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벨경제학상의 상금 절반은 D. Card 교수에게 돌아가고 그 나머지 반을 J. Angrist 교수와 Guido Imbens 교수가 나눠 갖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번에는 이 세 명의 수상자 중 오직 Card 교수에 대해서만 소개를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나머지 두 사람은 내가 그리 잘 알지 못하는 경제학자들이었기 때문이었지요.
이제는 경제학 분야별로 특화가 많이 되어 있어 자기 전공분야의 사람 아니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최근 나머지 두 수상자에 대한 글을 읽어 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 여러분께 소개하려 합니다.

지난 번 Card 교수에 대해 소개하면서 Princeton의 O. Ashenfelter 교수는 미국 노동경제학계에서 하나의 막강한
사단을 이루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Card 교수가 그 사단의 일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 흥미로운 점은 두 번째 수상자인 Angrist 교수 역시 그 사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는 Princeton에서 Ashenfelter 교수의 지도하에서 박사논문을 썼습니다.
당시에는 Card 교수도 거기서 가르쳤기 때문에 Angrist의 지도교수 중 하나였지요.

Ashenfelter 교수는 와인 애호가로 유명한데, 이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날 그의 집에서 성대한 와인파티가 열렸으리라고 짐작합니다.
자신의 제자 두 명이 한꺼번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으니 너무나도 기쁜 일 아니겠어요?
그런 영광을 누린 경제학자가 도대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Angrist 교수는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데, 사실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듯 미국에 사는 유태인 중에는 이스라엘도 자신의 고국으로 생각해 이중국적을 갖는 경우가 흔하지요.
그는 대학을 졸업한 1982년에 이스라엘로 가서 자원입대해 공수부대원이 됩니다.
거기서 3년 동안의 군 복무를 마치고 1985년에 Princeton 대학원에 입학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에 잠깐 존재했던 기묘한 병역제도 하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에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주로 그 혜택을 받았던 ‘6개월 장교제도’. 혹은 줄여서 ‘6개장제도’라고 부르는 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일정 시험을 통과하면 장교훈련을 받고 소위로 근무하는 제도였습니다.
당시의 일반 사병은 28개월 정도를 복무했는데, 이들은 장교로 6개월만 근무하면 되었으니 엄청난 특혜를 받은 셈이지요.

이 제도가 도입된 명분은 학문후속세대의 병역 부담을 줄여서 우리 학문을 육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 특혜를 받은 세대가 그 전이나 그 후 세대에 비해 더욱 많은 수의 출중한 학자를 배출한 바는 없습니다.
믿거나 말거나라는 성격의 루머지만 당시의 권력자 자제들에게 병역 특혜를 주기 위해 그런 생뚱맞은 제도를 도입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들 덕분에 많은 흑수저 대학원생이 로토를 맞은 셈이지요.
그 제도가 불과 10년도 넘기지 못하도 이내 폐지된 것만 보아도 얼마나 어불성설의 제도였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34개월 동안 군에서 복무했습니다.
군대 다 마치고 미국 유학을 떠났을 때의 나이가 (무려) 27살이었습니다.
난 머리가 다 굳어져 유학을 떠난다고 내 처지를 나름 비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냉철하게 따져 보면 내가 나중에 훌륭한 경제학자가 되지 못한 것은 군복무 때문이 아니고 나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경제학자 중에는 2차대전에 참전했던 사람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군대 가서 그냥 행정일이나 보고 돌아온 게 아니라 전투까지 하고 돌아와 위대한 학문적 업적을 이룬 것입니다.
이번에 노벨경제학상을 탄 Angrist 교수는 군복무를 해야 할 의무가 손톱만큼도 없는 상황에서 자원입대해 3년 동안 공수부대에서 활약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내가 군복무 탓을 하는 건 그야말로 우스꽝스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학문후속세대 양성한다고 병역 특혜를 주어야 할 당위성이 손톱만큼도 없는 것이구요.

세 번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G. Imbens 교수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거기서 학부과정까지 마쳤습니다.
어릴 때 체스에 빠져 산 적이 있었다는데, 나중에 회고하기를 그때의 경험이 경제학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었는지 몰라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여튼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시절을 공부에 파묻혀 살고도 훌륭한 학자가 되는 사람이 드문데, 외국에서는 하고 싶은 것 다 하고서도 훌륭한 학자 되는 사람들 많은 걸 보면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공부에 올인하는 게 훌륭한 학자가 되는 데 도움보다 방해가 되는 부분이 더 크다는 데 내 지론이지만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많이 시키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부라면 더욱 그렇지요.)

Imbens 교수와 관련해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부인이 바로 S. Athey라는 엄청나게 유명한 경제학자라는 것입니다.
얼마나 유명하냐구요?
경제학계에서 노벨경제학상에 버금갈 정도로 영광스런 상인 J.B. Clark메달 수상자니까요.
40세 이하의 젊은 교수에게 주는 이 상을 받은 사람은 대체로 2,30년 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they 교수가 이미 2007년에 그 상을 받았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편인 Imbens 교수보다 더 유명했던 셈이지요.
(언젠가 Athey 교수도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두 사람은 현재 Stanford 경영대학원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양종훈

2021/10/31

교수님 정도면 충분히 대단하십니다. 우리나라 경제학자들 대부분은 신자유주의와 낙수효과 외에는 아무 관심이 없으니까요.

안병길

2021/11/02

'육개장(석사 특수전문요원)'은 영천 제3사관학교에서 4개월 사관후보교육과 2개월 전방 소대장 실습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하면서 그날 예편하는 제도였습니다. 따라서 군 복무는 하루만 한 것으로 병역 증명에 나옵니다.

이준구

2021/11/02

안 박사, 오랜만입니다.
요즈음도 잘 지내고 계시지요?

안병길

2021/11/02

예, 선생님.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