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천 명이 넘게 나온다고 초비상 상태인데, 미국이나 유럽은 몇 천, 몇 만 명의 확진자가 나와도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 아니네요.
오히려 그 나라 사람들은 정부의 봉쇄정책에 항의하는 가두시위를 벌이기 일쑤입니다.
가두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던데, 그들은 코로나로 인한 위협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기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거겠지요.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시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 등의 고통이 심하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의 취지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잘 아시듯,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 놓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무조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각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완화를 반복해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온 게 사실인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겁니다.
위쪽의 도표는 최근 The Economist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올린 기사에 나온 것으로, 이를 보면 각국 정부가 얼마나 자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완화를 반복해 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그렇듯,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적절성 여부는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의 틀 안에서 평가해볼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나오는 편익과 이에 드는 비용을 계산해 만약 편익이 비용보다 더 크다는 결과가 나오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편익과 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닙니다.
무엇보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의 주요한 편익은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서 나오는데, 사람의 생명이 갖는 가치를 돈의 단위로 평가한다는 것이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에 앞서 생명의 가치를 돈의 단위로 평가한다는 데 대해 엄청난 반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사람들이라는 욕을 얻어먹는 것이지요.)

설사 비용-편익분석을 위해 이와 같은 도덕적, 윤리적 관점에서의 반감을 억누른다 할지라도, 실제로 생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닙니다.
생명의 가치를 평가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통계적 생명의 가치(value of a statistical life; VSL)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사망의 확률을 줄이기 위해 일정한 금액을 지불할 용의를 갖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화재경보기를 사서 설치한다든가 자동차를 살 때 안전과 관련된 옵션을 구입하는 것을 볼 수 있지요.
또한 위험이 따르는 일은 보수가 상대적으로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다하고 안전한 일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구요.

이렇게 일정한 금액의 돈과 사망 확률의 감소가 맞바꿔질 수 있다는 사실에서 생명의 가치를 평가하는 단서를 찾는 것이 바로 통계적 생명의 가치 접근법입니다.
그런데 실제 계산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에 의해 이를 계산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로 다른 게 보통입니다.
일반적으로 부유한 나라에서 계산한 생명의 가치는 가난한 나라에서 계산한 것보다 훨씬 더 높게 나오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대략 1천만 달러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긴 합니다만.)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생명의 가치가 얼마다.”라고 찍어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나오는 편익 계산의 첫 단계에서 암초에 부딪친 셈입니다.
그런데 어려움이 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년층인데, 나이에 따라 생명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로빈슨 등(L. Robinson et al.)에 따르면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사망자의 나이를 따지지 않고 일반적인 생명의 가치를 기초로 편익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에는 (미국의 경우) 한 사람의 생명의 가치에 대한 평균치가 1,063만 달러로 계산되어 나온다고 합니다.

두 번째 방식은 어떤 사람이 앞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느냐에 기초해 생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코로나 관련 사망자의 평균적인 생명의 가치는 447만 달러로 1/2도 못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세 번째 방식은 통계적 생명의 가치가 사람의 나이에 따라 다른 수준에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평균치를 계산하는 것인데, 이에 따르면 831만 달러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떤 방식으로 생명의 가치를 계산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나오는 편익이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편익의 계산이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지요.
The Economist에서 인용한 아래 쪽 도표는 그 동안 이 방면에서 이루어진 세 개의 실증연구 결과를 요약해 놓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연구자에 따라 편익과 비용의 계산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별 연구자도 편익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잘 모르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쓰모글루 등(D. Acemoglu et al.)의 실증연구는 편익을 40조 달러에서 96조 달러에 이르는 매우 넓은 범위에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다른 연구자들의 계산 결과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구요.

이 세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대한 경제적 평가는 대체로 편익이 비용보다 더 크다는 쪽으로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구체적 내용을 보면 이들의 계산 결과가 현실과 무척 동떨어진 것일지 모른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주로 사망자 수의 감소에 초첨을 맞춰 편익을 계산함으로써 코로나로 인한 부작용으로 평생 고생해야 하는 사람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극심한 심리적 고통 등은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뿐만 아니라 봉쇄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사망자 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사실 아닙니까?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 보았자 코로나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는 판인데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실시하는 경우와 실시하지 않는 경우의 사망자 수 비교는 단지 추측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계산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지 봉쇄조치로 인한 국민소득의 감소만이 사회적 비용의 전부가 아니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겪는 경제적, 심리적 고통도 모두 비용으로 계산되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이동의 자유, 사회적 교류의 자유를 박탈당했을 때의 심리적 고통을 돈의 단위로 계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 동안 경제학자들에 의해 수행된 코로나 19 관련 실증연구는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 논문들 보면 온갖 수식, 통계분석 기법 등을 모두 동원해 정밀하기 짝이 없는 분석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복잡하기 짝이 없는 현실을 설명하기에는 크게 역부족임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제학이 ‘사회과학의 여왕’을 자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게 아닐까요?

메이데이

2021/07/18

선생님께서 <36.5℃ 인간의 경제학>에서 '현실 경제는 경제학 교과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지금이야 말로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선생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저처럼 무슨 말씀을 해야 할지 좋을지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거 같습니다. 저는 생각 끝에 이 시대의 '대인(大人)'이신 선생님 만세!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준구

2021/07/18

아이 무슨 그런 말씀을요
그저 평범한 교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메이데이

2021/07/18

존경합니다, 선생님!

이준구

2021/07/18

좀 부끄럽네요

양종훈

2021/07/20

사회적 거리두기... 참 골치아픈 문제입니다. 하면 괴로운데 그렇다고 안 할수도 없으니

넋두리

2021/07/21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엔 무척 어려운 듯요,,,,거리두기 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면서도,,각자의 입장과 위치에 따라서 제각각이니

이준구

2021/07/21

맞아요
경제학자인 나도 납득이 잘 안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