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New York Times지에 한창 열기가 오르고 있는 미국 대선의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두 명의 경제학자가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UC Berkeley의 E. Saez와 G. Zucman이 그 두 사람인데, 둘 모두 프랑스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미국을 위시한 여러 나라의 재산분배 불평등성에 관한 수많은 연구를 통해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 연구 결과에 기초해 미국에서 wealth tax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민주당 경선주자 중 몇 사람이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공약으로 채택해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B. Sanders와 E. Warren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wealth tax는 재산세 혹은 부유세로 번역될 수 있는데, 보유 재산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징수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아무리 부자라 해도 전 재산의 몇 % 정도를 매년 세금으로 납부한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요.
얼마 전 세계 최고의 부자이며 자선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B. Gates도 이에 대해 불만의 표시를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New York Times지의 기사에 따르면 이 아이디어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고 하네요.
특히 진보적인 경제학자들 중에서도 이견을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 그 대표적 예로 Clinton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L. Summers를 들고 있습니다.
워낙 과격한 아이디어라 당연히 많은 논란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나 역시 이 아이디어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부유세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실천 과정에서 많은 장애물이 있고 그래서 이를 추진함으로써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이를 공약으로 채택하는 순간 다음 대선은 Trump에게 그대로 헌납하는 꼴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 두 사람 중 E. Saez는 분배의 불평등성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꼽아도 아무 손색이 없습니다.
그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J.B. Clark 메달을 이미 수상한 바 있습니다.
40세 이하의 경제학자들 중에서 가장 업적이 좋은 사람을 뽑아 수여하는 이 상은 사실 노벨상보다 더 영광스러운 상일지 모릅니다.
분배의 불평등성에 대한 E. Saez의 연구는 많은 부분이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21세기의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의 저자 T. Piketty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T. Piketty 역시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내가 이 세 사람을 가리켜 French connection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E. Saez와 함께 분배의 불평등성에 대한 연구업적을 한창 쏟아내고 있을 때 T. Piketty는 MIT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파리경제대학(Paris School of Economics)으로 옮겨갔는데, 현재 프랑스의 최고 스타 경제학자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이 두 사람은 내가 지도교수 다음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경제학자입니다.
비록 나보다 나이는 훨씬 어리지만, 그들의 훌륭한 학문적 업적 그리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열망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T. Piketty와 E. Saez는 MIT의 S. Stantcheva 교수와 함께 “Optimal Taxation of Top
labor Incomes: A Tale of Three Elasticities”라는 논문을 쓴 바 있습니다.
2014년에 발표된 이 논문은 관련 학계에서 이미 고전의 지위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때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과연 몇 %가 최적인지를 탐구한 논문입니다.
그들은 네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각 경우의 최적 최고소득세율이 몇 %인지를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았습니다.
그들이 찾은 답은 57%에서 83%에 이른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최고소득세율은 한국이나 미국 등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높은 것입니다.
그들의 결론은 현재의 최고소득세율이 과도하게 높은 것이 아니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훨씬 더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지요.
알고 보니 이 프렌치 커넥션의 또 한 사람 G. Zucman의 이력도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그는 파리경제대학에서 T. Piketty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Berkeley에서 포스트닥을 했는데, 아마도 지도교수가 자신의 절친인 E. Saez에게 보낸 것 같습니다.
그 후 Berkeley의 조교수가 되는데, 그때부터는 이 G. Zucman이 E. Saez의 학문적 동지로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분배의 불평등성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두 사람의 공저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으니까요.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T. Piketty, E. Saez 그리고 G. Zucman으로 구성된 분배문제의 최고권위자 집단이 형성된 것입니다.
G. Zucman은 조세회피처(tax haven)에 관한 연구로 이미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는 스타입니다.
최근 Berkeley에서 테뉴어를 받은 그지만 나이는 고작 33세에 불과합니다.
이런 어린 나이에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 그의 천재성이 너무 멋져 보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세 명이 모두 프랑스 최고의 대학으로 모두가 흔쾌히 인정하는 Ecole normale superieure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프랑스의 대학 시스템에 대해 이리저리 말들이 많지만, 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을 길러내는 이 대학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본받아야 할 대상이 바로 이 Ecole normale superieure라는 것이 내 지론이지요.
이 세 명의 젊은 스타 경제학자들은 학문적 수월성에서도 그렇지만 경제학자로서의 문제의식에서도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 셋을 길러냈다는 점으로만 보아도 Ecole normale superieure는 이름값을 하고도 남은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의문은 분배문제에 관한 최고의 권위자 세 명이 모두 프랑스인이라는 것이 우연인가 아니면 어떤 이유가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프랑스 국가의 핵심 이념 중 하나가 '평등성'(egalite)이라는 사실과 관련을 갖는 것일까요?
아니면 프랑스 사회에선 아직도 사회주의의 영향이 비교적 강하게 존재한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아무도 답을 가르쳐 줄 수 없을 테지만, 하여튼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UC Berkeley의 E. Saez와 G. Zucman이 그 두 사람인데, 둘 모두 프랑스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미국을 위시한 여러 나라의 재산분배 불평등성에 관한 수많은 연구를 통해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 연구 결과에 기초해 미국에서 wealth tax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 민주당 경선주자 중 몇 사람이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공약으로 채택해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B. Sanders와 E. Warren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wealth tax는 재산세 혹은 부유세로 번역될 수 있는데, 보유 재산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징수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아무리 부자라 해도 전 재산의 몇 % 정도를 매년 세금으로 납부한다는 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요.
얼마 전 세계 최고의 부자이며 자선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B. Gates도 이에 대해 불만의 표시를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New York Times지의 기사에 따르면 이 아이디어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고 하네요.
특히 진보적인 경제학자들 중에서도 이견을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 그 대표적 예로 Clinton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L. Summers를 들고 있습니다.
워낙 과격한 아이디어라 당연히 많은 논란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해 나 역시 이 아이디어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부유세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실천 과정에서 많은 장애물이 있고 그래서 이를 추진함으로써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이를 공약으로 채택하는 순간 다음 대선은 Trump에게 그대로 헌납하는 꼴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 두 사람 중 E. Saez는 분배의 불평등성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꼽아도 아무 손색이 없습니다.
그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J.B. Clark 메달을 이미 수상한 바 있습니다.
40세 이하의 경제학자들 중에서 가장 업적이 좋은 사람을 뽑아 수여하는 이 상은 사실 노벨상보다 더 영광스러운 상일지 모릅니다.
분배의 불평등성에 대한 E. Saez의 연구는 많은 부분이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21세기의 자본”(Capital in the Twenty-First Century)의 저자 T. Piketty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T. Piketty 역시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내가 이 세 사람을 가리켜 French connection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E. Saez와 함께 분배의 불평등성에 대한 연구업적을 한창 쏟아내고 있을 때 T. Piketty는 MIT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파리경제대학(Paris School of Economics)으로 옮겨갔는데, 현재 프랑스의 최고 스타 경제학자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이 두 사람은 내가 지도교수 다음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경제학자입니다.
비록 나보다 나이는 훨씬 어리지만, 그들의 훌륭한 학문적 업적 그리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열망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T. Piketty와 E. Saez는 MIT의 S. Stantcheva 교수와 함께 “Optimal Taxation of Top
labor Incomes: A Tale of Three Elasticities”라는 논문을 쓴 바 있습니다.
2014년에 발표된 이 논문은 관련 학계에서 이미 고전의 지위를 획득했다고 볼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때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과연 몇 %가 최적인지를 탐구한 논문입니다.
그들은 네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각 경우의 최적 최고소득세율이 몇 %인지를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았습니다.
그들이 찾은 답은 57%에서 83%에 이른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최고소득세율은 한국이나 미국 등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높은 것입니다.
그들의 결론은 현재의 최고소득세율이 과도하게 높은 것이 아니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훨씬 더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지요.
알고 보니 이 프렌치 커넥션의 또 한 사람 G. Zucman의 이력도 상당히 흥미롭더군요.
그는 파리경제대학에서 T. Piketty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Berkeley에서 포스트닥을 했는데, 아마도 지도교수가 자신의 절친인 E. Saez에게 보낸 것 같습니다.
그 후 Berkeley의 조교수가 되는데, 그때부터는 이 G. Zucman이 E. Saez의 학문적 동지로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분배의 불평등성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두 사람의 공저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으니까요.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T. Piketty, E. Saez 그리고 G. Zucman으로 구성된 분배문제의 최고권위자 집단이 형성된 것입니다.
G. Zucman은 조세회피처(tax haven)에 관한 연구로 이미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는 스타입니다.
최근 Berkeley에서 테뉴어를 받은 그지만 나이는 고작 33세에 불과합니다.
이런 어린 나이에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 그의 천재성이 너무 멋져 보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세 명이 모두 프랑스 최고의 대학으로 모두가 흔쾌히 인정하는 Ecole normale superieure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프랑스의 대학 시스템에 대해 이리저리 말들이 많지만, 나는 프랑스 최고의 지성을 길러내는 이 대학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가 본받아야 할 대상이 바로 이 Ecole normale superieure라는 것이 내 지론이지요.
이 세 명의 젊은 스타 경제학자들은 학문적 수월성에서도 그렇지만 경제학자로서의 문제의식에서도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 셋을 길러냈다는 점으로만 보아도 Ecole normale superieure는 이름값을 하고도 남은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의문은 분배문제에 관한 최고의 권위자 세 명이 모두 프랑스인이라는 것이 우연인가 아니면 어떤 이유가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프랑스 국가의 핵심 이념 중 하나가 '평등성'(egalite)이라는 사실과 관련을 갖는 것일까요?
아니면 프랑스 사회에선 아직도 사회주의의 영향이 비교적 강하게 존재한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아무도 답을 가르쳐 줄 수 없을 테지만, 하여튼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