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아직 공부하는 입장이지만 짧게나마 답변을 달아보면, 먼저 '합리적'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경제학에서는 어떤 사람의 선택 혹은 행동이 주어진 가정들을 만족시킬 때에 합리적이라고 불립니다. 즉, 합리적 소비자란 먼저 소비자가 지켜야한다고 생각되는 공리 (규칙)를 지키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행태경제학은 합리성을 가정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행태경제학 역시 합리적인 소비자를 가정합니다. 즉, 행태경제학에서도소비자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다만 행태경제학은 어떠한 가정들을 사용하는가 하는 점에서 기존 경제학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흔히 우리가 여기는 기존 경제학의 합리성이란 자신의 돈(payoff)을 극대화하는 것인데요, 돈이란 것이 가지면 가질수록 더 좋은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타당한 생각입니다. 어떤 행태경제학연구들은 사뭇 다른 가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령, 나와 다른 사람이 있을 때 내가 10만원 다른 사람이 2만원을 가지는 경우보다, 내가 7만원 다른 사람이 5만원을 가지는 경우, 나는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참고로 신케인지안은 합리적기대를 받아들입니다. 루카스를 필두로 한 합리적기대가 나왔을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켜서 그래요. 하지만 신케인지안은 합리적기대를 받아들이지만 장기엔 완전히 합리적기대학파 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그리고 만족화가설을 비롯하여 사회심리학이나 행동주의경제학의 가설들도 사용하게 되구요.

즉, 나라는 존재가 과연 내가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에만 골몰하는 않고, 다른 사람은 얼마를 받고 있는가에도 신경을 써서 그 금액의 차이에도 민감히 반응한다는 가정을 사용했을 때, 위의 '나'는 합리적인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받는 돈은 3만원 줄어들었지만 다른 사람과 나와의 차이가 줄어듦으로써 '나'는 더 큰 행복을 누리게 되었으니까요.

다시 말해 우리가 합리적인 존재를 말할 때는 그 존재가 주어진 가정을 잘 지키고 있는 가를 확인하면 됩니다. 행태경제학이 기존 경제학과 다른 점은 심리학에서 발견된 인간의 여러 모습들을 사람들이 지켜야할 가정들로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행태경제학에서도 경제주체들은 합리적 기대를 하는데, 다만 그 양상이 기존경제학의 경제주체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경제학에서 경제주체들은 미래를 바라볼 때 일정한 할인률로 미래에 기대되는 수익을 계산하다고 가정됩니다. 하지만 어떤 행태경제학 연구들에서는 사람들이 현재를 미래보다 더 많이 중요하게 생각해서 미래에 더 큰 가중치를 놓고 미래에 기대되는 수익을 계산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가정만 기존경제학과 다를 뿐 경제주체가 자신의 행동을 최적화하는 방법은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리고 공부가 짧아 행태경제학이 케인지안과 고전학파의 논쟁에 준 영향은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사족을 달자면 행태경제학이 보통 비합리적 행동을 다루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기존경제학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행태경제학은 기존 경제학의 틀에서 '비합리적'인 행동들을 기존경제학과 다른 전제들을 사용해서 동일한 행동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음 그러니까
심리적인 요인들을 가정에 도입하면,
이는 비합리적인 행동이 아니라 그 가정하에서는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말씀이시죠?

그런데 합리적기대를 도입할 당시에는
행태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그런 심리적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았을테고,
그럼 합리적기대하에서 이루어지는 행동양식과 행태경제학에서 보는 경제주체들의 행동양식들이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네요;;

새케인즈학파가 합리적기대를 수용하면서도
가격경직성을 근거로 그들의 주장을 반박하였듯이,
심리적요인을 근거로 새고전학파의 주장을 반박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써놓고 보니까 행태경제학과 합리적기대가 충돌한다기 보다는,
시장청산을 주장하는 새고전학파의 주장을 반박하는 용도로 행태경제학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요?

저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혼란스럽네요ㅠ

네 맞습니다. 사용되는 가정들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경제학에서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행동들과 행태경제학에서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행동들 사이에 상충이 당연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합리적 기대, 즉, 미래에 대한 고려 혹은 불확실성이 들어갈 때 역시 가능합니다.

제 전공분야가 거시쪽이 아니라 저도 위의 질문에 대해선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을듯 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한 논문 (When Is the Government Spending Multiplier Larg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2011)에 좀 관련된 내용이 있군요. 가격 경직성과 불완전 경쟁시장을 가정한 전형적인 New Keynesian model 에서 완벽한 ricardian equivalence를 가정하더라도, marginal utility of consumption이 노동의 양과 포지티브한 관련이 있으면, 재정정책의 효과가 큽니다. 만약 관련이 없으면, 확장적 재정정책을
썼을때, 노동 고용량이 늘어나 생산이 늘지만, 나중에 세금이 오를 것을 예상해서 소비도 줄게 되서 재정정책이 별 효과가 없죠. 하지만 고용량이 늘 때, 소비의 한계효용이 늘어나면 소비도 같이 늘어나므로 재정정책의 효과가 큽니다. 이론적으로는 효용함수를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관한 문제인데요, 여기서 행태경제학적인 논의가 있을 수 있겠네요.

행태경제학의 내용이 효용함수에 영향을 미치고,
효용함수의 성격에 따라 케인지안이 주장하는 내용이 더욱 타당성을 얻을 수 있다
라는 말씀 같은데... forest님은 대학원생 이신가봐요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