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천명을 받거나 중흥(中興)한 임금 중에서 현인(賢人), 군자(君子)를 얻어 그들과 함께 천하를 다스리지 않은 자가 일찍이 있었던가? 현인을 얻고자 함에 그들이 여항(閭巷)을 나오지 않는다면 어찌 요행히 서로 만날 수 있겠는가? 윗사람이 그들을 구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천하가 아직 평정되지 않았으니 특히 현인을 급히 구해야 할 때이다. “맹공작(孟公綽)은 조(趙)씨, 위(魏)씨의 로(老)가 되기에는 넉넉하나, 등(滕)이나 설(薛)의 대부(大夫)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했다. 만약 반드시 염사(廉士)인 연후에만 기용할 수 있다면 제환공은 어찌 패업을 이루었겠는가! 지금 천하에 갈옷을 입고 옥 같은 마음을 품은 채 위빈(渭濱)에서 낚시질하는 자가 없겠는가? 형수를 도둑질하고 금을 받고 아직 무지(無知)를 만나지 못한 자가 또한 없겠는가?"
삼국지에서 조조가 210년 봄에 위나라에 공포한 구현령의 내용입니다. 덕행과 품성보다 능력을 중요시했다라는 후대의 평가를 받는 인재 채용관이고, 혹자는 이러한 조조의 인재관을 들어서 '성품'과 '과거 행실'보다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구현령에서 제환공의 일을 꺼낸건 제환공을 도왔던 관중의 과거(제 환공의 즉위를 반대하고 그의 형 공자 규를 지지했던 일)에 정적이었더라도 포용한 일을 넌지시 알린 것이고, 위빈(위수강가)은 주 문왕과 여상(태공망)의 일을 이야기합니다. 무지는 위무지로서 한 고조 유방이 인재 천거를 맡기자 '능력'만 보고 진평을 천거했던 일을 인용한 것입니다.
한 고조가 진평이 뇌물을 받는 이야기를 듣고 위무지에게 와서 "왜 이런 자를 천거했냐?"라고 질책하니
"주공께서 능력이 출중한 자를 원하시기에 저는 능력만 보았고, 주공께서는 '행실'을 보고 저를 탓하신 것입니다"
라고 답한 일을 말합니다. 그러나 한 고조 유방의 임종전에 고황후(여태후)가 후일을 여쭐 때, 유방은 진평에게 큰일을 맡기면 안 되며 반드시 백관의 우두머리를 주발에게 맡겨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때 여태후가 "그 다음 후일은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로 물으니 "그대는 그때까지 살진 못할 것이니 그 후는 알 필요가 없소"라고 답을 했습니다.(여치의 패악질도 예상하고 주발과 진평이 여씨 일족을 숙청할 것을 예상했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유방은 여치의 욕심도 알았고, 진평의 문란함도 알았지만 여치는 정실부인인데다가 후계자의 친모였고, 영리했으며, 진평 또한 계책이 뛰어나 여러번 자신의 목숨을 구했을 정도로 지략 하나 만큼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치가 장량과 꾸며서 한신을 제거(토사구팽)했고 여타 공신들을 제거한 실질적인 인물이었고, 진평은 흉노의 묵특 선우와의 백등산 전투에서 포위된 것을 계책으로 벗어나게 해준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항우와 범증 사이를 갈라놓은 것도 진평이었습니다.
유방은 인재보는 안목이 뛰어나 항우를 이겼다는 것이 리더쉽 연구에서 이미 알려진 것처럼 죽을 때까지도 자신의 주변 인물들의 행실과 성향, 가치관을 잘 알았고, 조조는 이러한 한 고조 유방의 인재관을 빌어 여항(여염집)에서 나와 자신에게 오기를 말했던 것입니다.
맹공작 이야기는 공자가 했던 인물평인데, 논어사숙록 헌문편에 있는 것을 조조가 인용한 것입니다. 맹공작이라는 인물은 큰 욕심이 없으나 능력이 출중했습니다. 공자는 이러한 맹공작은 소국인 등나라와 설나라에서는 의미가 없고, 조나라나 위나라같은 대국에서 큰 일을 맡으면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등, 설 두 나라는 대국으로 성장해야 하니 대신(대부)이라면 마땅히 야심을 가지고 패권을 위해 능력을 발휘해야 하나 조나라나 위나라의 경우에는 이미 대국이고 안정된 나라이니 개인적 욕심 없이 안정된 능신(能臣)이 될만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풀어서 간단히 이야기하면
"위나라의 패업은 어느 정도 성장했고, 안정을 찾았으니 과거에 황건적의 난이나 내 정적들을 도와 과거가 불안해 재야에 숨어있다면 다 용서할 것이고, 비록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나쁜 일을 저질렀더라도 능력이 좋으면 내가 채용해주겠다"
라는 말입니다.
조조는 210년 구현령을 공포하고 7년 후에 구일재령으로 한 번 더 이와 비슷한 말을 합니다.
옛날 이지(伊摯-伊尹)、부열(傅說)은 천인(賤人) 출신이었고 관중(管仲)은 환공(桓公)의 적이었으나 모두 등용하여 나라를 흥하게 했다. 소하(蕭何), 조참(曹參)은 현리(縣吏)였고 한신(韓信), 진평(陳平)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웃음거리가 되는 치욕을 겪었으나 마침내 왕업(王業)을 능히 성취하고 그 명성을 천재(千載)에 드리웠다. 오기(吳起)는 장군 직을 탐해 아내를 죽여 자신을 믿게 하고, 금을 흩어 관직을 구하고 모친이 죽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나, 그가 위(魏)나라에 있을 때는 진(奏)나라가 감히 동쪽으로 쳐들어오지 못했고, 초(楚)나라에 있을 때는 삼진(三晉-조,위,한)이 감히 남쪽을 도모하지 못했다. 지금 천하에 지덕(至德)한 자로 민간에 방치된 이는 없는가? 과감용맹하여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고(果勇不顧) 적을 맞아 힘써 싸우는(臨敵力戰) 이는 어떠한가? 문속(文俗)의 관리라도 높은 재능과 남다른 재질이 있어 혹 장수(將守)직을 감당할 수 있는 자, 오명을 뒤집어쓰고 웃음거리가 되고 혹 불인불효(不仁不孝)하더라도 치국(治國) 용병(用兵)의 술(術)을 갖춘 자, 그들 각각을 천거하여 알리고 남겨두지 말라.
앞서 7년전의 구현령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게다가 "불인불효하더라도" 라는 말을 붙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조조는 정말 이렇게 덕행과 관계 없이 능력 위주의 채용을 했을까요?
아닙니다. 조조는 철저히 유가 사상에 걸맞는 인재를 중용했었습니다.
삼국지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는 인물, 순욱
순욱은 상서령이라는 관직으로 내정을 총괄하는 핵심 인사였습니다. 순욱은 영천 출신으로서 조조의 고향인 초국 패현(진류)와 가까운 같은 지방 명사였습니다. 순욱의 조카인 순유도 그 지방 인물입니다.
순욱은 순자의 자손이고, 명문가였습니다. 게다가 전통적인 유학자 집안이었고, 할아버지는 외척 권신 양기를 비판해서 명망이 높았으며 아버지는 십상시를 소리 높여 비판한 청류파의 대부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조조가 연주를 기반으로 군벌이 되었을 때, 순욱을 인사담당자로 수 많은 인물들 천거하는 일을 맡겼습니다. 순욱의 작품으로는 순유, 정욱, 곽가, 모개, 희재재, 최염, 종요 등 수 많은 해당지역 청류파(후한 말기 환관 세도를 반대하던 유학자집단) 인사들입니다. 후한 말기 중앙 권력에서 소외된 사대부들인 것입니다.
조조는 할아버지 조등이 환관세력의 거두이고, 한 마디로 청류파의 반대파인 탁류파 집안입니다. 조조 스스로 효렴이라는 효행과 덕행으로 관직에 올랐지만 실상은 인맥이죠.
그러나 조조는 황건적의 난을 진압하면서 후한의 중앙 정계에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출신과 정반대의 입장이 좋아할만한 행실과 명성으로 인재를 끌어모읍니다. 그게 조조의 성공 비결이었던 셈입니다.
아무튼 삼국지를 읽은 많은 사람들은 조조가 능력을 중시한 인재관을 가졌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조조는 죽을 때까지도 후한에서 시행했던 향거이선(효행과 덕행으로 평판이 높은 자를 천거하던 주나라 이후의 인사 등용 제도)을 바탕으로 인재풀을 마련했었고, 그 이념은 철저히 유가적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가 사대부 중에서도 자신의 지역구(?) 세력과 결집한 것이지요.
그런데 210년에 이런 파격적인 인재 채용 공고를 띄운 것은 평생을 써온 인재 채용관과 달리 해야 될 이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212년에 순욱이 숙청당합니다. 그리고 212년 조조는 위공에 올라 구석을 받습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빈 반합을 받은 순욱이 조조의 뜻을 알고 자결하는 장면으로 나옵니다. 순욱은 대표적으로 위공 작위에 반대한 가신입니다)
216년 조조는 허창에서 300명이 넘는 관료들을 숙청합니다. '위황과 경기의 난' 때문입니다. 사실 그건 핑계고 위황과 경기는 마지막 후한 부흥 반란을 일으킨 세력이고, 그걸 핑계로 후한 구신 세력을 일거에 숙청한 것입니다.
순욱이 사망하자 그 후임으로 상서령이 된 인물이 있습니다. 화흠입니다. 화흠은 연의와 달리 매우 청렴한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공명정대하게 일을 하긴 했는데, 한 가지 흠이은 '충'이라는 가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진 밑에서 일을 하다가 원술 등등 여러명의 사람을 모시다가 조조 수하로 들어옵니다.
화흠이 삼국지연의에서 크게 부각되는 단 한 장면이 있습니다. 거듭 선위를 물리는 조비를 두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헌제에게 제위를 넘겨라고 거의 협박조로 나서는 사람입니다.
화흠은 조비가 등극하고, 상국이라는 어마어마한 지위를 누립니다. 후한 말 동탁이 상국이 된 후, 제갈량이 '상부'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위나라에서는 화흠. 사마소, 사마염 이 세 사람이 상국입니다. 이 중 사마소와 사마염은 제위 찬탈 세력이었으나 화흠은 개국 공신이며, 청빈했으며, 후한에 대한 충절을 제외하고는 흠잡을 곳이 없는 사람이었던 셈입니다.
이 사람이 이후 진군이 만든 구품중정제(구품관인법)에서 인사를 총괄하는 사도(승상)를 역임합니다.
지방에서 향품을 매겨 올라오는 보고서를 최종 결정하여 황제께 보고하고, 이 중에서 관품을 다시 매겨 관직을 정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 사람의 일화 중 하나가 다른 신하들이 지나치게 효행과 덕행만으로 사람을 뽑으면 재주가 없을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 좋다라고 주장하자
화흠은 "재주도 행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행하지 않는 재주를 안다하여 도움이 될 것이 뭐가 있습니까? 그 사람이 행할지 말지는 그 사람의 행실을 볼 수밖에 없으니 효렴을 볼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라고 반론을 제기합니다.
화흠은 사도로서 많은 인재를 천거했습니다. 그리고 제갈량은 이러한 위나라의 많은 인재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북벌을 감행해야만 했습니다.
화흠이 죽었을 때, 분배해야 될 재산이 없었을 정도로 청빈하고 유가적 선비로서는 행실이 나쁘지도 않고, 당파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무려 상국, 사도까지 된 인물이 말이지요. 게다가 자신의 여종들은 모조리 면천 시키고, 시집까지 손수 보내줍니다.
즉, 조조의 위나라는 단 한 번도 덕행을 무시한 인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210년과 217년의 포고령은 정치적 쇼였고, 후한 구신 세력을 회유하거나 자신의 세력 속에 남아있는 후한을 지지하는 청류파 관원들에게 보내는 경고였습니다.
그들이 숭상하는 가치를 공개적으로 짓밟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이성계가 온건파 신진사대부였던 정몽주를 참살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게 의도되었던 아니었든 이를 계기로 청류파 유학자들은 청담사상과 노장사상에 빠져 염세론으로 들어가버리고 위나라를 따르는 사람들만이 진출하여 유학적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조조는 구현령 포고와 함께 술지령으로서 자신의 녹봉을 후한 황실에 반환하고 신하들도 함께 반환하는 조치를 취한 적이 있습니다. 위공에 오르기 전에는 구신 세력이 많이 남아있으니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으니 자신의 녹봉과 영지를 반환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차피 세습이라는 관점에서는 자신이 위왕에 올라 세습체제를 마련하면 그깟 녹봉과 영지는 되찾아오는 것이고 나라 자체를 빼앗는 것인데 잠시 반환하는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순욱을 숙청하기 전, 208년 공자의 후손이자 조정에서 조조의 반대파인 공융을 숙청했었습니다. 이후 청류파 잔존 세력인 양수를 참하지요. 경기와 위황의 난 때 참살한 사람들은 역적이니 구족이나 삼족을 멸해버리면 되지만 공융이나 순욱, 양수 같은 내부 숙청은 그저 그 본인들만 죽였기 때문에 연의에서는 시덥잖은 이유로 죽여버린 것으로 나옵니다.
후계자 계승을 하기 전에 구신 세력 중에 구분을 하여 숙청한다. 북쪽의 한 독재자 가문이 했던 최근의 일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조조가 능력 본위를 하여 약간의 오점이 있더라도 재주를 높이 평가했다? 물론 관우나 장료처럼 뇌물 안 받고 뜻이 달랐던 사람들은 용서해주고 포용해줬지요.
그런데 210년과 217년 사이 빼고 조조의 일생과 후대 위나라는 모두 '효렴'이라는 효행과 덕행, 지역의 평판과 명성이라는 나름 무결하고 청빈한 사람들이 관직에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한 고조 유방이 죽기 전에 여태후에게 남긴 말 중 처음에는 소하에게 일을 맡기면 된다 하였고, 그 후에는 왕릉에게 맡기면 된다 했지만 왕릉이 우직해서 일을 잘못할 수 있으니 진평에게 보좌토록 하되 진평에게 큰 일은 맡기면 안 되니 주발에게 큰 일을 맡겨라라고 한 것은 결국엔 행실 때문에 재주가 아까워도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기도 합니다.
세종대왕이 과거에 흠이 많았던 황희를 중용한 사례를 들어 후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오점은 재주로 용인할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황희의 업적을 보라는 것이지요.
근데 그 황희를 감시하던 눈은 세종대왕이었습니다.
황희가 청백리가 된 것은 황희의 과거 행적을 아는 세종이 항상 경계를 풀지 않고, 긴장을 유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재주는 참 아까운데....." 라고 덮어놓고 믿는 것이 아니라 "과거는 어느 정도 정리해줄테니 재주를 펼쳐보이되, 한 번만 더 그러면 너 죽는다" 였습니다.
과거를 용서해주는 것과 과거를 덮는 걸로 미래의 백지수표를 던져주는 것은 천양지차이니 말입니다.
조조도 210년과 217년 두 차례에 걸쳐 재주를 강조하는 인재 포고령을 보내지만 인재 천거를 담당하는 사람이 '화흠'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순욱'이었고 말이지요.
유방도 진평을 쓰되 항상 소하나 주발더러 감시시켰고, 유방 스스로도 진평의 문란함과 부패를 항상 경계했었습니다. 유방의 고명이 진평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당연히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겠지요.
참고로 한신, 영포, 번쾌 등 공신들이 속속 숙청당하거나 밀려난 걸 목격한 진평입니다. 그걸 대신 하기도 했고, '분명 다음 차롄 난데'라고 알고 있다면 숟가락 들기도 어려운 오늘 내일 하는 황제가 하는 소리가 그 무엇보다 무서웠을 겁니다.
조조가 내린 두 번의 포고령을 본 위나라의 사대부, 선비들은 알아들을 사람은 다 알아들었겠지요.
명망이 높은 공자의 후손 공융이 죽은 후 2년이 지난 후 조정에서는 조조를 위공에 봉해야 한다는 공론이 있었고, 순욱과 사이가 틀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런 포고문을 보게 됩니다. 순욱이 죽은 후 화흠이 후임자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죠. 과거에 오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 단단히 먹고 임관을 신청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조는 아마 그렇게 임관된 관리들 앞에서 웃었겠지만 그 눈빛에는 '단디해라. 안 그러면 뒤진다'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후한은 황실과 외척, 환관들의 매관매직, 부패 때문에 망했는데, 조조가 그걸 허용할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조조를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고 표현한 것이겠지요.
최근 공직 임용을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있어?"
그렇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털어서 먼지 나오는 사람에게 싸다귀를 때린다고 말을 하면 먼지는 알아서 털고 나오는게 공직자의 도리입니다.
앞으로 먼지는 안 생기게 하겠다 맹세하고 공직을 맡는 것이 역사였습니다. 그게 임용권자나 피임용자가 가지는 공명정대의 한계선이었다고 봅니다. 화합과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적 이견을 허용하는 관대함일 뿐, 사리사욕에 대한 미련을 허용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매번 장관 인사청문회가 되면, 어떤 사람은 "저 정도 지위가 되서 먼지 안 나올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두둔하기도 하고 욕은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용인합니다.
"가난을 벗어나는 일이... 쉬운 일인가.."
가난하고 세상물정 모를 때 실수는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어느 정도 지위가 생기면 행실을 바르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증거라고 봅니다.
이중국적에서 장관 지명되기 얼마 전에 국적을 포기했다는 말은 약간의 모순이 있습니다. 모국에서의 정치적 포부가 오랫동안의 꿈이었다면 미리 준비했겠지만 그게 현재 누리고 있는 사회-경제적 이득, 이중국적의 이득을 포기할 정도로 아주 강렬하진 않았다는 뜻입니다. 포기한다고 누가 자길 지명해줄 이유는 없으니 말입니다.
어느 정도 확실성이 있을 때 행동을 했다는 소리입니다.
관행으로서 실수, 할 수도 있습니다. 항상 비판적으로 살아갈 순 없으니 말입니다. 영화 불법 다운로도 안 받아본 사람이 없듯 젊은 시절 부동산 붐 때 재산 증식 가능하면 할 사람들이 부지기수였을 것입니다. 그때에도 고고하게 그 일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지도자감일 것입니다.
하지만 청문회에 와서 회피하고, 어쩔 수 없었다. 가장 최근에 한 일까지도 잘 몰랐다라고 말을 한다면 이후에도 여지가 있다는 소리입니다. 정말 명성 때문에 지명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인적 관계와 경제적 이해 때문에 지명 받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받은 모욕과 수치는 다른 것으로 보상받을 심산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알려지면 야당이 반대하고, 여당조차 반대할지 몰라서
사회 평균 이상의 사람들이 반대할 수준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반증하는 것입니다.
"청문회 때마다 왜 저런 인간들이 나오는거야? 뻔뻔하기도 해라"
'저런 인간'들이 성공하는 사회 평균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뻔뻔하게 무시하면 해결되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 어디있겠어?'라고 말을 하지 '앞으로 먼지 안 쌓이고 성공하는 방법 없을까'라고 고민하지 않았으며, '먼지 안 쌓이고 좀 덜 성공했지만 행실 바른 사람들'에게는 '학벌이 왜 저래?' '얼굴이 참 못 생겼네', '스펙이 떨어지네' 라고 이상한 기준을 투영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최종 임면권을 가진 민주주의 세상에서 평균적 안목과 '용인술'의 수준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에게 추천제를 통해 자본과 학력 세습의 사다리를 만들고, 논문을 표절해서라도 박사와 석사가 되고, 학위를 못 따더라도 해외 유명대학 수료 과정이라도 보내고 가려는 사람들, 기업가로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기대 심리를 가지고, 예쁜 여자 정치인들에게 환호하는 세태는 바로 이런 가치관들의 표상이 아닐까요?
그 끝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나?"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못 사는 법이지"
(본래 고사성어의 진짜 의미는 이런 용도로 쓰는게 아닙니다)
라고 말을 합니다.
사람들은 웰빙과 힐링, 멘토를 말합니다. 헐~!
삼국지연의에서 후한은 매관매직과 뇌물로 망했다고 합니다. 외척과 환관이 관직을 둔 거간꾼이 되었습니다.
후한의 관리 임용은 다섯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1. 북쪽 변방의 상류 계급 출신자로 무술에 능한 자.
2. 녹봉 2천 석 이상의 고급 관료 자제.
3. 많은 액수의 곡물과 금전을 바친 자.
4. 학문과 명성이 높아 효렴과 무재 등으로 추천된 자.
5. 중앙과 지방의 녹봉 2천 석 이상의 고급 관료나 황제가 추천한 자.
이 중 세 번째는 매작령입니다. 황제 영제가 특출나게 탐욕스러워서 매관매직을 주도했을까요?
외척의 발호 때 황제는 환관을 이용했고, 환관이 위세를 부릴 때는 외척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장기화된 중앙 관료의 귀족화 경향과 재정난에 황제는 매작령을 강화했고, 결국엔 이것이 착취의 구조가 되어 황건적의 난이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것까지 숙고하지 못 한 황제는 욕먹어도 싸지만 후한이 망한 이유는 하진 때문도 아니고, 십상시 때문도 아닌 황제 스스로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매작령 또한 흉노를 정벌을 준비하면서 재정 확보를 위해 경제 시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연하게도 이 매작령을 건의한 신하의 이름이 '조조'입니다.
후한 황제는 다섯가지 군국 경영의 원칙으로 업무를 했습니다.
1. 추은령
봉토를 적장자 외의 자제들에게도 봉분하게 하는 것
2. 좌관률
파견 관리의 제후들과의 군신관계를 금지하는 것
3. 부익률
제후들이 세액을 자율적으로 증액하는 것을 막는 것
4. 아당률
파견 관리가 제후의 죄를 묵인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하는 것
5. 주금률
황제의 종묘에 대한 제후들의 헌상의 질이 떨어질 때 죄를 묻고, 관작을 박탈하는 것
군국제도에서 중앙 관리가 직접 관할하는 군현제로 이행하던 전한 무제가 세운 원칙입니다. 한 무제는 유학을 도입했던 황제이고, 이것은 당시 유가 관료들이 무제에게 건의하여 만든 것들입니다.
군국 경영의 다섯가지 원칙이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예치주의인 한나라에서 종묘가례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황건적의 난 이후에 유씨 제후는 거의 사라지고, 심지어 황실 종친인 유표와 유언(유장)마저 주금률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제후가 없고, 호족 군벌들이 지역의 경제-군사-정치를 장악한 상황에서 후한 황제는 누구에게 주금률을 물어야 할까요?
매작령으로 외척에 연줄도 없고, 그렇다고 원소처럼 사대삼공도 아니라 추천도 못 받는 자들은 황제에게 관직을 돈을 주고 샀습니다. 그리고 그 손실분을 백성들에게 소작료로 다시 거두어들었습니다.(매작령에 의한 제 3 세력은 외척-환관 사이의 알력 다툼에서 황제가 의도적으로 키우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추은령에 따라 제후들의 헌상의 질이 떨어지겠지만 반발이 없었던 것은 농업생산량이 급속도로 증대되어 봉분된 제후들이 땅을 나눠가져도 주금률에 위반되지 않는 헌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황건적의 난 때문에 유씨 제후들도 사라지고, 생산력이 크게 떨어진 마당에 땅을 나눠가진 군벌들에게 주금률로 곡식과 돈을 바쳐라고 했고, 그걸 거두러 온 사람이 환관들이니 환관들이 싫은 유가 사대부들이 거부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영제는 주어진 원칙과 관행에 따라 업무를 했을 뿐입니다. 엉엉.ㅠㅠ
그래도 제왕은 그게 죄가 됩니다.
정치와 인생이 실험이듯 실험 실패했으니 후한은 망하고 모든 죄는 영제가 뒤집어써야하죠.
특별 업무 추진비. 관행대로 써왔습니다. 엉엉 ㅠㅠ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하는 관료가 될 땐 죄가 됩니다.
왜 문제가 되는지 무지한 죄가 있습니다. 후한 영제가 그러했듯...
나라가 개판입니다. 국민들은 성실한데, 정치인들이 개판이라서 엉엉 ㅜㅜ
정치인들과 정부를 구성하는 방법이 그리고 관행들이 왜 잘못되었는지 모를 땐 국민들에게 죄가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국민들에게 무지해야 하고 무심해야 할 권리가 없습니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후한 영제는 왜 세상물정을 몰랐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때, 후대 사람들도 그러지 않을까요?
매작령을 건의하고, 유교적 예에 따라 주금률을 계획한 유가 관료와 한 경제와 무제. 그때는 몰랐겠죠. 황실이 문을 닫는 진짜 이유가 될지 말입니다.
나중에 그 책임을 영제와 환관들에게 돌려버리겠지만 확실한건 이 문제를 유학자들의 공론에 의해 만들었다는 사실일 겁니다.
관행, 관습, 정치인들이 그 따위로 정치하는 것에 대한 방법론들은 결국 국민들의 공론에 의해 만들었습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 엉엉 ㅜㅜ
후한의 황제의 직소 임용과 환관과 외척 관료의 천거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위나라는 구품중정제라는 관료에 의한 시스템(?) 천거 제도를 만듭니다. 덕행과 효행에도 등급을 매겨 비교적 바르지 못 한 사람은 향품을 낮게 책정하여 최종 승진에 한계를 주는 방식으로 권력에 배제시키고자 했습니다. 근데, 지들끼리 담합해서 모두 향품을 높여주는 바람에 귀족과 귀족 아닌 자로 바뀌는 이상한 제도가 되었습니다. 후한 시대에는 명문가의 자제들이 추천 받아 태학에 입학한 후 별 다른 문제 없이 중앙 요직에 진출했습니다. 지방 사대부는 태학에 입학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특목고와 입학사정관제의 미래입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210년 봄에 위나라에 공포한 구현령의 내용입니다. 덕행과 품성보다 능력을 중요시했다라는 후대의 평가를 받는 인재 채용관이고, 혹자는 이러한 조조의 인재관을 들어서 '성품'과 '과거 행실'보다 능력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구현령에서 제환공의 일을 꺼낸건 제환공을 도왔던 관중의 과거(제 환공의 즉위를 반대하고 그의 형 공자 규를 지지했던 일)에 정적이었더라도 포용한 일을 넌지시 알린 것이고, 위빈(위수강가)은 주 문왕과 여상(태공망)의 일을 이야기합니다. 무지는 위무지로서 한 고조 유방이 인재 천거를 맡기자 '능력'만 보고 진평을 천거했던 일을 인용한 것입니다.
한 고조가 진평이 뇌물을 받는 이야기를 듣고 위무지에게 와서 "왜 이런 자를 천거했냐?"라고 질책하니
"주공께서 능력이 출중한 자를 원하시기에 저는 능력만 보았고, 주공께서는 '행실'을 보고 저를 탓하신 것입니다"
라고 답한 일을 말합니다. 그러나 한 고조 유방의 임종전에 고황후(여태후)가 후일을 여쭐 때, 유방은 진평에게 큰일을 맡기면 안 되며 반드시 백관의 우두머리를 주발에게 맡겨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때 여태후가 "그 다음 후일은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로 물으니 "그대는 그때까지 살진 못할 것이니 그 후는 알 필요가 없소"라고 답을 했습니다.(여치의 패악질도 예상하고 주발과 진평이 여씨 일족을 숙청할 것을 예상했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유방은 여치의 욕심도 알았고, 진평의 문란함도 알았지만 여치는 정실부인인데다가 후계자의 친모였고, 영리했으며, 진평 또한 계책이 뛰어나 여러번 자신의 목숨을 구했을 정도로 지략 하나 만큼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치가 장량과 꾸며서 한신을 제거(토사구팽)했고 여타 공신들을 제거한 실질적인 인물이었고, 진평은 흉노의 묵특 선우와의 백등산 전투에서 포위된 것을 계책으로 벗어나게 해준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항우와 범증 사이를 갈라놓은 것도 진평이었습니다.
유방은 인재보는 안목이 뛰어나 항우를 이겼다는 것이 리더쉽 연구에서 이미 알려진 것처럼 죽을 때까지도 자신의 주변 인물들의 행실과 성향, 가치관을 잘 알았고, 조조는 이러한 한 고조 유방의 인재관을 빌어 여항(여염집)에서 나와 자신에게 오기를 말했던 것입니다.
맹공작 이야기는 공자가 했던 인물평인데, 논어사숙록 헌문편에 있는 것을 조조가 인용한 것입니다. 맹공작이라는 인물은 큰 욕심이 없으나 능력이 출중했습니다. 공자는 이러한 맹공작은 소국인 등나라와 설나라에서는 의미가 없고, 조나라나 위나라같은 대국에서 큰 일을 맡으면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라고 한 것입니다. 등, 설 두 나라는 대국으로 성장해야 하니 대신(대부)이라면 마땅히 야심을 가지고 패권을 위해 능력을 발휘해야 하나 조나라나 위나라의 경우에는 이미 대국이고 안정된 나라이니 개인적 욕심 없이 안정된 능신(能臣)이 될만한 사람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풀어서 간단히 이야기하면
"위나라의 패업은 어느 정도 성장했고, 안정을 찾았으니 과거에 황건적의 난이나 내 정적들을 도와 과거가 불안해 재야에 숨어있다면 다 용서할 것이고, 비록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나쁜 일을 저질렀더라도 능력이 좋으면 내가 채용해주겠다"
라는 말입니다.
조조는 210년 구현령을 공포하고 7년 후에 구일재령으로 한 번 더 이와 비슷한 말을 합니다.
옛날 이지(伊摯-伊尹)、부열(傅說)은 천인(賤人) 출신이었고 관중(管仲)은 환공(桓公)의 적이었으나 모두 등용하여 나라를 흥하게 했다. 소하(蕭何), 조참(曹參)은 현리(縣吏)였고 한신(韓信), 진평(陳平)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웃음거리가 되는 치욕을 겪었으나 마침내 왕업(王業)을 능히 성취하고 그 명성을 천재(千載)에 드리웠다. 오기(吳起)는 장군 직을 탐해 아내를 죽여 자신을 믿게 하고, 금을 흩어 관직을 구하고 모친이 죽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나, 그가 위(魏)나라에 있을 때는 진(奏)나라가 감히 동쪽으로 쳐들어오지 못했고, 초(楚)나라에 있을 때는 삼진(三晉-조,위,한)이 감히 남쪽을 도모하지 못했다. 지금 천하에 지덕(至德)한 자로 민간에 방치된 이는 없는가? 과감용맹하여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고(果勇不顧) 적을 맞아 힘써 싸우는(臨敵力戰) 이는 어떠한가? 문속(文俗)의 관리라도 높은 재능과 남다른 재질이 있어 혹 장수(將守)직을 감당할 수 있는 자, 오명을 뒤집어쓰고 웃음거리가 되고 혹 불인불효(不仁不孝)하더라도 치국(治國) 용병(用兵)의 술(術)을 갖춘 자, 그들 각각을 천거하여 알리고 남겨두지 말라.
앞서 7년전의 구현령과 같은 의미였습니다. 게다가 "불인불효하더라도" 라는 말을 붙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조조는 정말 이렇게 덕행과 관계 없이 능력 위주의 채용을 했을까요?
아닙니다. 조조는 철저히 유가 사상에 걸맞는 인재를 중용했었습니다.
삼국지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는 인물, 순욱
순욱은 상서령이라는 관직으로 내정을 총괄하는 핵심 인사였습니다. 순욱은 영천 출신으로서 조조의 고향인 초국 패현(진류)와 가까운 같은 지방 명사였습니다. 순욱의 조카인 순유도 그 지방 인물입니다.
순욱은 순자의 자손이고, 명문가였습니다. 게다가 전통적인 유학자 집안이었고, 할아버지는 외척 권신 양기를 비판해서 명망이 높았으며 아버지는 십상시를 소리 높여 비판한 청류파의 대부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조조가 연주를 기반으로 군벌이 되었을 때, 순욱을 인사담당자로 수 많은 인물들 천거하는 일을 맡겼습니다. 순욱의 작품으로는 순유, 정욱, 곽가, 모개, 희재재, 최염, 종요 등 수 많은 해당지역 청류파(후한 말기 환관 세도를 반대하던 유학자집단) 인사들입니다. 후한 말기 중앙 권력에서 소외된 사대부들인 것입니다.
조조는 할아버지 조등이 환관세력의 거두이고, 한 마디로 청류파의 반대파인 탁류파 집안입니다. 조조 스스로 효렴이라는 효행과 덕행으로 관직에 올랐지만 실상은 인맥이죠.
그러나 조조는 황건적의 난을 진압하면서 후한의 중앙 정계에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출신과 정반대의 입장이 좋아할만한 행실과 명성으로 인재를 끌어모읍니다. 그게 조조의 성공 비결이었던 셈입니다.
아무튼 삼국지를 읽은 많은 사람들은 조조가 능력을 중시한 인재관을 가졌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조조는 죽을 때까지도 후한에서 시행했던 향거이선(효행과 덕행으로 평판이 높은 자를 천거하던 주나라 이후의 인사 등용 제도)을 바탕으로 인재풀을 마련했었고, 그 이념은 철저히 유가적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가 사대부 중에서도 자신의 지역구(?) 세력과 결집한 것이지요.
그런데 210년에 이런 파격적인 인재 채용 공고를 띄운 것은 평생을 써온 인재 채용관과 달리 해야 될 이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212년에 순욱이 숙청당합니다. 그리고 212년 조조는 위공에 올라 구석을 받습니다. (삼국지연의에서는 빈 반합을 받은 순욱이 조조의 뜻을 알고 자결하는 장면으로 나옵니다. 순욱은 대표적으로 위공 작위에 반대한 가신입니다)
216년 조조는 허창에서 300명이 넘는 관료들을 숙청합니다. '위황과 경기의 난' 때문입니다. 사실 그건 핑계고 위황과 경기는 마지막 후한 부흥 반란을 일으킨 세력이고, 그걸 핑계로 후한 구신 세력을 일거에 숙청한 것입니다.
순욱이 사망하자 그 후임으로 상서령이 된 인물이 있습니다. 화흠입니다. 화흠은 연의와 달리 매우 청렴한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공명정대하게 일을 하긴 했는데, 한 가지 흠이은 '충'이라는 가치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진 밑에서 일을 하다가 원술 등등 여러명의 사람을 모시다가 조조 수하로 들어옵니다.
화흠이 삼국지연의에서 크게 부각되는 단 한 장면이 있습니다. 거듭 선위를 물리는 조비를 두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헌제에게 제위를 넘겨라고 거의 협박조로 나서는 사람입니다.
화흠은 조비가 등극하고, 상국이라는 어마어마한 지위를 누립니다. 후한 말 동탁이 상국이 된 후, 제갈량이 '상부'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위나라에서는 화흠. 사마소, 사마염 이 세 사람이 상국입니다. 이 중 사마소와 사마염은 제위 찬탈 세력이었으나 화흠은 개국 공신이며, 청빈했으며, 후한에 대한 충절을 제외하고는 흠잡을 곳이 없는 사람이었던 셈입니다.
이 사람이 이후 진군이 만든 구품중정제(구품관인법)에서 인사를 총괄하는 사도(승상)를 역임합니다.
지방에서 향품을 매겨 올라오는 보고서를 최종 결정하여 황제께 보고하고, 이 중에서 관품을 다시 매겨 관직을 정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 사람의 일화 중 하나가 다른 신하들이 지나치게 효행과 덕행만으로 사람을 뽑으면 재주가 없을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 좋다라고 주장하자
화흠은 "재주도 행할 때 의미가 있습니다. 행하지 않는 재주를 안다하여 도움이 될 것이 뭐가 있습니까? 그 사람이 행할지 말지는 그 사람의 행실을 볼 수밖에 없으니 효렴을 볼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라고 반론을 제기합니다.
화흠은 사도로서 많은 인재를 천거했습니다. 그리고 제갈량은 이러한 위나라의 많은 인재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북벌을 감행해야만 했습니다.
화흠이 죽었을 때, 분배해야 될 재산이 없었을 정도로 청빈하고 유가적 선비로서는 행실이 나쁘지도 않고, 당파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무려 상국, 사도까지 된 인물이 말이지요. 게다가 자신의 여종들은 모조리 면천 시키고, 시집까지 손수 보내줍니다.
즉, 조조의 위나라는 단 한 번도 덕행을 무시한 인사를 한 적이 없습니다. 210년과 217년의 포고령은 정치적 쇼였고, 후한 구신 세력을 회유하거나 자신의 세력 속에 남아있는 후한을 지지하는 청류파 관원들에게 보내는 경고였습니다.
그들이 숭상하는 가치를 공개적으로 짓밟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이성계가 온건파 신진사대부였던 정몽주를 참살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게 의도되었던 아니었든 이를 계기로 청류파 유학자들은 청담사상과 노장사상에 빠져 염세론으로 들어가버리고 위나라를 따르는 사람들만이 진출하여 유학적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조조는 구현령 포고와 함께 술지령으로서 자신의 녹봉을 후한 황실에 반환하고 신하들도 함께 반환하는 조치를 취한 적이 있습니다. 위공에 오르기 전에는 구신 세력이 많이 남아있으니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으니 자신의 녹봉과 영지를 반환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차피 세습이라는 관점에서는 자신이 위왕에 올라 세습체제를 마련하면 그깟 녹봉과 영지는 되찾아오는 것이고 나라 자체를 빼앗는 것인데 잠시 반환하는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순욱을 숙청하기 전, 208년 공자의 후손이자 조정에서 조조의 반대파인 공융을 숙청했었습니다. 이후 청류파 잔존 세력인 양수를 참하지요. 경기와 위황의 난 때 참살한 사람들은 역적이니 구족이나 삼족을 멸해버리면 되지만 공융이나 순욱, 양수 같은 내부 숙청은 그저 그 본인들만 죽였기 때문에 연의에서는 시덥잖은 이유로 죽여버린 것으로 나옵니다.
후계자 계승을 하기 전에 구신 세력 중에 구분을 하여 숙청한다. 북쪽의 한 독재자 가문이 했던 최근의 일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조조가 능력 본위를 하여 약간의 오점이 있더라도 재주를 높이 평가했다? 물론 관우나 장료처럼 뇌물 안 받고 뜻이 달랐던 사람들은 용서해주고 포용해줬지요.
그런데 210년과 217년 사이 빼고 조조의 일생과 후대 위나라는 모두 '효렴'이라는 효행과 덕행, 지역의 평판과 명성이라는 나름 무결하고 청빈한 사람들이 관직에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한 고조 유방이 죽기 전에 여태후에게 남긴 말 중 처음에는 소하에게 일을 맡기면 된다 하였고, 그 후에는 왕릉에게 맡기면 된다 했지만 왕릉이 우직해서 일을 잘못할 수 있으니 진평에게 보좌토록 하되 진평에게 큰 일은 맡기면 안 되니 주발에게 큰 일을 맡겨라라고 한 것은 결국엔 행실 때문에 재주가 아까워도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기도 합니다.
세종대왕이 과거에 흠이 많았던 황희를 중용한 사례를 들어 후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오점은 재주로 용인할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황희의 업적을 보라는 것이지요.
근데 그 황희를 감시하던 눈은 세종대왕이었습니다.
황희가 청백리가 된 것은 황희의 과거 행적을 아는 세종이 항상 경계를 풀지 않고, 긴장을 유지시켰기 때문입니다.
"재주는 참 아까운데....." 라고 덮어놓고 믿는 것이 아니라 "과거는 어느 정도 정리해줄테니 재주를 펼쳐보이되, 한 번만 더 그러면 너 죽는다" 였습니다.
과거를 용서해주는 것과 과거를 덮는 걸로 미래의 백지수표를 던져주는 것은 천양지차이니 말입니다.
조조도 210년과 217년 두 차례에 걸쳐 재주를 강조하는 인재 포고령을 보내지만 인재 천거를 담당하는 사람이 '화흠'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순욱'이었고 말이지요.
유방도 진평을 쓰되 항상 소하나 주발더러 감시시켰고, 유방 스스로도 진평의 문란함과 부패를 항상 경계했었습니다. 유방의 고명이 진평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당연히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겠지요.
참고로 한신, 영포, 번쾌 등 공신들이 속속 숙청당하거나 밀려난 걸 목격한 진평입니다. 그걸 대신 하기도 했고, '분명 다음 차롄 난데'라고 알고 있다면 숟가락 들기도 어려운 오늘 내일 하는 황제가 하는 소리가 그 무엇보다 무서웠을 겁니다.
조조가 내린 두 번의 포고령을 본 위나라의 사대부, 선비들은 알아들을 사람은 다 알아들었겠지요.
명망이 높은 공자의 후손 공융이 죽은 후 2년이 지난 후 조정에서는 조조를 위공에 봉해야 한다는 공론이 있었고, 순욱과 사이가 틀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런 포고문을 보게 됩니다. 순욱이 죽은 후 화흠이 후임자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죠. 과거에 오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 단단히 먹고 임관을 신청해야 하지 않을까요?
조조는 아마 그렇게 임관된 관리들 앞에서 웃었겠지만 그 눈빛에는 '단디해라. 안 그러면 뒤진다'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후한은 황실과 외척, 환관들의 매관매직, 부패 때문에 망했는데, 조조가 그걸 허용할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조조를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이라고 표현한 것이겠지요.
최근 공직 임용을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있어?"
그렇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털어서 먼지 나오는 사람에게 싸다귀를 때린다고 말을 하면 먼지는 알아서 털고 나오는게 공직자의 도리입니다.
앞으로 먼지는 안 생기게 하겠다 맹세하고 공직을 맡는 것이 역사였습니다. 그게 임용권자나 피임용자가 가지는 공명정대의 한계선이었다고 봅니다. 화합과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적 이견을 허용하는 관대함일 뿐, 사리사욕에 대한 미련을 허용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매번 장관 인사청문회가 되면, 어떤 사람은 "저 정도 지위가 되서 먼지 안 나올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두둔하기도 하고 욕은 하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용인합니다.
"가난을 벗어나는 일이... 쉬운 일인가.."
가난하고 세상물정 모를 때 실수는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어느 정도 지위가 생기면 행실을 바르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증거라고 봅니다.
이중국적에서 장관 지명되기 얼마 전에 국적을 포기했다는 말은 약간의 모순이 있습니다. 모국에서의 정치적 포부가 오랫동안의 꿈이었다면 미리 준비했겠지만 그게 현재 누리고 있는 사회-경제적 이득, 이중국적의 이득을 포기할 정도로 아주 강렬하진 않았다는 뜻입니다. 포기한다고 누가 자길 지명해줄 이유는 없으니 말입니다.
어느 정도 확실성이 있을 때 행동을 했다는 소리입니다.
관행으로서 실수, 할 수도 있습니다. 항상 비판적으로 살아갈 순 없으니 말입니다. 영화 불법 다운로도 안 받아본 사람이 없듯 젊은 시절 부동산 붐 때 재산 증식 가능하면 할 사람들이 부지기수였을 것입니다. 그때에도 고고하게 그 일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진정한 지도자감일 것입니다.
하지만 청문회에 와서 회피하고, 어쩔 수 없었다. 가장 최근에 한 일까지도 잘 몰랐다라고 말을 한다면 이후에도 여지가 있다는 소리입니다. 정말 명성 때문에 지명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인적 관계와 경제적 이해 때문에 지명 받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받은 모욕과 수치는 다른 것으로 보상받을 심산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알려지면 야당이 반대하고, 여당조차 반대할지 몰라서
사회 평균 이상의 사람들이 반대할 수준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반증하는 것입니다.
"청문회 때마다 왜 저런 인간들이 나오는거야? 뻔뻔하기도 해라"
'저런 인간'들이 성공하는 사회 평균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뻔뻔하게 무시하면 해결되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 어디있겠어?'라고 말을 하지 '앞으로 먼지 안 쌓이고 성공하는 방법 없을까'라고 고민하지 않았으며, '먼지 안 쌓이고 좀 덜 성공했지만 행실 바른 사람들'에게는 '학벌이 왜 저래?' '얼굴이 참 못 생겼네', '스펙이 떨어지네' 라고 이상한 기준을 투영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최종 임면권을 가진 민주주의 세상에서 평균적 안목과 '용인술'의 수준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자녀들에게 추천제를 통해 자본과 학력 세습의 사다리를 만들고, 논문을 표절해서라도 박사와 석사가 되고, 학위를 못 따더라도 해외 유명대학 수료 과정이라도 보내고 가려는 사람들, 기업가로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기대 심리를 가지고, 예쁜 여자 정치인들에게 환호하는 세태는 바로 이런 가치관들의 표상이 아닐까요?
그 끝에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나?"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못 사는 법이지"
(본래 고사성어의 진짜 의미는 이런 용도로 쓰는게 아닙니다)
라고 말을 합니다.
사람들은 웰빙과 힐링, 멘토를 말합니다. 헐~!
삼국지연의에서 후한은 매관매직과 뇌물로 망했다고 합니다. 외척과 환관이 관직을 둔 거간꾼이 되었습니다.
후한의 관리 임용은 다섯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1. 북쪽 변방의 상류 계급 출신자로 무술에 능한 자.
2. 녹봉 2천 석 이상의 고급 관료 자제.
3. 많은 액수의 곡물과 금전을 바친 자.
4. 학문과 명성이 높아 효렴과 무재 등으로 추천된 자.
5. 중앙과 지방의 녹봉 2천 석 이상의 고급 관료나 황제가 추천한 자.
이 중 세 번째는 매작령입니다. 황제 영제가 특출나게 탐욕스러워서 매관매직을 주도했을까요?
외척의 발호 때 황제는 환관을 이용했고, 환관이 위세를 부릴 때는 외척을 이용하려 했습니다. 장기화된 중앙 관료의 귀족화 경향과 재정난에 황제는 매작령을 강화했고, 결국엔 이것이 착취의 구조가 되어 황건적의 난이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것까지 숙고하지 못 한 황제는 욕먹어도 싸지만 후한이 망한 이유는 하진 때문도 아니고, 십상시 때문도 아닌 황제 스스로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매작령 또한 흉노를 정벌을 준비하면서 재정 확보를 위해 경제 시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연하게도 이 매작령을 건의한 신하의 이름이 '조조'입니다.
후한 황제는 다섯가지 군국 경영의 원칙으로 업무를 했습니다.
1. 추은령
봉토를 적장자 외의 자제들에게도 봉분하게 하는 것
2. 좌관률
파견 관리의 제후들과의 군신관계를 금지하는 것
3. 부익률
제후들이 세액을 자율적으로 증액하는 것을 막는 것
4. 아당률
파견 관리가 제후의 죄를 묵인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하는 것
5. 주금률
황제의 종묘에 대한 제후들의 헌상의 질이 떨어질 때 죄를 묻고, 관작을 박탈하는 것
군국제도에서 중앙 관리가 직접 관할하는 군현제로 이행하던 전한 무제가 세운 원칙입니다. 한 무제는 유학을 도입했던 황제이고, 이것은 당시 유가 관료들이 무제에게 건의하여 만든 것들입니다.
군국 경영의 다섯가지 원칙이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예치주의인 한나라에서 종묘가례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황건적의 난 이후에 유씨 제후는 거의 사라지고, 심지어 황실 종친인 유표와 유언(유장)마저 주금률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제후가 없고, 호족 군벌들이 지역의 경제-군사-정치를 장악한 상황에서 후한 황제는 누구에게 주금률을 물어야 할까요?
매작령으로 외척에 연줄도 없고, 그렇다고 원소처럼 사대삼공도 아니라 추천도 못 받는 자들은 황제에게 관직을 돈을 주고 샀습니다. 그리고 그 손실분을 백성들에게 소작료로 다시 거두어들었습니다.(매작령에 의한 제 3 세력은 외척-환관 사이의 알력 다툼에서 황제가 의도적으로 키우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추은령에 따라 제후들의 헌상의 질이 떨어지겠지만 반발이 없었던 것은 농업생산량이 급속도로 증대되어 봉분된 제후들이 땅을 나눠가져도 주금률에 위반되지 않는 헌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황건적의 난 때문에 유씨 제후들도 사라지고, 생산력이 크게 떨어진 마당에 땅을 나눠가진 군벌들에게 주금률로 곡식과 돈을 바쳐라고 했고, 그걸 거두러 온 사람이 환관들이니 환관들이 싫은 유가 사대부들이 거부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영제는 주어진 원칙과 관행에 따라 업무를 했을 뿐입니다. 엉엉.ㅠㅠ
그래도 제왕은 그게 죄가 됩니다.
정치와 인생이 실험이듯 실험 실패했으니 후한은 망하고 모든 죄는 영제가 뒤집어써야하죠.
특별 업무 추진비. 관행대로 써왔습니다. 엉엉 ㅠㅠ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하는 관료가 될 땐 죄가 됩니다.
왜 문제가 되는지 무지한 죄가 있습니다. 후한 영제가 그러했듯...
나라가 개판입니다. 국민들은 성실한데, 정치인들이 개판이라서 엉엉 ㅜㅜ
정치인들과 정부를 구성하는 방법이 그리고 관행들이 왜 잘못되었는지 모를 땐 국민들에게 죄가 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국민들에게 무지해야 하고 무심해야 할 권리가 없습니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후한 영제는 왜 세상물정을 몰랐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때, 후대 사람들도 그러지 않을까요?
매작령을 건의하고, 유교적 예에 따라 주금률을 계획한 유가 관료와 한 경제와 무제. 그때는 몰랐겠죠. 황실이 문을 닫는 진짜 이유가 될지 말입니다.
나중에 그 책임을 영제와 환관들에게 돌려버리겠지만 확실한건 이 문제를 유학자들의 공론에 의해 만들었다는 사실일 겁니다.
관행, 관습, 정치인들이 그 따위로 정치하는 것에 대한 방법론들은 결국 국민들의 공론에 의해 만들었습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 엉엉 ㅜㅜ
후한의 황제의 직소 임용과 환관과 외척 관료의 천거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위나라는 구품중정제라는 관료에 의한 시스템(?) 천거 제도를 만듭니다. 덕행과 효행에도 등급을 매겨 비교적 바르지 못 한 사람은 향품을 낮게 책정하여 최종 승진에 한계를 주는 방식으로 권력에 배제시키고자 했습니다. 근데, 지들끼리 담합해서 모두 향품을 높여주는 바람에 귀족과 귀족 아닌 자로 바뀌는 이상한 제도가 되었습니다. 후한 시대에는 명문가의 자제들이 추천 받아 태학에 입학한 후 별 다른 문제 없이 중앙 요직에 진출했습니다. 지방 사대부는 태학에 입학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특목고와 입학사정관제의 미래입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