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은 신중하게, 해체는 안전하게

- 2013.03.12 프레스센터 EDENS 세미나 인사말/ 박광서(불교생명윤리협회/공동대표) -


현대사회의 중요한 화두인 안전한 핵발전 문제를 논의하고 국제공조를 이루기 위해 국내는 물론 멀리 해외의 독일, 중국, 일본의 핵전문가들이 함께 모인 뜻깊은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백 년 전 핵의 발견 이후, 수십 년만에 핵폭탄과 핵발전 등 핵에너지의 이용으로 인류의 문명이 획기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인간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지만, 대신 더 위태로워진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2년 전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는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에 변화를 주문하는 신호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회를 장애로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장애를 기회로 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은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인간의 오만함을 일깨워주는 기회로 삼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풍요와 안전은 새의 두 날개와 같아서, 에너지의 확보를 외면해서도 안 되지만 생명의 안전은 더욱 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중국 속담에 “복은 근심하고 조심할 때 오고, 화는 기고만장하고 자만할 때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복이 되기도 하고 화가 되기도 하는 핵이야말로 우리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말해줍니다.

현대문명에서 핵은 집착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무시하는 것도 물론 능사는 아닙니다. 핵발전은 잡고 있기도 어렵지만, 놓아버리기도 쉽지 않은 뜨거운 감자입니다. 바람직한 것은 핵을 안전하게 잘 다루어 함께 잘 살기를 모색하는 길뿐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촌의 4백4십여기가 넘는 핵발전소가 과연 우리 인간이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역량 하에 있다는 확신이 있는지 불확실합니다. 다시 말해 인류가 핵을 자유자재로 다룰 기술과 안전감수성이 높은 수준인지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안전의식이 결여된 핵정책은 자연으로부터 반드시 반격을 당하게 마련이고, 핵에 관한 한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어두운 것은 달콤하게 다가오는 법입니다. 작은 편리함에 도취되면, 큰 위험이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합니다. 지난 1세기 동안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와 물질의 양은 그 이전 전 인류 역사상 사용했던 에너지와 물질의 총량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생활은 풍요로워졌지만, 반면에 이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에너지 사용에 익숙해져, 한정된 지구자원을 활용하는 데 절제와 경외심마저 없어진 듯합니다. 우리가 더 가지기 위해 스스로 생명까지 내놓는 위험한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닌지, 현재 편리하게 살기 위해 미래 세대의 삶마저 저당 잡고 사는 것은 아닌지, 건설과 생산에만 몰두하다가 핵쓰레기에 묻혀 죽음에 이르는 것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위해 멈춰서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핵 문제에 관한 한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1986년 소련 체르노빌, 그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대형 핵사고의 참담함을. 그리고 원전사고의 피해는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준엄한 사실을. 핵발전의 안전 확보가 시급하며 국가 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또 건설 위주에서 안전한 운영과 해체로 눈을 돌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핵발전은 탄생문화보다 장례문화의 정착이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핵발전소의 해체 문제는 건설에 비해 충분한 관심을 끌지 못해 경제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연구나 기술 축적도 미미한 실정입니다. 태어나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인데, 건설을 말하면서 해체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는 자기기만입니다. 태어나는 것이 기쁘다면, 죽는 것도 우아하게 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안전한 퇴로도 마련하지 못한 불안한 상태에서 핵발전소의 증설만을 고집하는 것은 장님이 촛불을 든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막대한 해체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세계의 해체시장규모는 향후 50년간 매년 20조 원이나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핵발전소의 안전해체를 확실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 명분과 실리를 세계인들, 특히 정치지도자들과 경제인들에게 얼마나 호소력 있게 설득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현대 문명사회에서 핵을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합니다. 핵발전의 지혜로운 이용과 관리는 인류 문명의 새로운 화두입니다. 지구상 모든 생명과 인류의 번영에 안전한 걸음을 뗄 수 있는 핵정책의 유연한 변화를 희망하며, 수명이 다한 원전의 안전문제와 해체기술에 대한 해법을 국제공조를 통해 모색하고자 핵안전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이 함께 모인 이번 세미나는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향후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 EDENS (Environmental Decommissioning Engineering Nuclear Safety)의 창립을 준비하는 시발점으로서 진지하고 풍성한 논의가 이루어져 핵문화의 새로운 방향타가 되기를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불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박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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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 EDENS 준비위원회
원전 안전문제와 해체기술
한국언론재단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2013년 3월 12일 (화) 10:00-18:00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에서처럼 원전사고의 피해는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섭니다. 안전확보와 근본대책 강구가 너무나 시급하고 위중합니다. 안전문제에 정통한 국내외의 원자력기술전문가를 초빙하여 수명이 다한 원전의 안전문제와 해체기술에 대한 해법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우리에겐 아직 제대로 된 해체기술이 없습니다. 원전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원전 해체비용은 막대합니다. 세계 440개 원전의 해체시장규모는 원전수명을 감안하면 향후 50년간 매년 20조 원에 가까운 시장입니다. 국내에는 상당한 원전 인력과 역량이 있습니다.
이 세미나는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 EDENS (Environmental Decommissioning Engineering Nuclear Safety)의 창설을 준비하는 세미나이기도 합니다. 이번 준비모임을 시발점으로 하는 인류공동의 과업입니다.

사회 : 우 희종 (서울대 교수, 불교생명윤리협회)
좌장 : 서 균렬 (서울대 교수, EDENS 공동준비위원장)

09:30-10:00 등록 (진행 : 영어/동시통역)
10:00-10:15 축사 (박 광서 불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이 선종 원불교천지보은회 대표)
10:15-10:40 문제 제기 : 국내 원전 위험의 유형과 구조
김 연민 (울산대 산업공학과 교수)
10:40-11:20 독일 원전 안전문제와 대처
미하엘 자일러 (독일 생태연구소 베를린대표)
11:20-12:00 독일 원전 해체기술과 해체사례
겐테스 사샤 (독일 칼스루에 KIT 교수)
얀 브레머 (독일 칼스루에 KIT PM)(발표)
12:00-13:15 오찬

13:15-13:55 세계원전안전해체 : 후쿠시마사고 이후 재조명
서 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13:55-14:35 중국 원전 안전문제 현황과 과제
쳉 쉬 (중국 샹하이쟈오통대 교수)
14:35-15:15 일본 원전 안전문제/해체기술의 현황과 과제
오카모토 코지 (일본 토쿄대 교수)
15:15-15:55 국내원전안전과제와 해체기술 조기확보 방안
김 규태 (동국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김 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15:55-16:15 휴식
16:15-17:00 지정토론
오다 타쿠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前 토쿄대 교수)
이 종호 (한국수력원자력 기술기획처장)
김 정화 (지식경제부 방사성폐기물과장)
17:00-17:45 자유토론 및 질의응답
(초청인사 : 종교계인사/언론인/환경단체인사)
17:45-18:00 결언 및 폐회 (서 균렬 EDENS공동준비위원장)

주최 : 불교생명윤리협회 원불교천지보은회
주관 :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EDENS) 준비위원회

참가신청 : 010-2234-0467로 문자신청 후 참가비 2만원
계좌: 신한은행 110-384-382464 김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