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그리고 사랑방의 좋으신 어른들께 인사 올립니다. 글 쓰기가 오랜만이네요.

저는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하루에도 약 15회씩 오오 내 머리가 이렇게나 나빴던가 좌절하고 있습니다. ㅠㅠ

최근 중학 교사가 된 아는 동생이 이런 저를 보다 못해 저녁 식사 자리에서 격려 한 마디 해 줬는데, 바이너의 귀인 이론을 예로 들어 설명하더군요. 결론은 노력 하나만 믿고 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거기다 대고 "고마운 얘긴데, 고시란 게 노력하는 우등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나처럼 열등생한테는 참 힘들다."고 말했고 걔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형님, 하루쯤 공부 쉬고 머리나 좀 식히쇼. 그럼 생각이 좀 달라질 거요."라고 하더군요. ㅠㅠㅠ

그 말에 따라 오늘은 아침부터 방 정리를 좀 했습니다. 그러다 나온 것이 위에서 보신 옛 사진입니다.

위로부터 제7보병사단 이등중사인 할아버지(오른쪽, 1949년10월)
제15보병사단에서 하사관 교육 중인 아버지(1978년 3월)
제1포병여단에서 전역을 앞둔 저(왼쪽, 2008년 1월) 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살아 계실 때 군대, 정확히는 전쟁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TV에서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여러 문제를 저질러 충분치 못한 단죄를 받는 소식을 접하실 때마다 아무 말씀 없이 무릎이며 등허리를 어루만지셨던 걸 저는 기억합니다. 그 때 무엇을 슬퍼하시고 무엇에 대해 분노하셨는지 저로선 헤아릴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생각하기에, 제가 공직에 대해 지닌 마음가짐은 아직 더러워지지 않았습니다. 비록 없다시피 한 능력에 지치고 힘들어할지라도 말입니다. 오늘 찾은 할아버지 사진은 옛 전상(戰傷)을 어르시던 모습과 더불어, 말씀 없으신 가운데서도 제게 거는 기대가 분명하셨음을 상기시킵니다.

아는 동생이 타박을 하며 기대한 대로, 저는 오늘 하루 쉬면서 다시 공부를 계속할 힘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