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전 부총리의 칼럼이 마음에 드네요.
옛날에 전두환은 사람들 많은 공식회의에서 자신에게 직언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자기 권위를 공개적으로 깎는다고 느꼈나 봅니다. 그러나 따로 면담을 신청해서 대통령과 단 둘이 있을 때 조용히 직언하는 것은 아주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자기 권위를 깎지 않으면서도 자기의 판단력에 큰 도움을 준다는 이유였을 겁니다.
솔직히 누가 쓴소리를 좋아하겠습니까? 쿨하다는 젊은 사람들도 충고는 듣기 싫어합니다. 하물며 머리나 사고체계가 굳을대로 굳어버린 노인이겠습니까? 그것도 권위 있는 위치로 올라간 사람들은 공식회의나 혹은 비서진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쓴소리를 듣는다면 아무리 호방한 성품을 지녔더라도 기분이 나빠지고 직언한 사람을 멀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처럼 나라안팎의 온갖 고급정보를 수시로 보고받는 독점적 위치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직언을 ‘뭘 모르고 하는 소리’ 쯤으로 치부하는 오만에 빠질 수 있습니다. 대통령 자신이 가장 많이 알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지요. 이것은 역대정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문제입니다.
따라서, 김병준 전 부총리의 아이디어가 매우 실용적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공식회의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담은 회의록을 대통령이 혼자 집무실에서 조용히 읽어본다면 얼굴 붉힐 일도 없고 권위가 깎일 일도 없고 균형감 있는 사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 같은 범부도 가끔 친구가 진심 어린 충고를 하면 본능적으로 듣기 싫어집니다만 동일한 충고를 책에서 읽을 때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측근 인사들이 아래 칼럼을 꼭 읽고 실천하면 좋겠네요.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요.
국민의 정부 시절 DJ가 일일이 지시하면 장관들은 수첩에 받아 적기 바빴다고 합니다.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차라리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이 이해찬에게 상당부분 국정을 맡겼던 것처럼 이번 새정권도 총리와 장관들에게 미션을 부여해서 믿고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 복잡한 시대에 萬機親覽(만기친람)은 불가한 일입니다. 조선 시대 임금도 경연에서 신하들의 조언을 듣고 때로는 면박도 받았습니다. 지존인 임금도 말입니다. 연산이나 광해는 매우 무능하였기 때문에 경연을 회피했지만 세종이나 영조 같은 현군들은 적극적으로 경연에 참여했습니다.
경연과 비슷한 역할을 아랫사람들이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눈 회의록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의록을 파일로 만들어 대통령에게 올릴 때는 익명화 작업을 거쳐야 평소에 아랫사람들이 허심탄회한 회의를 할 수 있겠지요.
진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년전에 '더 퀸 (The Queen, 2006)'이란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토니 블레어와 측근들이 작은 방에서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아주 중요한 정국상황에 대해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더군요. 우리 문화와 정서상 이런 모습은 안되더라도 다양한 언로가 열려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선 시대에 선비들이 늘 임금에게 요구했던 것도 언로를 열라는 것이었습니다. 성군과 암군을 나누는 기준이 언로를 여느냐 닫느냐로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임금이 사대부들에게 구언(求言)하였는데 이때는 시골 선비가 아주 격렬하고 거친 상소를 임금에게 올리더라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임금의 전횡을 막고 견제하며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여러 정치적 장치였습니다. 그래서 정승보다, 대과에 급제해 삼사(三司)로 나아가 임금을 가르치고 비판하고 견제하는 선비들이 매우 명예로운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제 조상 자랑 좀 하자면 우리 직계 조상님들은 삼사에 많이 진출하심)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라는 현 시대가 조선 시대보다 더 견제가 약하고 언로가 막혀있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쓴소리를 듣고 반성하고 고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사람의 인격의 훌륭한 정도가 판가름나는 것 같습니다.
솔직한 느낌은, 박근혜 새정권이 매우 두렵습니다. 빨리 박근혜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야권의 대항마가 떠오르길 바랍니다. 안철수-손학규 정도를 기대합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무조건 안철수가 국회에 들어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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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2/h20130212210131131350.htm
[김병준 칼럼/2월 13일] 바른소리 쓴소리를 기대하지 마라
오히려 현자 흉내를 한번 내어 보았으면 한다. 조언을 하나 남긴다. '다양한 의견과 제언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라.' 예컨대 모든 보고서에 그 보고서를 작성한 과정을 적고, 그 과정 속에 있었던 각종 회의의 회의록을 보기 쉬운 전자파일로 첨부하게 하면 좋다. 대통령이 없는 가운데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잘 참고하면 직언과 고언을 듣지 않고도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혜안이 생길 수도 있다.
옛날에 전두환은 사람들 많은 공식회의에서 자신에게 직언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자기 권위를 공개적으로 깎는다고 느꼈나 봅니다. 그러나 따로 면담을 신청해서 대통령과 단 둘이 있을 때 조용히 직언하는 것은 아주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자기 권위를 깎지 않으면서도 자기의 판단력에 큰 도움을 준다는 이유였을 겁니다.
솔직히 누가 쓴소리를 좋아하겠습니까? 쿨하다는 젊은 사람들도 충고는 듣기 싫어합니다. 하물며 머리나 사고체계가 굳을대로 굳어버린 노인이겠습니까? 그것도 권위 있는 위치로 올라간 사람들은 공식회의나 혹은 비서진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쓴소리를 듣는다면 아무리 호방한 성품을 지녔더라도 기분이 나빠지고 직언한 사람을 멀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처럼 나라안팎의 온갖 고급정보를 수시로 보고받는 독점적 위치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직언을 ‘뭘 모르고 하는 소리’ 쯤으로 치부하는 오만에 빠질 수 있습니다. 대통령 자신이 가장 많이 알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지요. 이것은 역대정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문제입니다.
따라서, 김병준 전 부총리의 아이디어가 매우 실용적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공식회의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담은 회의록을 대통령이 혼자 집무실에서 조용히 읽어본다면 얼굴 붉힐 일도 없고 권위가 깎일 일도 없고 균형감 있는 사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 같은 범부도 가끔 친구가 진심 어린 충고를 하면 본능적으로 듣기 싫어집니다만 동일한 충고를 책에서 읽을 때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측근 인사들이 아래 칼럼을 꼭 읽고 실천하면 좋겠네요.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요.
국민의 정부 시절 DJ가 일일이 지시하면 장관들은 수첩에 받아 적기 바빴다고 합니다.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차라리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이 이해찬에게 상당부분 국정을 맡겼던 것처럼 이번 새정권도 총리와 장관들에게 미션을 부여해서 믿고 맡겨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 복잡한 시대에 萬機親覽(만기친람)은 불가한 일입니다. 조선 시대 임금도 경연에서 신하들의 조언을 듣고 때로는 면박도 받았습니다. 지존인 임금도 말입니다. 연산이나 광해는 매우 무능하였기 때문에 경연을 회피했지만 세종이나 영조 같은 현군들은 적극적으로 경연에 참여했습니다.
경연과 비슷한 역할을 아랫사람들이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눈 회의록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의록을 파일로 만들어 대통령에게 올릴 때는 익명화 작업을 거쳐야 평소에 아랫사람들이 허심탄회한 회의를 할 수 있겠지요.
진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년전에 '더 퀸 (The Queen, 2006)'이란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토니 블레어와 측근들이 작은 방에서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아주 중요한 정국상황에 대해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더군요. 우리 문화와 정서상 이런 모습은 안되더라도 다양한 언로가 열려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선 시대에 선비들이 늘 임금에게 요구했던 것도 언로를 열라는 것이었습니다. 성군과 암군을 나누는 기준이 언로를 여느냐 닫느냐로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임금이 사대부들에게 구언(求言)하였는데 이때는 시골 선비가 아주 격렬하고 거친 상소를 임금에게 올리더라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임금의 전횡을 막고 견제하며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여러 정치적 장치였습니다. 그래서 정승보다, 대과에 급제해 삼사(三司)로 나아가 임금을 가르치고 비판하고 견제하는 선비들이 매우 명예로운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제 조상 자랑 좀 하자면 우리 직계 조상님들은 삼사에 많이 진출하심)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라는 현 시대가 조선 시대보다 더 견제가 약하고 언로가 막혀있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쓴소리를 듣고 반성하고 고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사람의 인격의 훌륭한 정도가 판가름나는 것 같습니다.
솔직한 느낌은, 박근혜 새정권이 매우 두렵습니다. 빨리 박근혜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야권의 대항마가 떠오르길 바랍니다. 안철수-손학규 정도를 기대합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무조건 안철수가 국회에 들어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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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2/h20130212210131131350.htm
[김병준 칼럼/2월 13일] 바른소리 쓴소리를 기대하지 마라
오히려 현자 흉내를 한번 내어 보았으면 한다. 조언을 하나 남긴다. '다양한 의견과 제언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라.' 예컨대 모든 보고서에 그 보고서를 작성한 과정을 적고, 그 과정 속에 있었던 각종 회의의 회의록을 보기 쉬운 전자파일로 첨부하게 하면 좋다. 대통령이 없는 가운데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잘 참고하면 직언과 고언을 듣지 않고도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혜안이 생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