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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5 19:08    조회수 : 970    추천수 : 10
 글쓴이   양종훈
 파일   첨부파일없음
 제목   한국인으로 태어난것이 부끄럽습니다.




야간근무를 마친 후 아침에 퇴근하는 길,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기사를 뒤적여보고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인으로 사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럽다는 것입니다.

경제란을 보니 한국의 작년 경제성장률이 명목상으로 1.4%를 기록하여 세계적으로나 OECD에서나 꼴찌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부가 조작된 통계로 혹세무민을 힐다고요. 저는 솔직히 명목 성장률이라는 단어도 처음 들어봤습니다. 이게 어마무시한 왜곡보도인지 아니면 공신력 있는 자료인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준구 교수님께서 자세히 설명해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하지만 제가 진짜로 충격을 받은 것은 부분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 기사가 올라온 것과 비슷한 시기에 작성된 다른 기사들은 역시나 정부의 무능을 규탄하며 갈라파고스 규제 폭증이니 사업하기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니 기업인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니 노동조합의 기득권을 위해 혁신을 포기하니 등 저주에 가까운 논평들을 쏟아내더군요. 총선을 위한 표퓰리즘으로 인해 국가 재정이 파탄이 날 것이며 기업들의 한국 대탈출이 가속화되어 한국이 빈껍데기만 남은 개발도상국, 베네수엘라, 그리스, 아르헨티나와 같이 전락할 것이며 심지어 단국대학교의 김태기 교수는 이번에 새로 설립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경제를 망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시국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내다보는지는 개인의 자유요 언론의 자유입니다. 그러면 그 대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모두가 납득할만한 대안이 있어야지 않습니까?

경제계의 인터뷰를 보면 기업의 숨을 막히게 하는 규제는 대체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규정을 명시한 화평법과 화관법. 상속세, 증여세, 현 정부에서 인상된 법인세율. 경직된 노동시장. 데이터 3법, 공정거래법,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 등이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요.

글쎄요. 사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르겠지만 저같은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저런 규제들을 죄다 완화, 해제하라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늘상 사고와 질병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정리해고의 부담에 짓눌리는 한편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받아들이라는 협박으로 들리는데요.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전국민을 노예로 만들어도 상관없다는 말입니까?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못 살겠다고 아우성들을 쳐서 인상폭을 역대 최저로 낮추었습니다. 52시간 근무가 아직도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하소연들을 해서 결국 유예기간을 더 줬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에 대한 비난은 멈출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다른 무엇보다도 제 마음을 무겁게 만든 기사는 따로 있었습니다.

상단의 사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동아일보는 김용균법으로 개정된 산업안전법으로 경영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김용균법이 왜 생겼는지, 작년에만 산업재해가 몇 건이 발생하여 몇 명이 명을 달리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그 아래쪽의 기사는 조선일보 기사 중 일부인데, 조선일보에서는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국민연금의 경영개입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등을 꼽았습니다.

국민연금의 돈으로 투자를 받는 기업이 국민연금의 간섭을 받는 것이 왜 문제라는 것입니까? 그리고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상식이지 않습니까? 괴롭힘 문제가 법률에 오르내릴 정도로 이슈화가 되었다면, 이 사회의 도덕성은 완전히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이지 않은가요? 이렇게까지 타락한 사회의 부조리보다, 땅에 떨어진 도덕을 세움으로 생길 경제적 손실부터 걱정하는 태도가 정상적인 행태입니까?

더 놀라운 것은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었습니다. 한국은 떼법이 통하는 나라, 민주노총의 열사 만들기, 정규직 된다고 사고가 안 나느냐, 철밥통 귀족노조 OUT. 하나같이 이런 논조더군요. 심지어는 산업재해 피해자와 고인의 가족들, 직장 동료들을 종북주의자나 빨갱이라 주장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저는, 저 자신이 이들과 같은 나라 사람인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졌습니다. 남의 일이고 남의 비극이면 그렇게 폄하해도 되는 것입니까? 친노동 정책으로 노조만 배불리고 기업을 말라죽인다는 정부에서 한 해동안 2천여명이 죽었는데 그게 친노동 정부입니까? 그렇게 죽은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살아생전에 최저임금이나 간신히 받았다는 사실은 알고들 있습니까?

현재의 경제악화가 인건비 폭증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 단체, 정치인, 기업가, 전문가, 언론인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따지고 싶은 심정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본인들부터 월급 안 받고 일하는 모범을 좀 보여달라고 말입니다. 특히 조선일보 기자들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겠다면 먼저 당신들이 만든 노조부터 해체하기 바랍니다(의외로 조선일보에도 노조는 있습니다. 매년 임금단결협상도 하더군요).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다면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반대하고, 야근으로 과로사 한다면서 주 52시간 반대하고, 저출산이니 인구절벽이니 난리를 치면서 유치원 3법 반대할거면 애초에 그런 문제제기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나라의 국민으로 산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까?

저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작년 한 해는 불공정과 편법에 대한 분노, 진영논리에 따른 감정싸움이 유난히 심했던 것 같습니다. 내노라하는 우등생들이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지요. 16년도 말의 대통령 퇴진운동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누가 어떤 집회를 하건 그건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니 간섭할 바도 평가할 바도 아닙니다.

다만 김용균 사망 1주년을 지나보낸

전문대학교 출신의

김용균씨보다 한 살 많은

현장 생산직 종사자로서

미래의 엘리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비판하는 불의와 불공정이 여러분 자신만을 위한 것은 되지 말아 주십시오. 아니면 그게 여러분의 미래 모습입니다.

 

레퀴엠
(2020/01/06 00:50)

현장 노동자가 산재의 위험에 노출되고 정리해고의 부담에 짓눌리는 것과 도급인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이 어떤 상관관계를 갖을까요? 기본적으로 도급을 주는 이유는 하도급의 단종면허를 활용하면서 종건쪽의 현장관리의 부담을 분담하기 위함입니다. 하도급쪽에서 고용한 노동자가 불가피한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에 그 사고 자체는 당연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변경된 법률로 인하여 처벌받는 도급인 입장에서는 총액으로 도급계약을 맺었고, 현장관리는 하도급에서 하는것임에도 형사처벌까지 받는다는것이 매우 억울할 것입니다. 도급계약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의 취지로 미루어보면 변경된 법률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기 보다는 희생양을 구하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국민연금은 주식을 거래하지만 대부분 발행된 주식을 양수도할 뿐이지, 유상증자를 비롯한 상장기업의 자본금에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무슨말이냐면 해당 회사가 투자를 받는것이 아니란 말이지요. 회사는 국민연금의 돈을 그러한 양수도 거래에서는 한푼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국민연금의 목표는 납부한 국민에게 국민연금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회사의 의결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요. 그렇기때문에 기업의 자율을 존중할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양종훈
(2020/01/06 02:36)

경제학적 논리로는 레퀴엠님 말씀이 맞겠지요.

단, 제가 말하고 싶은건 한국 사회는 현재 심각할 만큼 기본 상식이 결여되었다는 겁니다.

사고로 공장이 정지하는걸 걱정하기 앞서 어떻게 하면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게 먼저 아닐까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없으면 직장동료를 마음껏 괴롭혀도 되겠습니까?

 
beck
(2020/01/06 10:41)

레퀴엠/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여부 문제와 상관없이 상장주식에 대한 오해가 있으신거 같은데요.

주식이 거래된다고 해서 해당 금액이 기업에 직접유입되는 거는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어 실물투자에 기여합니다. 구체적으로 유상증자 같은 경우에도 발행금액은 주가에 비례하고 차입이나 사채발행시도 차입이자율 결정에 시가총액이 핵심적이지요.
주주부 극대화와 실물투자가 따로노는것이 아닙니다

 
레퀴엠
(2020/01/06 17:40)

본문에서의 쟁점은 결국 국민연금은 국민의 준조세로 운영되는 공적자금인데 본문에서는 투자를 받는다고 나와있었던 반면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는 행위는 국민연금의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해당 기업이 투자를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또한, 실물투자에 기여하는 것과 의결권 행사가 바람직한 것을 논하는 것은 다릅니다. 시장매수던 블록딜이던 어쨋거나 주가에 영향을 주어 상승이든 하락이든 파동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이로인하여 해당 기업이 대출이 잘나온다거나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 시세차익만을 위해야하는 양수도거래에서 의결권행사가 합리성을 갖는다면 헤지펀드의 의결권 사용을 비난할 필요도 없지요.

 
beck
(2020/01/07 09:36)

리퀘엠/본문내용과는 별론으로 보통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자주 혼동하는 오개념을 댓글서 쓰셔서 그에 대해서 말한겁니다. 보통 이렇게 생각하죠. 주식 사고판돈은 거래 상대방에 가지 회사에 직접가는게 아닌데 왜 회사가 주가가 오르면 좋은가/자금을 조달한다고 하는가 이런식으로요.

 
레퀴엠
(2020/01/07 10:29)

왜 이쪽으로 문제제기를 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시장에서 양수도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기업에서 자금조달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자금조달이란 유증, BW, CB 등 정말로 기업에서 해당 투자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연기금쪽 자금을 원하는 것은 기업쪽이라기보단 증권사 애널들인데 이들이 연기금쪽 자금을 끌어들인다고 하여 이를 기업의 자금조달이라 칭하지는 않지요. 딱히 제가 오개념을 사용한적은 없는것같고 이는 오개념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실판단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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