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추진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열겠다던 여당이 돌연 필리버스터를 취소해 버렸습니다. 야당이 발의한 방통위원장, 검사 탄핵안을 무효화시키려고 국회 본회의를 중단하겠다는 의도라는데요. 여당 대표는 부당한 탄핵을 막는 것이 악법이 통과되는 것보다 우선이라 판단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탄핵이 부당한지 여부를 일개 민간인인 제가 판단할수는 없습니다. 그런 판단을 내리기 위해 대한민국에서는 헌법재판소를 두고 있습니다.

이미 헌재는 야당이 주도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을 무효화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판결이 나올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긴 했으나 그 기간동안 국민들 중 행안부의 공백을 느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는 것과 위원장, 검사의 부재.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 일인가 따져봐야 합니다.

현재 여당이 저지하겠다는 법안들은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천하에 둘도 없는 악법입니다. 그게 시행되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하는데 그런 부당함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명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무 아닙니까? 그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필리버스터인데 그걸 포기한다는건 국민들을 설득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어차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라는 발상은 말해 뭣하겠습니까.

국가 주요 업무 연속성을 지키는 것 역시 여당의 책임이라고는 하는데, 행안부 장관이 탄핵당했다고 정부가 무슨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특별한 업무 연속성 같은게 있었나요? 제가 불민해서 모르는건지, 도통 생각나는게 없습니다.

게다가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보도하지 않은 죄로 방송국이 법적 조치까지 감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방통위원장이 굳이 필요한가도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장관이 없으면 차관이, 위원장이 없으면 부위원장이 직무를 임시로라도 대행할수 있습니다. 허나 법률은 한번 세워지면 폐기하기까지 지난한 세월과 시간,사회적 갈등이 소요됩니다. 무엇이 더 중한지는 불문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여당은 국가 존립을 위협할 법안들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기보다 대통령의 참모 한두 사람을 지키는걸 우선시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보수 언론들은 여당이 폭주하는 야당의 꼼수에 허를 찔렀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더군요. 여당의 협치 제안을 무시한 야당이 한 방 제대로 먹었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네들이 말하는 악법들은 국회를 통과했고 정부가 거부권을 쓸 명분도 하나 잃은 셈이 됐는데, 국민들은 무엇 때문에 피해를 보겠습니까? 악법입니까? 대통령 측근의 공백입니까?

여당이 필리버스터를 잘 해서 국민들의 아음을 움직였다면 정부도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허나 이대로 거부권만 행사한다면 정부는 또 한번 고집불통과 독선의 불명예를 덮어쓸수밖에 없습니다. 하긴 그런 걸 신경쓰는 정부가 아니긴 하지만요.

물론 야당이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합법적 파업 범위를 넓히는 법안은 이미 오랬동안 논의가 되었던 내용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충분히 통과시킬수 있었음에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허송세월하다 정권을 잃었습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대여투쟁, 대정부 투쟁에 골몰하며 민생을 챙기겠다는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진실입니다.

정치에 있어서 대의란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 방향을 두고 이견과 대립이 생기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고 그것을 위해 정부도 국회도 있는 것입니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해 정권이 교체되었다면 이제라도 다하지 못했던 대의를 실천하는 것 또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여당은 그런 대의를 저버리고 정부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온갖 표퓰리즘을 남발하면서 말이지요. 심지어 이번에 포기한 필리버스터는 유튜브로 진행하겠답니다.

국회에서 진행하는 무제한 토론을 유튜브 방송으로 대신할수 있는 것이었습니까? 그게 법적인 효력은 있는 것이고요? 그걸 일반 서민들이 일일이 찾아보기는 하겠습니까?

저래놓고 우린 할 일을 다 했으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괴담 신봉자, 불순분자로 몰아갈것이 너무 뻔합니다. 그게 그들의 대의라 한다면 더 할 말이 없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