적 수준으로 올라간 주택가격 탓에 이제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 동안 정부가 과연 어떤 부동산정책을 써왔기에 우리 주택시장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믿음에서 이 책을 펴내기로 했습니다.

원고를 정리하면서 우리 정부가 지난 몇 년 동안에 해온 무책임한 행동들을 다시 기억에 떠올리고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내가 쓴 글은 모두 “그렇게 생각 없이 주택투기 부추기다가는 큰일 난다.”는 경고의 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런 내 경고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직 투기의 불길에 부채질을 해대는 데만 관심을 쏟았습니다.

내가 늘 아쉬움을 표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부동산정책의 기본틀만 계속 유지했더라도 오늘의 비극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습니다.
주택가격 폭등에 놀란 노무현 정부가 이런저런 투기억제책을 도입해 임기 말 간신히 그 폭등세를 멈출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간신히 안정되어 가는 주택시장에 다시 투기의 불씨를 지피는 도박을 감행했습니다.

이와 같은 역주행은 박근혜 정부로 이어졌고, 그 결과 우리 주택시장에는 주택투기를 억제하는 실효성 있는 장치가 거의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특히 그들이 도입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라는 암덩어리는 주택 사재기의 광풍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했던 소위 ‘갭 투자’라는 것이 유행해 전국 곳곳에서 주택 사재기가 극성을 부렸던 것을 여러분도 잘 기억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집 사재기를 하라고 국민의 등을 떠밀었으니 그런 광풍이 일어나지 않을 리가 없는 일이었지요.

천만다행으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오면서 주택시장이 조금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주택가격이 안정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로 바뀌면서 나타난 주택시장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반갑지 않고, 오히려 또 다시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한 상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명박 정부는 주택시장의 지속적 안정을 실현할 좋은 기회를 맞았으면서도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는 역주행으로 다시 불안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도 지금처럼 안정을 되찾아가는 주택시장을 또 다시 뒤흔드는 무모한 일을 벌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주택시장에는 또 한 번의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는 것이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집 없는 서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그대로 답습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단지 기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우선 현 정부는 ‘이명박 정부 2’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모든 측면에서 무조건 따라하기에 열중이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이명박 정부에서 그런 부동산정책 폈던 사람들이 현 정부의 주축인데 그 머리에서 다른 참신한 생각이 나오겠습니까?

최근 주택가격이 약간 떨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천문학적 수준으로 올라간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보수언론은 벌써부터 ‘주택시장의 경착륙 위험성’ 운운 하며 규제 철폐의 군불을 지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화답이라고 하듯 정부는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 전 지역의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조처를 단행했습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이 규제 철폐의 효과는 순식간에 나타나기 시작했더군요.
이 조처를 본 집 주인들이 마음을 바꿔 팔려고 내놓았던 집 6천 채를 하루만에 거두어 들였다고 하네요.
흥미로운 점은 규제가 해제된 지역뿐 아니라 계속 유지된 지역에서도 매물 감소 현상이 광범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사람들이 정부의 이번 조처를 본격적인 규제 완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내 생각으로는 이와 같은 사람들의 짐작이 맞는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10여 년 전 이명박 정부가 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투기억제장치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는 수순에 들어가리라고 봅니다.
최근 현 정부의 고위층 인사들이 한, 두 마디 던진 말들을 종합해 봐도 그런 심증이 굳어짐을 느낍니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다짐을 되풀이합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것은 허울 좋은 입치레(lip service)에 불과합니다.
한 손으로는 (투기의) 불에 부채질을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불을 끄는 제스추어를 쓰는 격이니까 말입니다.

정부와 보수언론에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까?
무엇이 연착륙(soft landing)이고 무엇이 경착륙(hard landing)인지 구별하는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냐구요.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주택가격이 어느 수준으로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느냐고도 묻고 싶네요.

내 느낌으로는 주택가격이 현재의 수준에서 거의 떨어지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 그들의 입장 같습니다.
벌써부터 경착륙 운운하며 규제 철폐를 부르짖는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런 짐작이 갈만 하지요.
그러니까 그들이 말하는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것은 현 수준 부근에서 묶어두겠다는 것을 뜻할 가능성이 큽니다.
천문학적 수준의 주거비용에 허리가 꺾이는 고통을 느끼는 서민들의 처지는 그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나 봅니다.

양종훈

2022/09/22

빚투, 영끌족들을 구제해주겠다는 정책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됩니다.

앱클론

2022/09/22

요즘 "나의 글" 카테고리에 있는 교수님의 글을 정독하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글인데도 작금의 상황에 접목시켜보면 놀랍게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번 윤석열 정부는 자유라는 허울 좋은 미명아래
가난한 서민들이 불량식품을 사 먹을 수 있게끔 해야한다는 그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노무현 정부때 잘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또 다시 뭉개버릴 계획인 듯 합니다.

노 대통령님 같은 훌륭한 분을 다시 볼 수 없음이 대한민국이 처한 심각한 위기 같습니다.
어디 외국 나가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프레지던트 윤이라고 그 누가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요...
윤 대통령님, 비속어는 혼자 술 드시면서 실컷 하십시요... 진짜 부끄럽습니다.

새벽사자

2022/09/22

책이 출간되면
제일 먼저 구매해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산 정책의 흐름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습니다.

아부라카타부라

2022/09/26

교수님께서 쓰실 책이라면 꼭 읽어보겠습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실험> 이후 오랜만에 읽을 교수님 책이라 기대됩니다!

이준구

2022/09/26

응원 고마워요

애그

2022/09/27

교수님 책 발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정말 기대되니 다른 책처럼 꼭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부동산 정책을 접할 때마다 화가나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으려고 했는데 어쨌든 임기내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정권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그렇게 비판하고 사실상 그거때문에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시작부터 세금 인하, 규제 철폐 등 방향자체가 반대이니 부동산 가격이 꺽이려는 이 황금같은 시기에 기름붓고 부채질하고 ... 불을 지피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서 국민들의 삶이 힘들어졌다고 하던 언론들이나 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사람들이나...모두 어디로 간 겁니까?! 집값이 50%가 올랐는데 5%만 떨어져도 이리 호들갑인가요? 그럼 문재인 정권을 칭찬했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그렇게 비난하더니 왜 가격이 돌아가려니까 그건 안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화가납니다.

선생님의 책이 경종을 좀 울렸으면 좋겠습니다.

이석기

2022/09/30

부동산학과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책이 출판되면 인용도 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