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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7 12:01    조회수 : 4191    추천수 : 25
 글쓴이   이준구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무엇이 주택시장 거품을 일으키는가? - 아일랜드(Ireland)의 경험



아일랜드가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해 한때 세계의 부러움을 산 적이 있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성공 사례로 자주 인용되기도 했구요.
낮은 법인세율과 규제 철폐가 그와 같은 대호황을 가져온 주요인으로 꼽혔으니까요.

1995년부터 200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아일랜드는 연평균 9.4%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호황국면은 그 뒤로도 이어져, 2008년 대반전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연평균 5.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했습니다.
선진국에서 이와 같은 높은 경제성장률은 거의 상상하기 힘들 정도인 게 사실입니다.

이렇게 잘 나가던 아일랜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전례없이 심각한 불황국면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아일랜드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4%까지 추락했으며, 2011년에는 실업률이 14%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아일랜드의 기적’은 이처럼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2008년 아일랜드 경제의 대추락을 일으킨 주요인은 부동산시장 거품(bubble)의 붕괴었습니다.
거품이 붕괴되면서 은행부문이 급속하게 부실화되고 이것이 경제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었던 것입니다.
이는 그 이전의 대호황 중 상당 부분이 사실은 부동산시장의 거품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2000년 한 해 동안 아일랜드의 주택가격은 17%나 뛰어올랐습니다.
주택가격이 정점에 이른 2007년에 이르러서는 2000년에 비해 주택가격이 무려 두 배 이상의 수준으로 뛰어 올랐구요.
여기 첨부한 그림을 보면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에 이르는 기간에서 주택가격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뛰어올랐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거품 발생의 중요한 징표는 가계대출의 급격한 증가였습니다.
2000년대 초, 중반 아일랜드의 가계대출은 유로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과도한 대출을 억제할 수 없었습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주택 소유자에게 조세상의 혜택을 줌으로써 거품 발생을 부추기는 역할까지 했습니다.

아일랜드의 사례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주택가격의 폭등이 주택 공급의 꾸준한 증가와 함께 발생했다는 사실입니다.
부동산시장의 거품은 건설부문의 과열을 가져와 2004년에는 전체 노동력의 12%가 건설부문에서 일하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와 같은 건설부문의 과열은 당연히 주택 공급량의 급속한 증가를 가져왔구요.

지금 우리 사회의 주택가격 폭등이 공급의 부족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주택 공급량이 증가해도 투기적 수요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 주택가격 급등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것이지 공급을 늘리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투기수요가 없는 정상적 상황이라면 공급의 부족이 주택가격 상승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점진적인 상승에 그치게 됩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주택에 대한 수요는 가구수 증가와 함께 점진적으로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만약 공급의 증가세가 이 수요의 증가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느리다면 주택가격의 상승이 일어나겠지만, 그 상승의 추세는 점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공급 부족사태를 감지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갑자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택가격이 치솟게 되는 걸까요?
결국 공급 부족을 빌미로 투기수요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치솟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급의 부족은 실질적인 위험요소가 아니고 투기세력이 조작해낸 위험요소라는 성격이 강합니다.

아일랜드에서는 불과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뛰어올랐습니다.
미국에서도 금융위기 직전 그와 비슷한 정도의 주택가격 상승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이 두 사례 모두 다 공급의 측면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수요의 측면에서 생긴 문제 때문에 거품이 발생했습니다.
주택가격의 단기 급등을 가져오는 주원인은 언제나 수요 측면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부동산투기 억제장치가 도입되어 있는 덕분에 주택가격 상승폭이 이 정도나마에 그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만약 아무런 억제장치 없이 투기세력에게 자유롭게 날뛸 공간을 허용해 줬다면 아일랜드나 미국 뺨치는 주택가격 급등이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은행에 저축해 보았자 고작 2%의 이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는 알토란 같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듯,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오히려 조장하는 쪽으로 정책을 운영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때는 빚내서 집 사라고 등까지 떠밀 정도였습니다.
최근의 주택가격 폭등이 이들의 작품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세력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그런 기조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줌으로써 투기억제책을 무력화시키는 데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보수정권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경제성장률을 눈꼽만큼이나마 올려 보겠다는 얄팍한 심산입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내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수많은 서민들의 눈물은 그들의 안중에 없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부동산투기 억제장치는 주택가격 폭등을 막는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보수세력은 공급의 문제를 거론하며 이 억제장치의 무력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마지막 안전장치마저 해제된다면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간극은 영원히 건널 수 없는 크레바스가 되고 말 것입니다.

 

레퀴엠
(2020/01/07 15:17)

문제가되는 지역은 서울, 경기도일부, 지방(세종, 부산 해운대 일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국 주택공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신다면 공급이 충분하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만, 지금 지방 집값이 폭등해서 문제제기를 하는것은 아니지요. 결국 서울과 경기도 일부지역에서 일어나고있는 부동산 폭등때문에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지역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강남 그 자체이거나 강남접근성이 좋은지역. 그조차 되지 않는다면 서울접근성이라도 뛰어난 지역. 학군이 좋고, 유흥업이 적거나 있어도 제한적으로 존재하는 지역의 집값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보면 해운대의 집값상승은 좀 특이한 케이스긴 하네요. 도시자체의 경쟁력만으로 집값이 올라가고있는 것이니까요. 어쨋거나 제가 하고싶은말은 결국 살고싶은 집의 공급은 적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력이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서울에, 서울 근처에서 살고싶어합니다. 인프라때문에. 교육때문에. 직업떄문에 말이지요. 단적으로 교수님 역시 서울에 거주하고 계시지요. 이는 당연한 현상이지 투기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성실하게 일해서 서울 혹은 수도권의 내집마련의 꿈을 짓밟을정도로 집값을 올려놓은것은 지금의 부동산정책입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알토란같은 지역의 구축 아파트들이 썩어문드러질때가지 재건축을 기다려야 할까요. 그러한 아파트에서는 언제까지 주민들이 3중주차를 하고 녹물로 샤워를 해가면서 거주를 해야할까요. 언제까지 그러한 흉물스러운 아파트가 도시경쟁력을 깎아먹어야할까요.

투기 억제장치가 도입되어 있는 덕분에 상승폭이 이정도였다면, 조정지역이 풀리자마자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치솟는 해운대의 집값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까요. 부동산대책발 폭등은 17년도 이후에 이루어진 것이지 탄핵정국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전정권 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그 말씀은 지금 폭등이 결국 현 정권 탓이라는 말씀이실까요? 기대를 심어줌으로써 무력화시킨다는 말이 무색할정도로 이미 정권에서 생각했던 정책은 모두 써본것 같은데 결과가 이렇다면 이는 누구의 잘못일까요. 현 정권 이전에 쓰신 글과는 달리 책임소재를 묻는경우가 적어지고 계신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83눈팅
(2020/01/07 15:20)

실증적인 증거로 설명해 주시니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양종훈
(2020/01/07 16:32)

그런데 왜 우리 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함에도 경제성장률이 세계 꼴찌 수준일까요?

 
이준구
(2020/01/07 17:45)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생산성을 손톱만큼도 올리지 못하는 비생산적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으로 아무리 많은 돈이 몰려도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농담이지만) 양종훈씨는 보수언론에 의해 완전히 세뇌된 상태이신가 봐요.
우리나라 성장률이 왜 꼴찌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conomist지의 맨 끝 부분에 주요국들의 2019년 성장률 추정치 통계가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1.8%인데, 잘 나간다고 알려진 일본은 1.0% 독일은 겨우 0.5%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유로지역의 평균 성장률은 1.2%에 불과하구요.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기조가 확산되어 있는 상황이지요.

선진국이라고 할만한 나라들 중 우리보다 성장률이 더 높은 나라는 고작 미국(2.2%), 스페인(2.1%), 그리고 덴마크(2.2%)뿐입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에 있는 나라들 보면, 홍콩이 0.2%, 싱가포르가 0.5%로 우리보다 더 낮고 대만만이 2.2%로 약간 더 높은 수준입니다.

성장률로만 따지면 중상위권이라 하는 게 맞는 말이지, 최하위권은 결코 아닙니다.
늘 얘기하는 바지만 경제의 상황을 성장률로만 따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요.

 
양종훈
(2020/01/08 00:29)

19년도 성장률은 2.0%라고 들었는데.... 경제성장률만 따지면 그렇지만 명목성장률이라는 걸로 계산을 하면 그런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기사 링크 걸어드리겠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496780

그리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성장률 악화가 너무 빠르다는 전문가 인터뷰도 적지 않습니다. 대체 뭘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요즘 제가 보고느끼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은 '한국인으로 태어난것이 부끄럽습니다' 라는 제목으로 아랫글에 낭겨놓았습니다 ...

저도 제 걱정이 杞憂에 불과했으면 좋겠습니다...

명목성장룰이라는 단어도 사실 처음 들어봤습니다.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더 공신력 있는 통계라는데 교수님 견해는 어떠십니까? 다른 것 보다도 그걸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이준구
(2020/01/08 10:08)

명목성장률은 물가 변화로 인한 국민소득의 변화가 포함되어 있어 오히려 경제분석에서는 잘 쓰지 않는 지표입니다.
예컨대 실질적으로는 국민소득이 2%밖에 성장하지 않았는데 물가가 3% 올랐다면 명목성장률은 5%로 나타나게 되지요.
우리나라 명목성장률이 이렇게 낮게 나온 것은 최근 물가 상승의 속도가 크게 둔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보다도 더 낮다는 건 일본의 경우 오래 전부터 저물가가 체질화되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이구요.
일본의 경우 2011년 명목국내총생산이 20년 전인 1991년 수준으로 떨어진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20년 동안의 명목성장률은 0%인 셈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일본 경제가 그 20년 동안 성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나요?
명목성장률은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 겁니다.
그 기사 쓴 사람이 이런 사실은 알기나 하고 글 쓴 건지 모르겠군요.

 
판다독
(2020/01/08 10:19)

어제 PD수첩 방영분도 이 내용을 잘 설명한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rLJwrt3DmI4

 
윗글 선생님, 안녕하세요. ^^
아랫글 한국인으로 태어난것이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