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 윤석열 정부는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데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홍범도 장군 문제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더니 최근에는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안을 들고 나와 또 한 번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네요. 예전부터 오랜 기간 동안 논의되어 온 문제도 아닌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시키겠다고 나섬으로써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규모 ‘메가시티’가 갖는 이점을 이 계획의 정당화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이 행정구역 재편의 정당한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메가시티가 갖는 거대한 관계연결망에서 오는 이점이라든가 규모의 경제라는 이점은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사회적, 경제적 네트워크 그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지, 행정구역이 통합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김포시와 서울시가 행정적으로 통합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둘 사이에 유기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면 실제로는 통합된 것이나 똑같은 효과가 나오는 법입니다.

정부, 여당은 추상적인 메가시티의 장점만 내세우고 있을 뿐, 통합을 통해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 구제적인 설명은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통합의 이득만 강조할 뿐 어떤 비용 혹은 부작용이 예상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득과 비용에 관한 아무런 구체적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통합을 밀어 붙이고 있는 셈입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행정적 통합이 정당화될 수 있는 핵심적인 근거는 재정지출 효과의 외부성(externality)입니다. 세금을 내는 사람과 그 세금으로 충당된 재정지출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서로 다를 때 행정적 통합을 통해 외부성을 내부화(internalize)함으로써 효율성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와 같은 외부성의 내부화를 통한 효율성의 증진은 경제학원론에서 나올 정도의 초보적인 개념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 이 점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김포시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 김포시의 사업에서 나오는 혜택의 상당 부분이 인접한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포시민은 왜 우리가 그런 사업에 쓸 세금을 내야 하느냐고 반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꼭 필요한 사업이라 할지라도 김포시민의 반발 때문에 무산되는 비효율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서울시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 서울시의 사업에서 나오는 혜택의 상당 부분이 인접한 김포시의 사람들에게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당연히 서울시 사람들이 반발할 것이고 앞에서와 똑같이 비효율적인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이 두 경우 모두 서울시와 김포시가 행정적으로 통합되어 있다면 그런 비효율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정부, 여당은 과연 어떤 종류의 외부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두 지역의 행정적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내가 짐작하기에 이 점에 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욕망에 이끌려 이 통합안을 낸 것이 분명합니다. 그 동안 언론 기사를 보면 이 점에 대해 단 한 마디 언급도 없는 것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행정적 통합을 정당화할 구체적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고 그저 막연한 메가시티의 이점만 강조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하나 정부, 여당에 묻고 싶은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상태에서 통합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행정구역의 기본골격에 막대한 영향을 줄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만난을 무릅쓰고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성사되고 나면, 이번에는 광명시나 부천시, 하남시 등의 편입 문제가 줄을 지어 등장할 것입니다.

나중에는 심지어 서울과 인천, 수원을 포괄하는 초메가시티(super mega city)를 만들자는 안까지 등장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경기도 전체를 서울에 편입시키자는 계획을 밀어 붙이는 게 오히려 더 낫다는 말까지 나올 수 있지 않습니까? 아무런 구체적 청사진 없이 추진하는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계획이 어떤 기상천외한 귀결을 가져올지 모릅니다.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초거대도시 서울은 이미 국가의 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대로 된 연구조차 없이, 더군다나 여론수렴 과정은 전혀 없이 상황을 더욱 위험한 지경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이 계획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 여당의 배짱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김포시 하나만 서울로 편입시켜 끝날 문제가 아니고, 이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도 모르는 위험한 불장난입니다. 자기네들은 몇 년만 집권하고 떠나가면 그만이지만, 그 후유증은 두고두고 우리 국민의 몫이 될 텐데요.

뿐만 아니라 이 통합계획은 당사자들인 서울시와 경기도와의 충분한 협의도 없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라는 점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만약 김포시가 서울로부터 분리되어 있어 문제가 있었다면 통합의 논의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처음 시작되었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통합계획이 발표된 셈이니 일의 순서가 잘못 되었어도 한참 잘못된 실정입니다.

특히 졸지에 하나의 핵심도시를 잃게 될 경기도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은 물론 이렇다할 상의조차 거치지 않고 이 계획을 발표해 버렸다는 것은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렇게 중앙정부의 독단으로 일을 처리하려면 지방자치제는 뭐 하려고 실시히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직접적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의 동의도 얻지 못한 채 추진되는 계획에 과연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내가 보기에 정부, 여당은 오직 정치적 셈법만을 따라 이 계획을 밀어 붙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포시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서울시 편입을 환영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 현실에서 자신의 주소가 경기도에서 서울시로 바뀌는 것은 너무나도 좋은 일이니까요. 단지 심리적인 측면뿐 아니라 집값 상승 등 실질적인 혜택도 상당하리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다른 이해당사자들인 서울시민과 여타 경기도 주민은 이와 같은 통합으로 인해 별 영향을 받지 않을 테지요. 따라서 국민의힘당 입장에서 보면 다른 지역의 표는 별로 잃지 않으면서 김포시민의 열렬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으며, 무책임한 정치의 표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정치적 셈법으로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이 절대로 아닙니다. 심도 있는 연구와 여론수렴을 통해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당연히 이에 동의할 의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제대로 된 연구도 여론수렴도 되지 않은 설익은 안을 무모하게 밀어붙이는 데 대해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하고 있을 뿐입니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뒤늦게나마 원점으로 돌아가 이 계획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킁킁탐정

2023/11/06

일단 여론조사 결과로는 반대가 60 찬성 30...이제 거짓말 하는 집단인줄 다 알고 있는 듯

이석기

2023/11/06

인접한 다른 시도 서울시로 편입을 요구할 것 같습니다. 대한국민 전체를 서울시로 하는것이
어떨까 합니다.

꼬꾸아빠

2023/11/09

서울시 속초구, 강릉구 이야기도 나오는 판입니다.

양종훈

2023/11/11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