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나라마다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가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인데, 중국이나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직 마스크 착용이 별로 보편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파리에 유학 가 있는 팬클럽 회장이 거기 사람들 마스크 좀체 쓰지 않는 걸 보고 이상하게 여길 정도입니다.

이와 같은 차이는 주로 정부나 전문가들의 입장 차이에서 오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여러분도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고 계시겠지만, 미국이나 유럽 정부는 마스크 착용을 그리 강조하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에는 Center for Disease Control(CDC) 같은 전염병 통제의 최고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말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며칠 전 미국의 의료정책 최고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Surgeon General은 “STOP
BUYING MASKS”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이렇게 모두 대문자로 글을 쓸 때는 무지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는 일반 대중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막는 데 별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들과 우리 사회가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They are NOT effective in preventing public from catching Coronavirus, but if
healthcare providers can’t get them to care for sick patients, it puts them and our
communities at risk!

어떤 신문 보도를 보니 현재 미국 정부의 마스크 비축량이 3천만 개인데 코로나 19의 대유행이 발생하면 의료종사자들이 필요로 하는 마스크만도 3억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답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사태의 발생을 염두에 두고 일반 대중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지도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의 정부나 의료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의료 당국이 일반 대중을 그와 같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한 결과라고 봅니다.
마스크 착용에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식으로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정답이겠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마스크 착용에는 나름대로 비용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우선 천정부지로 값이 뛴 마스크를 사는 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몇 시간 동안 PF 80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데도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던데요.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비용인데, 마스크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으로 가야 할 마스크를 내가 착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앞에서 인용한 미국 Surgeon General이 언급하고 있는 심각한 사회적 비용이 바로 이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다행히 의료진이 써야 할 마스크의 부족 상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심각한 폐나 기관지 질환 때문에 마스크를 꼭 써야 할 사람이 이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만만치 않은 비용을 감안한다면 마스크 착용을 무조건 강권할 것이 아니라 비용-편익분석 결과에 의거한 실용적인 지침을 주는 것이 전문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CDC는 코로나 19 환자들 돌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바로 이것이 내가 말하는 실용적 지침의 좋은 예입니다.
지금 한창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건에서는 조금 다른 지침이 나와야 할 테지만 말입니다.

내 개인적 생각으로 대중교통 수단이나 쇼핑몰처럼 많은 사람이 어깨를 마주치며 움직이는 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일 것 같습니다.
만약 자신이 기침을 한다거나 하면 남을 위해서 어디에서든 마스크 착용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구요.
(이건 미국의 CDC도 강조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그리 북적이지 않는 길에서 걸을 때조차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봅니다.
기침에서 나오는 포말이 2미터 이내의 공간에서 퍼진다는 게 전문가의 말이라면, 지나가는 사람이 내 얼굴을 향해 기침을 하지 않는 한 내 안전은 보장되는 게 아닙니까?

그런데 내가 우리 캠퍼스에 산책을 나가 보면 걸어가는 학생, 직원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혼자 운전해 가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도 많이 봅니다.)
전문가들이 마스크 착용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이런 경우는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전혀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런 전문가의 태도가 혹시라도 모를 일에 대해 책임을 지기 싫은 보신주의의 결과라고 봅니다.

마스크를 딱 한 번만 쓰고 버려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의 실용적 지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전처럼 천원도 안 되는 값으로 마음대로 마스크를 살 수 있을 때라면 한 번 쓰고 버려도 되겠지요.
그러나 지금 같은 마스크 대란의 상황에서 그런 원칙을 지킬 여유가 없지 않습니까?

요즈음은 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기 시작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직도 책임 회피의 태도가 강합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여러 번 사용해도 괜찮다는 말을 해줌으로써 일반 대중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자신의 전문지식에 비추어 볼 때 마스크 반복 사용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알 수 있을 텐데요.

마스크를 충분히 비축해 놓지 못한 관계로 나 자신도 마스크를 여러 번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 상식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반복 사용을 하는데, 매우 안전한 방법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나를 무식쟁이라고 비웃을지 몰라도 나 나름대로의 비용-편익분석의 결과에 기초해 있습니다.

전문가들 말에 따르면 마스크 안에 필터가 장착되어 있고 그것이 바이러스를 잡아주는 핵심적 기능을 한다고 합니다.
그것의 시효가 40시간이라는 걸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하여튼 일반적으로 n시간의 시효를 갖고 있을 겁니다.
만약 내가 마스크를 하루에 8시간 쓰고 다닌다면 n/8번만큼 사용해도 필터의 성능은 유지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예컨대 필터의 시효가 40시간이 맞다면 이론적으로는 5일을 반복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착용하는 과정에서 마스크가 오염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벗을 때도 표면에 손을 대서는 안 되고 끈을 잡으라고 강조합니다.
마스크 겉면에 바이러스가 묻은 것을 전제로 한 충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황에서 마스크 겉면에 바이러스가 그렇게 많이 묻어 있을까요?
마스크 쓰고 코로나 19 환자를 돌보는 경우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묻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지하철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마스크 쓰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지하철 안에 떠도는 바이러스의 양도 극소량이라는 뜻이지요.
내가 타고 있는 칸에서 어느 확진자가 계속 기침하면서 몇 개의 역을 함께 지나치지 않는 한에서요.

내 생각에 문제는 마스크의 안쪽에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우리 입은 세균의 온상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세균 투성이입니다.
마스크를 입에 대고 몇 시간씩 돌아다니면 당연히 마스크로 세균이 옮아 붙고 그래서 여러 번 쓴 마스크가 위험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내 상식에 따르면 세균은 축축한 곳에서 잘 번식하고 건조한 상황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난 쓰고 난 마스크를 벽에다 걸어두고 말립니다.
오늘 신문 보니까 어떤 전문가가 최소 1시간 이상 태양에 소독하라고 말하던데, 그게 정답이긴 하지만 그럴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됩니까?
대충 벽에서 말려 세균의 대량 번식을 막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마스크의 궁극적 목표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는 데 있지, 세균을 막는 데 있는 게 아니니 웬만큼의 세균은 크게 문제될 리도 없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만 할 상황을 선택해 착용하는 일입니다.
필터의 시효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반복 사용 횟수를 최대한 늘리려면 적절한 선택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내 신념입니다.
바로 이것이 전문가들의 고식적 태도에 실망한 내가 고안한 실용적 대처방법입니다.

정부가 사과했듯, 마스크 대란의 근본적 책임은 정부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나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그리 큰 존경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어 마스크 수요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장을 그대로 방치한 잘못이 큽니다.

시장을 자유방임으로 놓아두면 당연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온갖 술책들이 판을 칠 게 뻔합니다.
나는 초기단계부터 마스크의 생산, 유통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합법적이거나 불법적인 해외 유출도 가능한 한 막아 국내 공급량을 최대한으로 확보했어야 했구요.

이와 더불어 정부와 전문가들이 마스크에 대한 수요를 불필요하게 부추긴 점도 마스크 대란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CDC처럼 비용-편익분석에 기초한 실용적인 마스크 착용 지침을 대중에게 주었다면 수요가 그 정도로 부풀어 오르지 않았을 테니까요.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의학적 문제에도 경제학적 접근방식이 필요함을 통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