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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6 15:31    조회수 : 11577    추천수 : 59
 글쓴이   이준구
 파일   file_6vVHDu.pdf (243,239 Bytes) Download : 955
 제목   주택 투기에 꽃길 깔아주고 집값과의 전쟁을 벌인다고?


우리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모두가 갖고 있는 소중한 희망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입자의 고달픈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득이 커지는 것은 느림보 걸음인데 집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뛰어 오르니 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이와 같은 현실은 결혼이나 출산과 관련한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즉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출산율이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현상의 배후에 이 주택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n포세대’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의 중심부에 바로 이 주택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집값 급등 사태는 갭투자로 대변되는 투기열풍에 그 주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 이미 도처에서 투기열풍이 매섭게 불어닥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투기열풍을 진정시키려면 정부는 패러다임이 투기 조장에서 투기 억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납득시켜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허송하고 말았습니다.
사태가 심각성을 띤다고 느낄 때마다 뒷북치기 대응으로 일관했는데, 이런 뒷북치기 대응은 잠깐만 효과를 낼 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어 나타났습니다.

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핵심적 이유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의 위험성을 간과한 데 있었다고 봅니다.
임대사업자 등록제란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사람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세제상 특혜를 제공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하에서 그 기본골격이 갖춰진 이 제도는 임대사업자가 수십, 수백 채의 주택을 사재기해 놓고 있어도 거의 아무런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주택 투기를 하는 사람이 제일 두려워하는 세금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일 것입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의 경우 최대 70%에 이르는 공제혜택을 받습니다.
그 결과 수십, 수백 채의 주택을 사재기해 놓은 사람이 내는 양도소득세가 1가구 1주택자보다도 더 적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납니다.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종합부동산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게끔 만들어 주었습니다.
임대사업자 중 최고로 많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604채를 갖고 있다 하더군요.
이 사람의 경우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만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될 뿐, 나머지 603채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임대사업이 무슨 대단한 애국 행위라도 되기에 이런 어마어마한 특혜를 주는 건가요?

뿐만 아니라 임대사업자에게는 재산세도 50%에서 100%에 이르는 범위에서 감면 혜택이 주어집니다.
근근이 저축해 간신히 살 집 한 채를 장만한 사람도 마지막 한 푼까지 내야 하는 재산세인데, 집 부자들은 절반에서 전체에 이르는 세금을 깎아준다는 말입니다.
우리 사회의 임대사업자들은 전생에 우주를 구하기라도 한 사람들인가요?

그 밖에도 임대사업자가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의 75%까지 감면되는 혜택이 제공됩니다.
우리 사회의 다른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이런 파격적인 소득세 감면 특혜를 받을 수 있을까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못할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임대사업자는 건강보험료도 80%까지 감면되는 혜택을 받습니다.
이건 뭐 특혜의 백화점이라고 말해야 좋을 수준이 아닙니까?
이 특혜의 파노라마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눈이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임대사업자는 이 제도를 도입한 사람들을 사당에 모셔놓고 대대로 감사의 고사를 드려야 하겠네요.

주택 투기를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비용-편익분석을 하고 투기 여부를 결정합니다.
투기 행위에서 나오는 편익은 주택 가격 상승폭과 비례해 커집니다.
지금처럼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상황에서 투기의 편익이 매우 클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주택 투기에 따르는 비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 부담과 세금 부담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듯,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금리 부담은 새발의 피 수준입니다.
그리고 세금 부담은 앞에서 설명했듯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만 하면 거의 0의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 아닐까요?

그러니까 임대사업자 등록제가 주택 투기의 꽃길을 깔아준다는 말에 한 점 틀림이 없는 것이지요.
이런 말도 안 되는 핵폭탄급 투기 조장책을 그대로 놓아둔 채 투기를 잡는다는 게 어불성설입니다.
임대사업자 등록제라는 큰 구멍이 뚫린 그물로 투기를 잡는다고 나선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왜 임대사업자에게 그런 파격적인 세제상 특혜를 아낌없이 퍼부어 주었을까요?
그들이 내건 명분 중 핵심적인 것은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민간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양을 늘려 임대가격의 안정을 이룬다는 말이었지요.

그러나 내가 전에도 지적했지만 단기에서 임대주택 공급량은 일정한 수준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주택의 총량이 2천만 채인데, 그 중 1천 5백만 채가 자가 거주 주택이라면 임대주택의 공급량은 5백만 채로 고정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새로 주택이 건설되면 임대주택 공급량도 늘어나겠지만 이것은 장기적 현상입니다.

예컨대 집을 5채 갖고 있는 김씨라는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한 채는 자기가 살고 나머지 4채를 임대해 주지 않겠어요?
만약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세제상 특혜를 완전히 폐지한다면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정부의 처사에 분개해 임대해준 주택을 거둬들여 빈 집으로 만들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큰 손해가 오는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특혜를 주든 말든 임대사업자가 공급하는 주택의 양은 보유 주택 수에서 1을 뺀 것과 언제나 똑같은 법입니다.
세제상 특혜 퍼부어 준다고 임대주택의 공급량이 늘어날 리 없는 것이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파격적인 세제상 특혜를 퍼부어 줌으로써 더 많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어불성설입니다.
부자들을 더욱 살찌게 만드는 결과만 가져올 뿐, 긍정적 효과는 하나도 없는 것이 바로 임대사업자 등록제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뻔한 일인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밀어 붙인 당시의 정부가 정말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만 있으면 보유세 인상을 통해 투기를 억제하고 다주택 보유자로 하여금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의 사각지대인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그대로 놓아두고서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아무리 올려도 수십, 수백 채를 가진 임대사업자는 손톱만큼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이 말도 안 되는 핵폭탄급 투기조장책을 쓰레기통에 처넣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출범 초기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혜택을 더 늘려주는 역주행을 해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뒤늦게 반성을 하긴 했으나 완벽한 청산은 꿈도 못꾼 채 오늘에 이른 겁니다.

집값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암 덩어리와도 같은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폐지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수십, 수백 채의 주택 보유자에게 종합부동산세를 정상적으로 거둔다고 가정해 보세요.
10억원 짜리 주택 100채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매년 30억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현금으로 매년 30억원씩이나 내고 집값 더 오르기를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시장에 대량으로 매물이 나올 것이고, 그 결과 집값이 떨어질 것입니다.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폐지는 단지 주택 투기를 막는다는 목적에서뿐 아니라 우리 조세제도상의 중대한 결함을 시정한다는 차원에서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임대사업자를 편파적으로 우대하는 이 제도는 효율성과 공평성의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세개혁을 부르짖으면서 이 문제점투성이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그대로 방치해둔 것은 정말로 한심스러운 일입니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의 숫자가 이미 47만 명을 헤아릴 정도가 되었고, 이들은 150만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기득권이 침해된다고 생각되는 순간 이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개혁을 저지하려고 나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사업자 등록제 폐지가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가 지레 겁을 먹고 이 싸움을 아예 포기해 버린다면 집값 안정의 꿈은 영원히 사라지고 맙니다.
진정한 서민의 정부로 자리매김 되는 것을 원한다면 서민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일전을 불사할 용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ps.1 그런데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폐지가 우리 부동산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계도 휘청거릴 수 있구요.
일반적으로 거품이 붕괴될 때 경제에 엄청난 충격이 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는 이 제도를 폐지하되 점진적으로 폐지해 충격을 완화하고 임대사업자에게도 조정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ps.2 첨부된 파일에 있는 글을 시론에도 올렸습니다.
아무 쪽이나 편한 곳에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글의 분량이 A4 14페이나 될 정도로 많아 조금 부담이 될까 걱정스럽네요.

 

양종훈
(2020/02/17 20:17)

점진적으로 폐지하는건 차라리 하지 않으니만 못한 결과를 내놓게 될겁니다. 그만한 규모의 사업이라면 수많은 이해관계가 엵여 있을 터인데 5년 단임 정권 하에서는 분명 그 속도와 방향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를 않을 것입니다. 고작 최저임금 얼마를 놓고서도 나라가 반으로 쪼개지지 않았습니까? 그러다보면 개혁은 흐지부지되거나 폐기될것이 분명합니다. 그 후에는 정치권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충격이 좀 있더라도 한 순간에 폐지하는 것이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준구
(2020/02/17 21:47)

150만 채나 되는 주택이 한꺼번에 움직이게 만들면 경제에 핵폭탄급 충격이 올 수 있어요.
조금의 충격이 아니구요.
그 틈을 타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득세할 것이구요.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 묶어 쓸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점은 분명한 일정표를 준비해 흔들림없이 개혁을 밀고 나가는 거라고 봅니다.

 
Cer.
(2020/02/18 08:31)

이럴 때 여야가 같이 폐기하기로 합의를 하면 정권과 관계 없이 충격을 덜면서 폐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준구
(2020/02/18 10:04)

야당에 어떻게 그런 경륜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절대로 협조하지 않는다에 만원 걸 자신 있습니다.
그 제도가 애당초 지네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인데요 뭐.

 
김이박
(2020/02/18 13:10)

교수님 말씀 맞습니다.
최저임금 때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치밀하지만 흔들림없이 나아가야할 것입니다..
정치권에 뭘 기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마는,, 그래도 세상은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간혹 소 뒷걸음질치다 쥐잡는 행운도 생기기를 바래봅니다.

 
이준구
(2020/02/18 14:45)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도 집이 한 채밖에 없거나 아예 갖지 못한 사람이 많겠지요.
집을 몇 채씩 사재기해 놓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아낌없이 특혜 주는 데 대해 그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문제는 일반 사람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제의 진실을 전혀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조세제도에 이렇도록 말도 안 될 정도의 불공평성이 존재하는지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진실을 정확히 안다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을 텐데요.

심지어 정부, 여당 사람들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쓴 겁니다.

 
푸른하늘
(2020/03/13 13:57)

처음의 단추가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이전 정권을 탓하는 것도 어짜피 늦은 것이나, 현재 이 임대주택등록자에게 주어진 혜택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즉시 곧 정부의 불신으로 이어져 한바탕 난리가 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결국, 그런 법안 심사과정에서도 진통이 있을 것이고 법안이 통과된다면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을 할 것이고, 그러면 결국 또 시간이 지나가게 되고...이래서 진짜 정치경제학이라는 것이 실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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