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동본(同姓同本)은 성(姓)과 본관(本貫)이 모두 같음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몇십년 전의 일이지만 동성동본 결혼을 허용하네 마네 하는 문제로 전국이 떠들석하기도 했었죠. 아무리 시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동성동본이란 단어 자체는 누구나 들어봤을테고, 그게 무슨 뜻인지도 알거라 생각했습니다.

왜 과거형으로 문장을 끝맺었나면, 며칠 전에 아주 해괴한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들었기 때문입니다.



"동성동본이 폐지된게 몇년도더라?"

"무슨 소리야? 처음부터 불법인데."

"동성동본 폐지된거 몰라?"

"한국은 원래부더 동성결혼 안 되잖아."

"동성결혼 말고, 동성동본."

"그게 그거잖아."


어디서 꾸며낸 얘기 아니냐고 하실테지만, 제가 직접 들은 내용입니다. 동성동본(同姓同本)을 동성결혼(同性結婚)으로 잘못 들었다면 모를까, 그게 같은 뜻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요즘 사람들의 문해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었단 얘기는 계속 있었습니다. '심심한 사죄' 를 한다니까 사죄가 어떻게 심심할수 있냐고 따졌다는 일화는 너무 익숙하지요.

누구는 이게 왜 문제가 되냐 되묻기도 합니다. 한자를 읽을줄 안다고 중국인이니, 친중이니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 행태도 간혹 보입니다.

헌데 한자를 공부하자는건, 중국어를 공부하자는것과 별로 상관없는 문제입니다. 수능시험만 해도 한자와 중국어는 별개의 과목이며, 한자를 안다고 자동으로 중국어까지 학습는건 아니잖아요?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좋든싫든 한국어 단어의 태반이 한자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조선시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한자는 읽을줄 알아야 한국어도 바로 이해할수 있다고 봅니다.

어차피 영어가 세계 공용어니 한자가 무슨 소용이냐는 반론도 나오지만, 자기나라 말도 제대로 이해 못하면서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건 어불성설입니다.

예를 들어 首相 殊常 水上 受賞 모두 '수상' 이라고 읽지만 뜻은 모두 다릅니다. 허나 그걸 제대로 모른다면 首相을 뜻하는 수상을 물 위라고 이해해버릴지도 모르는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말을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체계적인 한자교육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