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가 MB교육정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자사고 대량설립을 핵심으로 하는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를 사실상 폐기하기로 결정했다네요.
그 동안 이 정책이 가져온 심각한 부작용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시지탄의 감이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꼭 묻고 싶은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MB정부, 그리고 그 휘하의 교육부에서는 그 정책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알면서도 자신들은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니까 모른체 하고 있었다는 겁니까?
정권이 바뀌자 이제 와서 슬그머니 문제가 많으니 폐지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좀 그러네요.

며칠 전에는 대학교육협의회의 새 회장이 현재 3000여 가지나 되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대입전형 방식을 단순화해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덜어주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 점과 관련해서도 현재의 대학입시가 아무 문제도 없는 양 모른척해 왔던 교육당국의 태도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군요.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행 대입제도에 어떤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을 텐데요.

지난 5년간 MB정부의 교육정책은 우리 교육을 철저하게 망가뜨렸습니다.
아무 것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던들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았을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교육개혁을 한답시고 MB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던 카드가 무척 위험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MB정부 출범 초 쓴 컬럼에서 섣부른 실험을 삼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MB정부는 내 경고를 무시하고 모든 걸 갈아치울 기세로 이것저것 손을 대 결국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고교다양화 프로젝트도 그렇고, 일제고사제도도 그렇고, 입학사정관제도 그렇지만, 도대체 무엇 하나 나아진 것이 없고 극심한 혼란만을 겪은 지난 5년의 세윌이었습니다.

개혁에 대한 내 신념은 "바꿔서 더 나아질 것이 100% 이상 확실하지 않으면 공연히 손 대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는 편이 더 낫다"는 것입니다.
자칫 무사안일주의로 오인될 수도 있지만, 정부의 쓸모없는 과욕 때문에 일이 망쳐진 사례가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과욕으로 인한 정책 실패라는 관점에서 보면 MB정부를 능가할 정부가 없을 거라 믿습니다.
교육뿐 아니라 모든 걸 뜯어고치려 들어 망쳐 버렸으니까요.
아마추어 정권도 그런 아마추어 정권이 없습니다.
그들이 말하듯 10년 동안의 좌파정권 잔재를 쓸어내기 위해 그랬는지 몰라도 그 과욕에 의한 막대한 피해는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하나씩 하나씩 정상화되어 가는 모습이 보여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워낙 많은 것에 손을 대 놓은 상황이라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 놓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