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란 말은 영화계에서 많이 씁니다.
찾아보면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말이다. 영화에서는 보통 후배 영화인이 선배 영화인의 기술적 재능이나 그 업적에 대한 공덕을 칭찬하여 기리면서 감명깊은 주요 대사나 장면을 본떠 표현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요즘 이 용어가 영화를 보면서가 아니라 정치 뉴스를 보면서 생각납니다. 후배 정치인이 선배 정치인의 정치 행위를 칭찬하여 기리면서 감명 깊은 통치 스타일을 본뜨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어제 정부 부처의 장관 인선이 발표되었습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여야 협상 테이블에 아직 그대로 있는데 인선 발표를 하더군요. 전에 발표된 인사들의 면면과 함께 어제 발표된 인사들을 생각해볼 때 당선인이 이왕 국민 대통합을 내세웠으니 일부 각료 추천을 야당에 의뢰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지난 주에는 국방장관 후보자의 핸드폰 고리에 박 전 대통령 내외의 사진이 담긴, 인터넷 기사를 봤습니다. 그걸 보자마자 인수위 위원들이 당선인과 어떤 인연을 갖고 있는지 소개한 기사가 갑자기 떠오르더군요. 이어서 어릴 때 봤던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이 연상됐습니다.
기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같은 침대차에 타고 있던 12명 중 누가 범인인지 찾아내던 차, 탐정은 12명 모두가 공범임을 알게 되지요. 피해자는 예전 유괴 살해범이었는데 12명 모두 그 유괴된 아이의 집안과 관련이 있었으며 서로 알고 있었다는 걸 탐정이 밝혀냅니다. 저는 그 순간 전율을 느꼈는데요. 이번에도 그런 전율까지는 아니지만 살짝 닭살이 돋는 경험을 했습니다.

어제 아이에게 책을 하나 사주려고 서점에 갔습니다. 이 책 저 책 보다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책이 한권 눈에 띄더군요. 인쇄일을 보니 최근에 나온 책이었습니다. 다 읽지는 않고 일본 육사 시기를 어떻게 썼나만 살펴봤는데요. 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만주 군관학교에서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고 차별 속에서 일본인들과 경쟁했으며 일본은 곧 망한다며 독립군 노래도 불렀다는군요. 그리고 그 힘든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받아 일본 육사로 갔고 창씨개명도 형과 상의 끝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걸로 묘사되었습니다. 일본 육사에 가서도 우수한 성적을 받아 민족적 자부심을 떨친 것처럼 그리고 말이죠. 아이들 대상의 책인데 현명한 학부형들이 많겠지 하는 기대를 하고 책을 덮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50 대 이상인 분들은 유신 통치를 경험하신 분들입니다. 특히나 대학 시절을, 탱크를 보며 지내신 분들에게 유신은 일종의 트라우마일텐데요. 아무쪼록 당선인의 오마주가 어떤 분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