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이 문제에 접했을 때 여기 올라온 세 개의 댓글과 거의 비슷한 답을 제시했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두겠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런 답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지요.

이런 문제가 나왔을 때 정색을 하고 답을 찾으려 한다면 어려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원주율을 이용해 원의 둘레와 반지름을 계산할 줄 안다면 초등학생도 능히 풀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구태여 왜 이런 간단한 문제를 냈을까요?
사람이 일반적으로 갖는 행동의 방식에 따라 답을 내려하면 오답을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그런데도 다른 곳에서 이 문제가 올려진 결과를 보면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원주율 계산을
통해 정답을 찾아놓고 의기양양해 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어릴 때부터 답 찾기 XX훈련에 익숙해온 탓에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한 가지 충고하고 싶은 것은 늘 그렇게 긴장을 하고 살지는 말라는 것입니다.
정답을 찾지 않아도 되는 이런 상황에서는 마음 편히 릴랙스하는 게 현명한 삶의 방식 아닐까요?

하여튼 정답을 찾는 방법을 살펴보기로 하지요.
원의 반지름이 r, 그리고 원주율 파이가 p라고 할 때 원의 둘레 L은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됩니다.
L = 2pr
요즈음 이거 초등학교 때도 배우나요?
나는 언제 이걸 처음 배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L=40,192, p=3.14를 대입해서 r을 구하면 6,400이 나옵니다.
지구의 반지름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모르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계산해 보면 6,400km라고 나오지요.
그런데 문제에서 줄의 길이가 100m, 그러니까 0.1km 늘어났다고 했잖아요?
이에 맞춰 L'=40,192.1로 다시 설정하고 반지름(r')을 새로 구해 보기로 합시다.

40,192.1 = 2 x 3.14 x r'을 풀면 r'= 6,400.0159라는 답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100m 늘어난 줄로 원을 만들면 그 반지름이 15.9m만큼 더 커진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이것은 그렇게 적도를 감싸는 줄이 지면에서 15.9m만큼 공중에 떠 있는 거라는 뜻이구요.
이렇게 쉽게 정답이 구해질 수 있습니다.

행태경제학자들이 밝혀낸 인간 본성의 진실은 모든 상황에서 계산기 두드려보고 사전 찾아보지
않고 산다는 것이지요.
천성적으로 귀차니스트인 인간은 대충 주먹구구로 판단하면서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이런 판단의 방식이 바로 휴리스틱(heurisrics)입니다.
이 문제는 휴리스틱에 의한 판단이 얼마나 얼토당토 하지 않은 답을 찾게 만드느냐를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경제학은 인간이 극도로 합리적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이 출발점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행태경제학자들이지요.
여러분이 이 문제 처음 보았을 때 거의 위로 뜨지 않을 거라고 짐작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경우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정답을 찾으신 분의 경우에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