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소생은 서강대 철학과 졸업생으로, 사실 교수님 밑에서 직접 수학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본디 논리학도의 길을 걷는 자였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학문들을 공부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 저서들로 경제 공부를 하면서 교수님을 스승이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저는 제가 배운 지식들을 고등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어 강의)
제가 그간 강의를 하면서 스스로 확신을 가지지 못한 해설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께 이러한 설명이 맞는지를 감히 여쭤보고자 몇 자 끄적였습니다.
2018학년도 6월 경제 (통화 정책과 준칙주의&재량주의)
통화 정책은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과 같은 경제적 목적의 달성을 위해 이자율이나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통화 정책 수단인 ‘공개 시장 운영’은 중앙은행이 민간 금융 기관을 상대로 채권을 매매해 금융 시장의 이자율을 정책적으로 결정한 기준 금리 수준으로 접근시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수하면 이자율은 하락하고, 채권을 매도하면 이자율은 상승한다. 이자율이 하락하면 소비와 투자가 확대되어 경기가 활성화되고 물가 상승률이 오르며, 이자율이 상승하면 경기가 위축되고 물가 상승률이 떨어진다. 이와 같이 공개 시장 운영의 영향은 경제 전반에 ⓐ파급된다.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얻기 위한 요건 중에는 ‘선제성’과 ‘정책 신뢰성’이 있다. 먼저 통화 정책이 선제적이라는 것은 중앙은행이 경제 변동을 예측해 이에 미리 대처한다는 것이다. 기준 금리를 결정하고 공개 시장 운영을 실시하여 그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 때까지는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를 ‘정책 외부 시차’라 하며, 이 때문에 선제성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서야 비로소 기준 금리를 인하한다면, 정책 외부 시차로 인해 경제가 스스로 침체 국면을 벗어난 다음에야 정책 효과가 ⓑ발현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경기 과열과 같은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통화 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통화 정책은 민간의 신뢰가 없이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정책 신뢰성이 손상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통화 정책이 민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다. 경제학자 프리드먼은 중앙은행이 특정한 정책 목표나 운용 방식을 ‘준칙’으로 삼아 민간에 약속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를 지키는 ㉠‘준칙주의’를 주장한다. 가령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민간에 약속했다고 하자. 민간이 이 약속을 신뢰하면 물가 불안 심리가 진정된다. 그런데 물가가 일단 안정되고 나면 중앙은행으로서는 이제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문제는 민간이 이 비일관성을 인지하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다는 점이다. 준칙주의자들은 이런 경우에 중앙은행이 애초의 약속을 일관되게 지키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간이 사후적인 결과만으로는 중앙은행이 준칙을 지키려 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중앙은행에 준칙을 지킬 것을 강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준칙주의와 대비되는 ㉡‘재량주의’에서는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신축적인 정책 대응을 지지하며 준칙주의의 엄격한 실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아울러 준칙주의가 최선인지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진다. 예상보다 큰 경제 변동이 있으면 사전에 정해 둔 준칙이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신뢰성은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중앙은행이 반드시 준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해석
4문단 마지막 문장은, 이 자체만 놓고 보면 중의적이다. 이것의 의미를 “준칙에 얽매여야 정책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정책 신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므로, 반드시 준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로 해석할 수도 있고, 혹은 “준칙에 얽매이지 않아도 다른 식으로 정책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준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시문의 2문단과 3문단도 고려하면 후자의 해석이 좀 더 자연스럽다. 먼저 3문단은 ‘어떻게 통화 정책이 민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민간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 자체는 주어진 전제이다. 준칙에 얽매여야 정책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은 준칙주의인데, 준칙주의와 재량주의는 3문단에 따라 견해 차이가 있는 입장이므로, 재량주의의 해석은 전자가 되긴 어려운 것이다. 내 경험상 학생들이 종종 3~4문단을 읽다가 3문단을 놓치던데, 그래선 아니 된다. 어쨌든, 3문단에 따라 준칙주의와 재량주의는 모두 민간의 신뢰를 얻기 위해(=정책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는 입장이다. 나아가 2문단은 정책 신뢰성 자체가 통화 정책의 의미를 가지기 위한 요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량주의도 당연히 정책 신뢰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2·3문단과 4문단을 결부하면, 재량주의는 준칙주의의 기계적인 일관성이 단기적으론 민간의 정책 신뢰성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나, 장기적으론 정책 신뢰성을 얻기 어렵다는 입장이라 해석해야 한다. 재량주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 진정한 정책 신뢰성을 얻기 위해, 4문단에 따라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른 신축적인 정책 대응을 잘 하면 된다고 볼 것이다. 그러면 민간에서도 “길게 보니까 중앙은행이 일을 잘하네. 중앙은행 정책이 신뢰가 되네.”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재량주의의 입장이다. 따라서 4문단에 적혀 있는 ‘정책 신뢰성’은 단기적인 관점이자 준칙주의적 관점의 정책 신뢰성이고, 재량주의도 이러한 관점의 정책 신뢰성이 제법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4문단의 마지막 문장), 그렇다고 이에 아주 얽매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 진정한 정책 신뢰성을 얻지 못한다는 입장이라 해석해야 정합적이다.
이 해석이 맞는지 교수님께서 부디 한번만 ㅠㅠ 읽어주십시오..
날씨가 추워집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생은 서강대 철학과 졸업생으로, 사실 교수님 밑에서 직접 수학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본디 논리학도의 길을 걷는 자였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학문들을 공부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 저서들로 경제 공부를 하면서 교수님을 스승이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이제 저는 제가 배운 지식들을 고등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어 강의)
제가 그간 강의를 하면서 스스로 확신을 가지지 못한 해설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께 이러한 설명이 맞는지를 감히 여쭤보고자 몇 자 끄적였습니다.
2018학년도 6월 경제 (통화 정책과 준칙주의&재량주의)
통화 정책은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과 같은 경제적 목적의 달성을 위해 이자율이나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통화 정책 수단인 ‘공개 시장 운영’은 중앙은행이 민간 금융 기관을 상대로 채권을 매매해 금융 시장의 이자율을 정책적으로 결정한 기준 금리 수준으로 접근시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수하면 이자율은 하락하고, 채권을 매도하면 이자율은 상승한다. 이자율이 하락하면 소비와 투자가 확대되어 경기가 활성화되고 물가 상승률이 오르며, 이자율이 상승하면 경기가 위축되고 물가 상승률이 떨어진다. 이와 같이 공개 시장 운영의 영향은 경제 전반에 ⓐ파급된다.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얻기 위한 요건 중에는 ‘선제성’과 ‘정책 신뢰성’이 있다. 먼저 통화 정책이 선제적이라는 것은 중앙은행이 경제 변동을 예측해 이에 미리 대처한다는 것이다. 기준 금리를 결정하고 공개 시장 운영을 실시하여 그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 때까지는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를 ‘정책 외부 시차’라 하며, 이 때문에 선제성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서야 비로소 기준 금리를 인하한다면, 정책 외부 시차로 인해 경제가 스스로 침체 국면을 벗어난 다음에야 정책 효과가 ⓑ발현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경기 과열과 같은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통화 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통화 정책은 민간의 신뢰가 없이는 성공을 거둘 수 없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정책 신뢰성이 손상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통화 정책이 민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다. 경제학자 프리드먼은 중앙은행이 특정한 정책 목표나 운용 방식을 ‘준칙’으로 삼아 민간에 약속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를 지키는 ㉠‘준칙주의’를 주장한다. 가령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민간에 약속했다고 하자. 민간이 이 약속을 신뢰하면 물가 불안 심리가 진정된다. 그런데 물가가 일단 안정되고 나면 중앙은행으로서는 이제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문제는 민간이 이 비일관성을 인지하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다는 점이다. 준칙주의자들은 이런 경우에 중앙은행이 애초의 약속을 일관되게 지키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간이 사후적인 결과만으로는 중앙은행이 준칙을 지키려 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중앙은행에 준칙을 지킬 것을 강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준칙주의와 대비되는 ㉡‘재량주의’에서는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신축적인 정책 대응을 지지하며 준칙주의의 엄격한 실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아울러 준칙주의가 최선인지에 대해서도 물음을 던진다. 예상보다 큰 경제 변동이 있으면 사전에 정해 둔 준칙이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신뢰성은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중앙은행이 반드시 준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해석
4문단 마지막 문장은, 이 자체만 놓고 보면 중의적이다. 이것의 의미를 “준칙에 얽매여야 정책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정책 신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므로, 반드시 준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로 해석할 수도 있고, 혹은 “준칙에 얽매이지 않아도 다른 식으로 정책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준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시문의 2문단과 3문단도 고려하면 후자의 해석이 좀 더 자연스럽다. 먼저 3문단은 ‘어떻게 통화 정책이 민간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민간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 자체는 주어진 전제이다. 준칙에 얽매여야 정책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은 준칙주의인데, 준칙주의와 재량주의는 3문단에 따라 견해 차이가 있는 입장이므로, 재량주의의 해석은 전자가 되긴 어려운 것이다. 내 경험상 학생들이 종종 3~4문단을 읽다가 3문단을 놓치던데, 그래선 아니 된다. 어쨌든, 3문단에 따라 준칙주의와 재량주의는 모두 민간의 신뢰를 얻기 위해(=정책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는 입장이다. 나아가 2문단은 정책 신뢰성 자체가 통화 정책의 의미를 가지기 위한 요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량주의도 당연히 정책 신뢰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2·3문단과 4문단을 결부하면, 재량주의는 준칙주의의 기계적인 일관성이 단기적으론 민간의 정책 신뢰성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나, 장기적으론 정책 신뢰성을 얻기 어렵다는 입장이라 해석해야 한다. 재량주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 진정한 정책 신뢰성을 얻기 위해, 4문단에 따라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른 신축적인 정책 대응을 잘 하면 된다고 볼 것이다. 그러면 민간에서도 “길게 보니까 중앙은행이 일을 잘하네. 중앙은행 정책이 신뢰가 되네.”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재량주의의 입장이다. 따라서 4문단에 적혀 있는 ‘정책 신뢰성’은 단기적인 관점이자 준칙주의적 관점의 정책 신뢰성이고, 재량주의도 이러한 관점의 정책 신뢰성이 제법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4문단의 마지막 문장), 그렇다고 이에 아주 얽매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 진정한 정책 신뢰성을 얻지 못한다는 입장이라 해석해야 정합적이다.
이 해석이 맞는지 교수님께서 부디 한번만 ㅠㅠ 읽어주십시오..
날씨가 추워집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